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34

박산 2015. 7. 4. 10:04

 

 

 

 

 

                                                                                                                                             문학신문 임수홍 발행인                                           

                                        

111-34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3월 29(매달 마지막 금요일)

 

7시 인사동 작은 사거리 50m 안국동 방향 전북지업사 골목

 

순풍에 돛을 달고(733-7377)

 

                                     

1.풋콩 - 윤준경

 

2.화살 나무 봄을 쏘다 - 양숙   

 

3.할매 바람 - 김성훈  

 

4.솔리스트 - 김정욱 낭송(박산 시)

 

5.고기리 봄 - 이채은 

 

6.가두리 양식장 - 유재호 낭송(이생진 시)  

 

7.여자의 이별과정에 대한 단상 - 김미자   

 

8.먼 나라 - 김경영 낭송 (성춘복 시) 

 

9.삼월아 / 아셨지요?  - 박산 

 

10. 나의 삼각지대 - 이생진 with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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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론 중이신 이생진 시인

                                                                            

                      

111-33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스케치(진흠모)

 

2013년2월 22(매달 마지막 금요일) 7                                          

                                                        

 

1. 짝퉁 - 양숙

 

일터 책상 위 거울 수시로 보던 때가 엊그젠데

나들이 전이나 화장실에서 흘낏 스쳐본다

언제 이리 처진 볼살에 치타보다 더한 깊은 주름이

키가 무려 3cm나 줄었지만 여전히 160이라고

단체복을 받았는데 반 이상이 끌리는 옷자락

나만 키를 늘였나?

(아니 줄어든 것을 쓰지 않고 전 것을 썼던가?)

아직은 줄지 않았을 새파란 젊은이들이 더 많이 끈다

 

십년 정도는 봐주겠는데

무려 이십년 가까이 젊어 보이는 그녀

거기다가 나보다 더 큰 키

부러운 마음 살며시 재우는데

실내에서 슬리퍼를 신고 나란히 서보니

어라? 비슷한 정도가 아니다 내려다보인다

주름 숨기려 별별 생각을 다하는 나나

키 키우려고 구두 안쪽에 깔창 대는 너나

서로가 짝퉁은 마찬가지

 

모두가 짝퉁임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짝퉁 공화국

거짓말했다고 얼굴 붉힐 정도가 아니라

태어난 아기 예쁜? 엄마를 닮지 않아 드러난 사실

성형이 나빠서가 아니라 했음을 숨겼다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드러난 사유는 그렇다)

이혼까지 할 지경이야

아기까지 낳고 살면서 그걸 밝혀 이혼한

그 남자는 완전 진품인가?

뭐든지 감싸줄 듯한 태도로 결혼했던

그 남자야말로

진짜 짝퉁 아닌가?

 

 

* 최근 시집 -‘하늘에 썼어요’시인(교사)  

* email : 55yasoo@hanmail.net

 

2. 사느냐 죽느냐 사이    -  낭송:김정욱/시 이생진

 

 

책상 위에 세 권의 책이 있다

하나는 강상중의살아야 하는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셸리 케이건의‘DEATH’(죽음이란 무엇인가)

그 사이에 내가 있다

골뱅이@ 이야기

살면서 샌드위치처럼 살아온 경험집經驗集

그 동안 얼굴은 어떻게 변했나

(잠깐 일어나 거울을 본다)

점점 얇아지는 얼굴에 검버섯만 늘어나는데

살아야 하는 이유도 죽어야 하는 이유도 모른 채

무덤으로 바뀌는 내 얼굴

눈썹에 흰 불이 옮겨 붙듯 그을음이 옮겨 붙는다

그래도 놀라지 않고 슬그머니 웃는 얼굴

이 시점에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인가

강상중의 책으로도 셸리 케이건의 책으로도

해결 되지 않는 나의 운명

그저 살아서 아슬아슬한 재미

눈물을 씻으며 살아온 재미

시를 쓰며 나를 달래듯 세상을 달래는 재미

이젠 그것을 죽음으로 환산할 때

오래 살았다

운명보다 오래 살았다

내 힘으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삶까지 살아서

고맙다

때론 내가 내 손을 잡고 울 때가 있다 (2013.2.2)

 

 

 

* 사업가(디자이너)

* wook1994@hanmail.net

 

 

 

 

 

3. ()를 내다 - 김미자

 

남자A.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당장 쏟아내지 못하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나만큼 못하는 것은

게으른 것이고, 생각이 없는 것이고, 노력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이 화내는 기준,

그러니 어디 화가 나지 않겠는가?

 

왜 그랬냐?’고 묻는다.

