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36

박산 2015. 7. 4. 10:08

  

 

 

                                                 제주 올레 1코스 이생진 시비공원- All Photo by 디자이너 김정욱님

                                                                                                                                 

111-36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5월 31(매달 마지막 금요일)

 

7시 인사동 작은 사거리 50m 안국동 방향 전북지업사 골목

 

순풍에 돛을 달고(733-7377)

 

 

1. 자목련 - 윤준경

 

2. 미안하다 제주여 바다여 - 양숙

 

3. 정방폭포 앞에서 - 김정욱 낭송(박재삼 시)

 

4. 소주(燒酒)- 허진

 

5. 섬 - 김미자

 

6. 안착하리라 - 박종희

 

7. 아! 어머니 - 김경영 낭송(신달자 시)

 

8. 어떤 블루스 - 박산

 

9. 잃어버린 마을에서의 패러글라이딩  - 이생진 with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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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5 모꼬지 진흠모 스케치  

 

4월 26(매달 마지막 금요일)                                        

                                                        

  

1. 시 값이 적다 - 윤준경

 

무명 잡지로부터

시 청탁서 한 장 받고 시 한편 써 보내며

기꺼이 5만원 보내기로 한다

어느 시인은 시 한편에 3만원이면

쌀이 두말인데.....하며 기꺼워했는데

나의 시는 5만원 얹어주면서도 기껍다

 

파란 심줄 드러난 앙상한 내 손에

달콤한 돈 5만원, 꼭 쥐어주며

시 한편 더 쓰라고 은근히 주문한다

 

큰 힘 들일 것도 없이,

긴 시간 들일 것도 없이,

글 몇 줄에 5만원이라니

이만한 벌이가 쉬운가

 

하루면 족하지 싶은데

사흘 나흘 가도

시가 나오지 않는다

 

시 값이 적다

 

 

* 최근 시집 - ‘새들의 습성

* 블로그 http://blog.naver.com/june7590

 

 

 

2. 무료 입주 광고- 양숙

 

최고급 인테리어

층간 소음 99% 차단

이웃집 시선도 완전 차단

냉난방 천연 강력 솔라 보장

자녀 독립 시까지 양육 식비 지원

 

목 좋은 효창 공원에 광고 했지만

누구하나 묻거나

오다가다 들르는 이도 없다

무료 입주 누구 없으신지?

 

교정 화단

생긴 것 보단 맘 큰 소나무가 들인

새둥지에 알 세 개

두어 주 지켜보던 어느 날 증발

분명 알 깰 시기가 아니었다

 

그 뒤로 찌그러지는 빈집 안쓰러워

나무 근처에 먹이도 슬쩍 놔주고

잡인 출입 금지 팻말 까지도

그런데 일 년 다 되도록 빈집이다

광고가 잘못 되었나…….

 

 

* 2012년 빈 둥지,

2013년 교정엔 봄이 익어 가는데 아직도…….

* 최근 시집 -‘하늘에 썼어요

* email :yasoo5721@sen.go.kr

* email : 55yas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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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에게 보내는 노래 - 김정욱 낭송 (안도현 시)

 

너를 위해 내가 불러줄 노래가 있으니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가야 할 길이 많아서 철길은 꿈쩍도 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철도노동자는 푸른 제복을 벗지 않고 있다

기다리는 기차는 오지 않았지만

대합실을 이대로 비워 둘 수는 없다

죽어도 누울 곳이 없는 껌팔이 소년과

귀싸대기 빨간 능금들은 좌판대 위에 두고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집이란, 돌아가 편히 쉬는 곳이 아니라

국물을 끓여먹고 등짝을 데우는 곳이 아니라

단지 떠나야 할 때 구두끈을 조여매는 곳

떠나지 않고는 돌아올 수 없으니

정작 돌아오려거든 늘 떠나야 한다

나 아닌 것들을 위해, 아니 나 자신을 위해서도

우리는 한번도 목숨 걸고 살아본 적 없었다

다가오는 겨울의 발자국소리만큼 덜컹대는

유리창 앞에서 아아, 흔들리는 마음 앞에서

갈탄난로를 피우지 않았다고 투덜대는 것보다는

세상은 내 한 몸이라도 들이밀어 바람구멍을 막아야 하는 곳

너를 위해 버려도 좋은 내 몸뚱어리 식지 않았으니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내가 불러야 할 노래는 끝나지 않았으니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 이생진 시인을 그림자처럼 따르는 사업가

* wook19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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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노는계집 창) - 김미자

 

강남 리츠칼튼 호텔 옆 대망이라는 룸살롱,

전옥수는 텐프로에는 속하지 못하지만

남자를 연민으로 바라보는 눈빛 탓에

고독한 남자들이 가끔씩 그녀를 찾는다.

