【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54】
<送年 모꼬지>
2022년 12월 30일 7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 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 720 6264
쥔장:김영희010 2820 3090 /이춘우010 7773 1579
1호선 종각역→안국동 방향700m
3호선 안국역→종로 방향400m
북한산: 황덕희
북쪽 외곽에 우뚝 솟은 채
3개의 봉우리를 안고 있는
북한산
북한산 최고봉 백운대에 서면
하늘이 몸을 휘감고
바람이 먼저 말을 건넨다
언제였더라
기억 저편 웅크리고 앉아
삶을 지탱해온 이야기
가난을 유산으로 물려줄 건가요?
……
말을 잇지 못하고 먼 산만을
힘없이 바라보시던 아버지 등은
북한산만큼이나
조용했고
북한산만큼이나
거대했다
북한산에 오르면
바람이 먼저 반겨 준다
* 진흠모/시인/ 낭송가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53】
2022년 11월 25일 7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1. 목멱 가을이여 안녕: 양숙
어쩌면 이리도 고우실까
눈에 넣고 죽도록 지니고 싶어
고스란히 안다미로 품었습니다
영원히 함께 있자던 맹세
침도 마르지 않았는데
시간은 벌써 싸늘해집니다
단풍 물들었던 손끝 차가워지고
붉어졌던 눈동자도 흔들립니다
시린 손 맞잡고 간신히 뱉어낸
인삿말도 울긋불긋 울근불근
2022년 목멱의 가을
안녕히 가세요
* 진흠모 편집인/ 시인/ 인사동TV 운영위원
* email: 55yasoo@hanmail.net
2. 가을이 오니: 김효수
지긋지긋한 장마와 무더위 몰고 온 여름이 물러가고 그 자리에 가을이 오니
차가운 날씨 견디려고 산마다 푸른 옷을 벗고 곱고 붉은 옷으로 갈아입는다
많은 사람 배낭을 메고 시원한 바람 쐬며 산의 속살이 궁금한지 기웃거린다
가을이 오니 넓은 들에 일렁이는 곡식들 농부가 땀으로 거둬 집에 돌아가니
그동안 더위도 모르고 언제나 뿌듯한 맘에 익어가는 곡식 지키는 일로 살던
허수아비 이제 직장까지 잃고 가는 세월에 그 어디 둘러봐도 재미없게 됐다
가을이 오니 하루가 다르게 허전해 지고 떨어진 낙엽이 쓸쓸히 뒹구는 모습
날마다 바라보며 홀로 살아가려니 왠지 가을은 도저히 버티지 못할 것 같아
외로운 가슴이 있으면 누구라도 만나 찬 바람이 부는 가슴에 불 지펴야겠다
* 진흠모/ 시인
3. 북한산: 황덕희
북쪽 외곽에 우뚝 솟은 채
3개의 봉우리를 안고 있는
북한산
북한산 최고봉 백운대에 서면
하늘이 몸을 휘감고
바람이 먼저 말을 건넨다
언제였더라
기억 저편 웅크리고 앉아
삶을 지탱해온 이야기
가난을 유산으로 물려줄 건가요?
……
말을 잇지 못하고 먼 산만을
힘없이 바라보시던 아버지 등은
북한산만큼이나
조용했고
북한산만큼이나
거대했다
북한산에 오르면
바람이 먼저 반겨 준다
* 시인/ 낭송가
4. 나는 벽이다: 이원옥
사람들이 내 앞에서 운다
무엇이 그렇게 서러운지
한없이 운다
가서 어깨를 안아주고
위로해 주고 싶다
사람들이 내 앞에서 웃는다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큰소리 내며 웃는다
나도 함께 기뻐해 주고 싶다
어떤 사람들은 내 앞에서
소근소근 속삭인다
서로 껴안고 입맞춤을 하면서
누가 들을까 은밀하게
사랑을 속삭인다
내가 듣고 있는 줄도 모르고
어떤 사람들은 내 앞에서
아주 비밀스럽게 속닥거린다
잔뜩 경계를 하면서
하는 이야기가
그리 좋은 내용의 대화는
아닌 것 같다
계속 두리번거린다
내가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나는 벽이다
* 진흠모/ 시인/ 사업가
5. 목마와 숙녀: 낭송 김미희/ 시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 진흠모/ 낭송가/ 시인/ 인사동TV 운영위원
6. 소년과 소녀: 조철암
석양이 저무는 한적한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교복을 입은 소년과 소녀
처음 만난 둘은
오래된 친구인 듯
많은 대화를 이어갔다
어둠이 찾아와도 그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고
안경을 벗은 소녀는
소년의 어깨에 기대었다
그 후 소년은
소녀가 다닌다는 성당 앞을
주일마다 서성였으나 만날 수 없었다
* 진흠모/ 낭송가/ 시인
7. 가을앓이: 노희정/낭송 유현숙
가을이여!