답을 할 시간을 채 기다리지 못하고 다시 다그친다.

상대는 맴도는 변명을 쏟아내지 못하고 그만 함구한다.

그는 속이 터져버릴 것 같아

했던 말을 처음하는 것처럼 격앙되어 또 퍼붓는다.

부화가 다 풀려야만 화를 멈춘다.

 

매사에 그는 못마땅하고 화가 났다.

화를 내고나면 늘 괴로워했다.

주변 사람들은 차츰 그 앞에서 말을 하지 않게 되었고

하나 둘 떠나갔다.

감정적인 소모는 그도 태우고, 남들도 태웠다.

그래서 그는 고독했다, 김중업(金重業)처럼!

 

남자B.

화를 내는 일은 자존심의 문제다.

화가 날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 전면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원색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무모한 일,

화를 내는 대신 눈을 감거나 심호흡을 한다.

 

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을 유형별로 도식화하고

그에 대한 대처법을 공식으로 만들었다.

그것을 대입, 적용하면서부터 그는

왜 그랬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어떻게 하면 좋냐고 묻게 되었다.

상황을 바꿔 주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자기 생각을 바꾸기도 했다.

 

그는 화를 다스리는 사람이 되었고

()를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화를 낼 상황에서도 그가 돋보이는 방법을 우선으로 찾았기 때문이다.

 

다만, 가까운 이와 술을 먹을 때 그는

주체 못하는 해방감으로 괴성을 지르기도 한다.

그 또한 고독했다, 김중업(金衆業)처럼.

 

여자A-Z.

여자는

화를 내지도,

다스리지 않는다.

눈물이 앞선다.

무엇으로든 쏟아내 버리면 화()까지 다다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중업(金重業):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로부터 탁월한 재능을 인정받은 가장 한국적인 건축가. 프랑스 대사관, 옛 한국미술관, 삼일빌딩, 올림픽 평화의 문 등의 작품을 남겼으며 필화사건과 정치적 탄압에 생을 재촉한 건축가이기도 하다. 김중업은 그의 천부적 능력과 곧은 성격 때문에 겸손보다 자존심을 앞세워 배고픈 시절을 겪음.

 

 

*김중업(金衆業): 무리 중자를 써서 군중을 이끄는 리더의 대명사로 패러디 하여 사용함.

 

교사

* email : smfla@chol.com

 

 

 

4. 길 - 낭송 김경영 (김기림 시)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넘어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 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 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 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 쳤다.
그런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던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준다.

 

* email : rud-dud@hanmail.net

* 전문 낭송가 · 라인댄스 강사

 

 

5.  시집 쫓아 세월 흘러도- 김성훈

 

* 이발료가 얼마지?

" 6000원 입니다 "

(내 시집은 7000원인데)

이 시 실려 있는

선생님 시집

9000원 주고 샀는데

그리운 바다 성산포

3000

인사동은 6000

오른 시집 값 쫓아

세월도 흘렀을텐데

선생님은 그대로

그 미소 짓고 계시고

나만 딱 이만큼 컸네

시간 흘러

더 값 오른

새 시집 나와도

선생님은 그대로

웃고 계시고

나만 딱 그만큼 더 자라

선생님 미소 닮아 가고 싶어라

 

* '나 미장원에서 커트했다'에서 이생진 골뱅이@이야기

 

 

온실과 선생님 - 김성훈

 

교정 한 구석

오래 된 온실 하나

꽃 핀 선인장과

이름 모를 꽃 사이

시집 읽고 계시는

우리 선생님 계신다

어머니 품 안처럼

따쓰한 미소 지으시며

  

* 시인

* ksh1171@hanam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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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이생진의 시를 흠모했다는 문학신문 임수홍 발행인 - 그리운 바다 성산포 낭송 중  

 

6.  아무도 없다 낭송 - 유재호(이생진시)

 

 

밤바다에는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어야 한다

물론 라마나 마하리쉬도 없어야 하고

나도 없어야 한다

없으면 서로 편하다

 

구름은 한 점

바람에 밀려 동으로 간다

바다는 갈 곳도 없으면서

떠날 것처럼 움직인다

아무리 움직여도 그 지리다

그 자리에 고기가 있다

낚시를 들이대고 몇 마리 건져간다

그들은 냉장고에 두지 않고 산 채로

바다에 뒀다가 건져간다

생명을 보관했다가 건져간다

서로 없으면 살상도 없다

모두 없어져 버리자

 

 

 

* 이생진 시집 <우이도로 가야지>에서

* 봉재 사업가. 우리 시대의 진정한 歌客

 

 

7. 행복이란 / 님그림자 - 김재호 하모니카 연주

 