 

그들의 고독을 다독여주면

남자들은 그녀 앞에서 벌거숭이가 되어

호령을 하다가

응석을 부리다가

마침내는 서러워 울분을 토해내며

옥수에게 매달렸다.

옥수는 그것이 좋았다.

서푼의 지폐를 챙기는 것보다

고교중퇴인 자기 앞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얻었다.

 

그런데 남자들은 취했을 때만 그녀를 찾았고

정신이 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옥수는 매번, 남자들이 내려놓고 간 고독을 짊어지고

또 다시 술 취한 남자들을 기다렸다.

 

 

황진이도 송도에서 첫사랑 김경원을 기다렸다.

서화담도 기다렸고

소세양에게는 연서를 쓰기도 했다.

이사종에게는 같이 살자고도 했고

지족선사에게는 몇 날을 두고 찾아가 교태를 부리기도 했다.

 

취한 남자들이 자꾸 발 앞에 엎어졌다.

뜻 모를 이야기들을 연신 내뱉었고

가슴팍을 헤집고 들어왔다.

그럴 때마다 황진이는 그들을 지아비로 섬겼고

그럴수록 남자들은 더 취하려 들었다.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지우기 위해 그들은 술잔을 놓지 않았다.

딱 열흘만’, ‘딱 석 달만’, ‘딱 육 년만이라면서 황진이도 같이 취했다.

 

 

그러나 벚꽃이 흐드러져 눈처럼 내리거나 계곡물이 깊어지면

황진이는 늘 먼저 짐을 꾸렸다.

떠나지 못할 사내의 등을 떠미는 대신에

합을 겨루고픈 사내 하나를 찾아 떠났다.

술이 취해야만 다가오는 사내들을 맞기보다

섬기고픈 사내들을 찾아 나섰다.

그녀는 기생이었다,

놀 줄 아는 계집!

 

 

* 누구보다도 잘 가르치려 노력하고 또 잘 가르치는 교사

* email : smfla@chol.com

 

5.   그리운 바다 성산포 - 허진 (시낭송가) 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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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인간사 - 유재호 낭송 (이생진 시)

  

내 인간사

나무가 답하리라

흙에 뿌리 박고

물을 찾아 천 길 만 길

내려가는 나무가 답하리라

 

내 인간사

산맥이 답하리라

산맥끼리 손잡고

골짜기 내려가며

답하리라

 

철부지처럼

아래로 아래로만 끌려가다가

원수도 만나고 허망도 만나는

산골 물이 답하리라

나머지는 외롭다고 푸념하는

산새가 답하리라

 

내 인간사

대답은 쉬워도

풀기는 어려운 것

산너머 고개너머

구름이 답하리라

 

시집 <산에 오는 이유>에서

 

* 봉재 사업가. 우리 시대의 진정한 歌客

 

 

7. 봄이 오면 나는 - 김경영 낭송(이해인 시)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에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 주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와 연못이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 email : rud-dud@hanmail.net

* 전문 낭송가 · 라인댄스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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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타인의 방 - 박산

 

익숙했던 것들이

갑자기 타인의 방에 든 양

낯설었다

 

스마트폰은 회중시계 흉내를 내며

손아귀에서만 놀다 호주머니 속으로 들었다

존재의 공간은 시도 때도 없이 안개가 꼈다

상황 판단을 위한 계산은 아주 어려웠지만

수치상으론 모든 게 완벽하다 했다

 

그래도 달무리 따위의 현상에는

나름의 슬픔이 여전했고

작아진 기계들은 움직임을 숨겼다

 

아침과 저녁이 구분지어진 하루가

새삼스러운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풀벌레도 꼭 풀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 최근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 블로그 http://blog.chosun.com/scrpark

 

 

9.

