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걸 다 가지고! ㅡ
꼰대들이 제법 모이는 종로5가 육회집에서
꼰대들의 소망인 '長壽' 막걸리를 마시면서
아들네 집과 단절하고 산다는
H형의 씁쓸한 얘기를 들었다
아들 집도 내가 사 주고
손자 둘 키우는 지금까지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며 살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만정이 떨어졌다
가뭄에 콩 나듯이 손자 핑계로 가 본 아들네
현관 입구부터 거실 벽에 이르기까지
온통 가족 사진들이 촘촘히 걸렸는데
눈 씻고 아무리 찾아보아도
제 부모 사진은 단 한장이 없더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서너 달을 아들네와 무심히 지냈다
아내가 며느리에게 아부지 섭섭함을 토로하자
아들에게 직방 들어갔다
기껏 아들놈 한다는 말이
아부지는 참 별걸 다 가지고!
듣고 있는 꼰대2의 막걸리 맛도 소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