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38

박산 2015. 7. 4. 10:12

    

  

 

                                                 모꼬지 세 돌 축하떡 윤준경 이생진 양숙 시인 6월28일 사진 by 김정욱

 

                

111-38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7월 26(매달 마지막 금요일)

 

7시 인사동 작은 사거리 50m 안국동 방향 전북지업사 골목

 

순풍에 돛을 달고(733-7377)

 

 

* 시인들만의 모꼬지가 아닙니다

 

  시인 보다는 시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만들어가는 모꼬지입니다

 

  시를 듣고 말하고 싶은 분은 누구나 오시면 됩니다 

 

 

    

 

1. 소리 명인(수필) - 양숙

 

2. 오래된 집 -  장윤경

 

3. 꽃과 술 - 김기진 낭송 (이생진 시)

 

4. 황진이 춤  - 김미자

 

5. 둘이서 하나이 되어  - 김경영 낭송( 김후란 시)

 

6. 여름밤의 꿈 - 허진

 

7. '안도-그 여자의 노래' -유재호 낭송 (이생진 시)

 

8. 톤레삽 호수에서 - 박산

 

9. 나의 인격 - 이생진 with 담론

 

 

 

 

 

 

111-37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스케치

 

6월 28(매달 마지막 금요일)

 

  

 

 

 

1. 객관적 사랑 - 윤준경

 

객관적 사랑에 손을 댔네

 

주관적 사랑에 실패한 그녀가 선택한

끝물 카드,

“사랑이 밥 먹여줘?”

 

나는 그녀의 객관을 믿기로 했네

사랑이 밥은 먹여줬을지 몰라도

밥보다 더 많은 것을

토하게 했네

 

야금야금 나를 잠식해 오는 그녀의 객관,

나는 더욱 냉철한 객관론자가 되었네

넘어져도 취해도

사랑 탓은 아니었네

 

믿음의 도끼는 어디로 갔을까 

늦은 밤, 실팍한 그녀의

“사랑.....사랑.....”이

객관의 저편을

재건축 중이네

 

 

* 최근 시집 - ‘새들의 습성’

* 블로그 http://blog.naver.com/june7590

 

 

 

2.너를 기다리는 동안 - 김정욱 낭송 (황지우 시)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이생진 시인을 그림자처럼 따르는 사업가

* wook1994@hanmail.net

 

  

 

 

 

3. 자물통 - 양숙

 

이러다간 남산이 무너지겠다

이렇게 꽝꽝 잠갔다고

열쇠 영원히 못 찾게 버렸다고

지켜지나 사랑이

이리 해서 지켜질 거라면

세계 최고 매장 철광산을 다 파서라도

아예 지구를 채워버릴 자물통을 만들겠다.

외계인 접근까지도 완전 봉쇄되도록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 하나 뿐

그걸 알고도 이런 잠금질이라니

차라리 ‘心身貞操帶’를 채울 것이지

애꿎은 목멱이 사랑 놀음 맹세에

지쳐 쓰러질 것 같아 마음 보태지만

안타까움만 커진다

 

에고, 이 사람들아

사랑이 그런 건가?

 

 

*2013.4-남산 정수리를 짓누르고 있는 자물통 때문에

관람대 지지 난간이 금가 위태로워 보였다

한 삼 년 정도? 지난 사이 이 지경까지

공공의 장소인데…….

 

* 최근 시집 -‘하늘에 썼어요’

 

* email :yasoo5721@sen.go.kr

 

 

4. 님의 침묵 - 허진 낭송 (한용운 시)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 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참아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 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에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에 원천을 만들고 마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에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 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 아!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님은 갓슴니다 아아 사랑하는나의님은 갓슴니다

푸른산빗을깨치고 단풍나무숩을향하야난 적은길을 거러서 참어떨치고 갓슴니다

黃金의꽃가티 굿고빗나든 옛盟誓는 차듸찬띠끌이되야서 한숨의 微風에 나러갓슴니다

날카로은 첫<키쓰>의追憶은 나의運命의指針을 돌너노코 뒷거름처서 사러젓슴니다

나는 향긔로은 님의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은 님의얼골에 눈멀었슴니다

사랑도 사람의일이라 맛날때에 미리 떠날것을 염녀하고경계하지 아니한것은아니지만 리별은 뜻밧긔일이되고 놀난가슴은 새로은 슬븜에 터짐니다

그러나 리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源泉을만들고 마는것은 스스로 사랑을깨치는것인줄 아는까닭에 것잡을수업는 슬븜의 힘을 옴겨서 새希望 의 정수박이에 드러부엇슴니다