고달픈 삶
고추잠자리 갈바람에 춤 멈추듯 무심으로 내려앉는가
검붉게 멍든 가슴
물기 마른 몸으로
바싹 구운 과자 부서지는 소릴 내며 사라지는가
너의 청춘
너의 욕망
너의 사랑
주검 되어 소멸하려는가
냉정해진 땅 위에
무덤처럼 주저앉은
가을이여!
* 진흠모/ 표현예술가
8. 황금찬 선생님: 낭송 유재호/ 시 이생진
-통화 내용
황금찬 선생님은 강원도 횡성에 계시다
서울 계실 때는 한 달이 멀다하고 전화 주셨는데
반년이 지나도 전화가 없다
수소문 끝에 전화 걸었다
-선생님
저 이생진인데요
해가 바뀌고 선생님이 계시지 않아 매우 쓸쓸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반갑습니다. 박희진 시인도 잘 있나요?`
~그분은 떠난 지 2년이 됩니다
`그런가요?`
~같은 해 박희진 시인은 3월에 가고, 이무원 시인은 4월에 갔죠
`다들 가네요. 올해엔 누가 갈려나`
하고는 흐느끼는 소리가 뒤를 이었다
인두커피*에서 <회초리>를 낭송하다가 자주 우셨다
회초리를 드시고
``종아리를 걷어라``
맞는 아이보다
먼저 우시던
어머니
하고 선생님도 우셨다
*우이동 청한빌라 가까이에 있는 작은 커피숍인데 박희진 시인이랑 김기진
시인과 황금찬 선생님의 제자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지근은 폐쇄되고
목공소가 들어왔다.
그곳 거시기 게서 뵙겠습니다.
* 진흠모 가수/ 낭송가
9. 길: 낭송 김경영/ 시 김기림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때 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내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
누우런 모래둔과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치곤 했다
이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이야기가
돌아올 것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 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10. 운주사 무명탑: 박산
장유유서 연공서열 무시하고
봄꽃이 피는가 하더니 여름 오고
꽃무릇 붉다 했는데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시원찮은 인간 역시 무릇 惑했다
백 년도 못산 주제에
세월을 논하는가 하면
자위에 自適하여 도사 흉내라
공명이 무슨 대수랴
운주사 무명탑인들 어찌 서러우랴
세상 풍진 눈비 맞고도
이리 서 있으면 족한 걸!
* 진흠모 이끎이/ 시인/ 자유 기고가/ 인사동TV 방송주간
11. 양유정 5: 이생진
-간월도
양유정에서 바다를 보려면
양대리로 가야 했고
섬을 보려면 간월도쯤 가야
양대리 만 가도
망둥이 뛰는 바람에 나도 뛰고 싶어
어슬렁어슬렁 기어 나와 달을 보는 황발이
그러다가 더 먼 바다를 봐야 한다고
간월도까지
혼자 하는 짓인데
왜 그렇게 도망치듯
집을 나가보고 싶었던 것일까
천막도 없이 보릿짚에 멍석을 걸쳐 놨을 뿐인데
밤에 별이 들어와
무언가 내게 속삭이던 거
그렇게 시작한 것인데
* (1929~ ) 시 앞에서는 결사적인 떠돌이 시인
생자 담론으로
“하루 신문 여섯을 읽습니다, 글 공부를 위하여”
“이원옥 조철암,
두 분 詩가 점점 더 발전하고 있습니다” 격려해 주셨습니다.
생자 동정:
* 서산에서 열린 충남시인협회 시상식 참석
* 한국공연문화예술원 송년 참석
진흠모 동정:
* 서귀포 고현심 님 황금향 들고 윤봉택 시인과 모꼬지 참석
고현심 님 이생진의 시 「서귀포 칠십리 길」 낭송
* 김효수 시집 『그대 만나러 가는 길/책과 나무』 출판
조철암 김명옥 님등의 ‘축하 도움’으로 모꼬지 축하했습니다.
* 노희정 시인 『동아꿈나무아동문학상』 수상
* 인사동 tv 김명중 PD 『대한민국 문화예술 명인대전』 「미디어 방송」 부분 수상
* 이승희 수필가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입상
* 한옥례 오경복 님이 이끄는 《시예랑》 송년 모꼬지 개최 (인사한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