시와 눈물 - 이생진

 

 

200354일 낮 12

43 희생자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아끈다랑쉬오름을 찾아가 시를 읽는데

일흔 가까운 노인 한 분이

연상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보슬비도 눈물처럼 내리기에

빗물을 닦고 있겠지 했더니 그게 아니다

무슨 사연이 있느냐고 묻자

 

내가 열 살 때 가족과 친척 32명이 총살당하고

어선 한 척에 실려 일본으로 달아났을 때

민단은 우리더러 빨갱이라 하고

조청련은 우리더러 반동이라 하고

일본 사람들은 우리더러 조센징*이라 하고

정말 설 땅이 없었는데

오늘 고향 땅 이 자리에 와서

떡 몇 조각에 막걸리 따라놓고 비를 맞으며

정치인도 아니고 지방 유지도 아니고

유족은 더욱 아닌 사람들이

시를 읽어 혼을 달래는 것을 보니

저절로 눈물이 납니다하며 울었다

 

이날 보슬비는 하루 종일 내렸고

찔레꽃은 영혼처럼 희게 젖어 들어

비가 와도 휘파람새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온 마을이 불에 타고 눈물바다가 되던 그날

그 울음소리처럼 휘파람새가 울었다

 

 

*조센징 : 일본어로 조선인朝鮮人이라는 뜻이지만, 일제

강점기에는 강한 모멸감을 줬던 말이다.

<참고> 시집 골뱅이@ 이야기’ (44-45)쪽에서

 

* 시집 34권 외 다수. 최근작 골뱅이@ 이야기

* 블로그 http://islandpoet.com/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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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생진 담론 :

 

 

낭송하신 시와 눈물의 근간인 제주 4·3사태에 언급하시며

 

이를 다룬 최근 영화 ‘지슬’을 몇 번 씩 보았고 시인께서 2003년부터

 

그들의 영혼을 시로 달래기 위한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에서의

 

시적 퍼포먼스의 의미를 말하시며 아름다운 노란 유채꽃과 파랑새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그들의 둥지, 그것 자체가 삶이며 거기서 죽어간 이들을 말하는데 이념

 

과 정치적 해석이 앞서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토로 하셨습니다. 그 당시 일제강점

 

기 후의 사회 혼란성에 지금의 잣대로 좌와 우를 가르는 愚를 범하지 말고 고귀

 

한 생명의 버려짐 그 자체를 아파하자 하셨습니다.

 

그런 의미로 5월 제주도 4·3 행사의 연장으로 다랑쉬 굴에서의 시낭송을 언급 

 

하시며 368개의 제주 오름 중 다랑쉬오름이 가장 아름다운 오름이란 말도 강조

 

하셨습니다.

 

담론이 끝난 후, 윤준경 시인께서는 담론의 연장으로 당신의 家系에 얼킨 사연

 

을 눈시울 붉혀 말씀하셨습니다. - 대원군 김유신 장희빈 등의 역사소설을 집필

 

하셨던 소설가 윤승한이 부친임을 밝히시며 6·25정변의 이데올로기적 비참한 희

 

생자였음에도 단순 좌우 평가에 의해 남겨진 자식들은 통한의 세월을 보낸 이야

 

기를 하셨습니다.

 

이생진 시인께서 말씀하신 좌우 이념적 평가 전에 그 때 그 시대의 아픔을

 

먼저 이해하고 인간애의 우선으로 접근해야하다는 말씀을 듣고 설음이 복 받쳤다

 

하셨습니다.

 

 

윤설희: 윤설희씨는 다락방/ 외할머니댁/ 영상 등으로 잘 알려진

 

       ‘논두렁밭두렁’의 멤버이시며 70년 대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레코드로 발표한 인연이 있고

 

        아직도 인터넷상에 낭랑한 목소리의 ‘윤설희 낭송’ 이

 

        가장 많이 들려지고 있습니다.

 

        윤설희씨는 KBS 다큐3일 시청하던 중 이생진 시인

 

        모습을 뵙고 시인을 직접 뵙고 싶어 한 숨에 달려왔다고 하시며

 

        동생 윤설하 가수의 기타 반주로 그녀의 주옥같은 히트곡을 들려

 

        주셔 모인 분들을 아득한 추억 속으로 돌려놓았습니다.

 

 

        또한 현재 활동 중인 윤설하씨의 ‘벙어리 바이올린’

 

        노래도 들었습니다.

 

        두 분 모꼬지에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윤설희 낭송

 

 

다락방 / 논두렁밭두렁

 

 

* 유재호님의 꽃구경 찔레꽃 열창이 있었고

 

* 김춘희님의 성주풀이

 

* 김경영님의 갑돌이와 갑순이 노래에 맞추어 즐거운 율동이 있었습니다

 

*‘현승엽의 작은 음악회’로 4월 모꼬지는 갈무리 되었습니다

 

* 유가주 박병기 유병옥 성명자 한남숙 윤설하 윤설희 이장용 고윤주

 

  김여울 김영란 장윤경 이상훈 허진님 등이 참석하셨습니다.

 

  자리가 협소한 관계로 제가 다 기억하지 못한 분들은 널리 양해를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