우리는 맛날때에 떠날것을염녀하는 것과가티 떠날때에 다시맛날것을 믿슴니다

아아 님은갓지마는 나는 님을보내지 아니하얏슴니다

제곡조를못이기는 사랑의노래는 님의沈默을 휩싸고돔니다

 

 

*수필가 시낭송가 대도백화점 대표 회장

 

 

5. 길상사에서 - 김기진

 

 

가릉빈가가 내려다보는 일주문을 지나

맵시로운 석보살님의 기도를 듣고

영춘화 휘처진 담장 길을 지나

길상헌 뒤안에서 자야를 만났다

 

“내가 백석이 되어”를 읊어

천상 재희(再喜)를 믿어주고

법정스님 영정에 묵념한번 드리고

개울 따라 내려오는데

 

노오란 봄빛 같은 여인이

가슴으로 품어온 따뜻한 대추차를 권하여

결삭은 나무탁자에 마주 앉아

시 한 수 낭송하며

고마움을 깊이 음미하며 즐겁게 마시었네

 

대원각 기생의 춘정 벗던 소리

장엄한 범종에 가시고

사계(四季)에도 녹지 않는 눈

극락전 마당이 희다

 

자색 길상화가

향기롭게 피어나는 봄 경내엔

애틋한 파문이 심해(心海)를 흔들고 있었다

 

 

 

* 심해(心海) : 마음의 바다

  가릉빈가 : 불경에 나오는, 사람의 머리를 한 상상의 새. 극락새

  자색의 길상화 : 자야라는 애칭의 길상화는 자색일 것이라는 느낌

 

* 시인 한강문화탐방단 단장

 

 

6. 지팡이와 할머니 -유재호낭송 (이생진 시)

 

소모도 언덕길을 올라가는 검은 지팡이와 하얀 할머니

지팡이는 할머니를 만난 지 3년 됐고

할머니는 지팡이 없이 80년을 지내다가

지팡이를 만난 후부터는

지팡이 없인 하루도 지내지 못한다

 

할머니는 나를 보느라 잠깐 지팡이를 세워놨는데

지팡이는 나를 보지 않는다

할머니는 나를 보겠다고 허리를 펴는데

지팡이만큼 펴지지 않는다

지팡이는 허리를 굽히지 못하고

할머니는 허리를 펴지 못하고

지팡이는 할머니 없이 걷지 못하고

할머니는 지팡이 없이 걷지 못한다

이렇게 못하는 것끼리 만나

못하는 일 없이 사는구나

 

 

* 이생진 시집 <인사동>에서

* 봉재 사업가. 우리 시대의 진정한 歌客

 

 

                                                                                         이생진 다큐멘타리 김병수 PD

 

 

7. 철조망에 걸린 편지 -김경영 낭송(이길원 시)

 

어머니!거친 봉분을 만들어준 전우들이제 무덤에 철모를 얹고 떠나던 날피를 먹은 바람만 흐느끼듯 흐르고 있었습니다 총성은 멎었으나 숱한 전우들과 버려지듯 묻힌 무덤가엔 가시면 류관 총소리에 놀라 멎은 기차가 녹이 슬고스러질 때까지 걷힐 줄 모르는 길고 긴 철조망 겹겹이 둘러 싸인 덕분에 자유로워진 노루며 사슴들이내 빈약한 무덤가에 한가로이 몰려오지만 어머니!이 땅의 허리를 그렇게 묶어버리자 혈맥이라도 막힌 듯 온몸이 싸늘해진 조국은 굳어버린 제 심장을 녹일 수 없답니다 우리들의 뜨거운 피를 그렇게 마시고도 더워질 줄 모르는 이 땅의 막힌 혈관을 이제는 풀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식어버린 제 뼈 위에 뜨거운 흙 한줌 덮어줄 손길을 기다리겠습니다 무덤가에 다투어 피는 들꽃보다 더 따뜻한 손길을

 

 

* email : rud-dud@hanmail.net

* 전문 낭송가 · 라인댄스 강사

  

 

8. 술꾼의 자책점 - 박산

 

 

고주망태까지는 몰라도

술자리 마다하지 않으니

난 술꾼

 

술 안 마신다는핑계로

고결함만을 주장한다면

삶의 고단함이 나른하게 풀려

술에 녹록하게 비벼진

낭만은 아는지

 

술꾼의 모순은

밥상 반찬조차도

안주로 본다는 것이지만

더 큰 자책은

사람도 술상대만 골라

술로 사귀려한다는 점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아도

오랜 세월 친한 친구들

유찬이 인식이 석순이 등

 

이만하면 평균자책점

'4’는 넘지 않겠지

 

 

 

* 평균자책점(ERA) : 야구에서 투수가 9회 기준으로 상대 팀에게 허용한 평균 점수

 

 

* 최근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 블로그 http://blog.chosun.com/scrpark

 

 

 

 

 

9.  

