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중, 2011 우리글》
부러운 놈 -
잘잘 끓는 아랫목에 누워
마누라 엉덩이 통통 두드리다
조물조물 허리라도 안을라치면
실쭉 눈 흘겨
이부자리 밖으로 톡 튕겨 빠져나가며
“아침밥 지어야지”
그 한 마디가 남긴
작은 공간의 갑작스런 썰렁함이지만
가진 것 많지 않은 꽃자리 좁은 남편에겐
가슴 그득 큰 행복이다
별 볼일 없는 쥐꼬리 월급쟁이
하릴없는 소시민 지아비를
이 세상에서 제일 존경한다는
지지리 공부 못하고
얼굴까지 못생긴 아들놈이지만
어깨가 부스러지도록 안아주고 싶고
곧 늙어 힘 빠질 우리 아부지
제일 좋아하는 술
안 받아주는 놈하고는
절대 결혼 안 하겠다는 딸년은
가슴 속에 넣고 다니는
또 다른 큰 행복이다
잘사는 놈이
10박 며칠 유럽여행 가자 해도
내 꼬락서닐 알아야지 하고 참고
그냥저냥 만만하게 사는 놈이
모처럼 공 치자 해도
하루 그린피가 얼만데
꿀꺽 침만 삼키다가도
그래도 사람 사는 게
그런 게 아닌데
그런 게 아닌데
머릿속 갈등이 들어설 즈음
양복 호주머니 속 하얀 봉투
“친구들 술값도 좀 내고
놀러도 좀 다니고 해요
이 돈 백만 원 다 쓰면
내가 또 채워 넣어드리리다”
봉투 속 수표 한 장 두 장 세면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헤실헤실거리다
눈물 글썽 중얼거리길
“이노무 여편네 누가 돈 달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