 

허여사 1 이생진

-진도 홍주, 스물세 살

 

 

허여사許女史!

나는 처음으로 여자 이름에 감탄부호를 달았다

 

허여사!

그녀는 스물세 살 때 처음 술을 빚었고

나는 스물세 살 때 처음 여자 옆에서 술을 마셨다

 

허여사!

하고 내가 세 번째로 부르는 이름인데

그때마다 깜짝깜짝 놀랜다

 

그녀의 이름도 나의 이름도 이젠 쭈그러진 쭉정인데

어딘지 모르게 팽팽한 데가 있다

그녀와 나는 초면이다

만약 그때 만났으면 이렇게 가까이서

홍주를 받아들 처지가 아닌데

오늘은 남매처럼 아주 가까이 술상을 마주하고 있다

앞마당에 날아온 콩새 한 마리

이상하다며 머리를 갸웃거린다

이상할 거 없다고 쫓아버리면

다시 날아와 갸웃거린다

(2001.8.27)

 

*허여사 許女史(1929-2013):진도 홍주 무형문화재 제26호

전남 진도 홍주 기능보유자

(2013년6월12일 별세)

 

 

허여사 2

-술이 주인이다

 

 

그녀는 술을 빚을 줄도 알고

술을 권할 줄도 안다

 

홍주는 아무에게나 권하는 것이 아니라며

매서운 눈으로 날 쳐다본다

지초芝草에서 흐른 진홍색 물이

보리누룩과 한이불 속에 재워

발갛게 물들었을 때

그때 사람을 만나야 진짜라며

또 한번 내 눈을 뚫어지게 본다

그땐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술이 주인이란다

 

그제야 술이 묻는다

너는 술만큼 진하냐

너는 술만큼 정직하냐

이때 이 물음에 답하는 것은 내 얼굴빛

내 얼굴빛이 홍주빛일 때

비로써 내게 홍주 마실 자격을 준다

 

 

* 시집 34권 외 다수. 최근작 ‘골뱅이@ 이야기’

* 블로그 http://islandpoet.com/blog

 

 

이생진 담론 : 먼저 모꼬지 세돌 맞아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지금 우리가 있는 이 장소-순풍과 같이

 

를 들으며 저녁을 함께하듯 문학은 즐기며 해야 좋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최근 읽고 계신 책은 전쟁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데

 

히틀러는 무솔리니가 처형되었다는 말을 듣고 권총으로

 

자살했지만 독재자들이 사라진다 해도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며 전쟁에서 이기는 장군보다 전쟁을 미리 막는 장군이

 

진정한 장군이다라는 견해를 피력하셨습니다.

 

6월 작고하신 진도의 홍주 기능보유자 허여사와의 인연을

 

시로 승화시킨 시인께서는 무학자가 빚은 술이 수많은

 

대학교수들의 학위 논문의 대상이 되었고 허여사와 술을 나누며

 

맺었던 인연 등을 쓰신 관련 시와 함께 고인을 추모하셨습니다.

 

 

 

                              

 

*교방무용가 정선자님의 춤과 소리 공연이 있었습니다.

 

 

* 권주연님는 이생진의 시 다랑쉬 오름의 비가를 너무 좋아해

 

  낭송을 하게 되었다며 시인 앞에서 직접 낭송하는 기쁨을 표현

 

  하며 차분한 목소리로 낭송하였습니다.

 

 

 

* 이대의 김미숙 방성은 김희천 정다운 김영진 님등이 처음 참석

 

  하셨습니다. 임선녀님도 오랫 만에 참석하셨습니다.

 

 

 

* 유재호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파도 찔레꽃 꽃구경 등의 열창

 

  이 있었습니다. 꽃구경을 부를 때 감정이 복받쳐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동인들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 김경영님의 나는 행복합니다음악에 맞추어 따라한 율동이

 

  즐거웠습니다.

 

 

 

* 김미숙 김병모님의 토요일 밤에합창 및 요들송

 

* 고양시 시인협회 정다운님의 개그송-첫날밤에

 

* 김기진 시인의 자작시 취해 보니 알겠다낭송 및 술 병들고

 

  바지 걷어 올린 재밌는 퍼포먼스

 

 

* 이외 또 많은 분들과 순풍 모꼬지 세돌 잔치는 양숙시인이

 

  마련한 진흠모 세 돌이 찍힌 축하 떡과 김소양 시인이 가져온

 

  샴페인을 펑~하고 터트려 나온 고운 거품으로 자축하였습니다.

 

   

 

네 돌 다섯 돌 여섯 돌 저희 모꼬지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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