 김재호: 교사

 

 

8. 임이여 어딜 다녀오셨나요?   - 박산

 

다녀오신 길 어딘지 몰라도

꽃길 십리

물길 백리

산길 수만리 비행하고도

녹녹한 손길로

끈끈하게 밤새 품어주신 그 사랑은

꿈꾸는 밤하늘이 되어

유난히 별이 반짝였고

구름은 쿠션 좋은

달콤한 솜사탕 덩이었지요

 

햇살 고운 아침

베란다 걸린 빨래 틈으로

잔뜩 배부른 까치 한 마리 사선 긋고 날다

마주친 내 눈 바라보고 싱긋이 웃고는

가던 길을 날아갑니다

 

임이여 어딜 다녀오셨나요

 

삼 계절 모두 물리치고는

오로지 봄만 가득 찬

백송이 붉은 장미가 나를 위해 춤을 추고

오백송이 노랑제비꽃이 나를 위해 도열해 있는

갓 구워 낸 피자위의 치즈댄스같은

그런 화원이었을 거라 짐작은 합니다

 

임이여 어딜 다녀오셨나요

 

묻지 않아도 되는 건 사랑입니다

보지 않아도 아는 건 사랑입니다

촉감이 좋아도 그건 사랑입니다

혀끝이 부드러운 구슬을 굴리면

그것 역시 사랑입니다

 

달빛만 그냥 보듬어 품고 있어도

임이 주시는 사랑 저리게 파고듭니다

 

 

(박산 시집- 노량진 극장(2008) 중)

 

 

* 최근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 블로그 http://blog.chosun.com/scr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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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생진 낭송 -

  

위험한 家系 낭송 이생진/1969/기형도(1960-1989)

 

1.

그해 늦봄 아버지는 유리병 속에서 알약이 쏟아지듯 힘없이 쓰러지셨다. 여름 내내 그는 죽만 먹었다. 올해엔 김장을 조금 덜 해도 되겠구나. 어머니는 남폿불 아래에서 수건을 쓰시면서 말했다. 이젠 그 얘긴 그만하세요 어머니. 쌓아둔 이불에 등을 기댄 채 큰누이가 소리질렀다. 그런데 올해에는 무들마다 웬 바람이 이렇게 많이 들었을까. 나는 공책을 덮고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잠바 하나 사주세요. 스펀지마다 숭숭 구멍이 났어요. 그래도 올 겨울은 넘길 수 있을 게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실 거구. 風病에 좋다는 약은 다 써보았잖아요. 마늘을 까던 작은누이가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지만 어머니는 잠자코 이마 위로 흘러내리는 수건을 가만히 고쳐 매셨다.

2.

아버지. 그건 우리 닭도 아닌데 왜 그렇게 정성껏 돌보세요. 나는 사료를 한줌 집어던지면서 가지를 먹어 시퍼래진 입술로 투정을 부렸다. 농장의 목책을 훌쩍 뛰어넘으며 아버지는 말했다. 네게 모이를 주기 위해서야. 양계장 너머 뜬, 달걀 노른자처럼 노랗게 곪은 달이 아버지의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이리저리 흔들 때마다 나는 아버지의 팔목에 매달려 휘휘 휘파람을 날렸다. 내일은 펌프 가에 꽃 모종을 하자. 무슨 꽃을 보고 싶으냐. 꽃들은 금방 죽어요 아버지. 너도 올봄엔 벌써 열 살이다. 어머니가 양푼 가득 칼국수를 퍼담으시며 말했다. 알아요 나도 이젠 병아리가 아니예요. 어머니. 그런데 웬 칼국수에 이렇게 많이 고춧가루를 치셨을까.

3.

방죽에서 나는 한참을 기다렸다. 가을 밤의 어둠 속에서 큰누이는 냉이꽃처럼 가늘게 휘청거리며 걸어왔다. 이번 달은 공장에서 야근 수당까지 받았어. 초록색 추리닝 윗도리를 하나 사고 싶은데. 요새 친구들이 많이 입고 출근해. 나는 오징어가 먹고 싶어. 그건 오래 씹을 수 있고 맛도 좋으니까. 집으로 가는 길은 너무 멀었다. 누이의 도시락 가방 속에서 스푼이 자꾸만 음악 소리를 냈다. 추리닝이 문제겠니. 내년 봄엔 너도 야간 고등학교라도 가야 한다. 어머니. 콩나물에 물은 주셨어요? 콩나물보다 너희들이나 빨리 자라야지. 엎드려서 공부하다가 코를 풀면 언제나 검댕이가 묻어나왔다. 심지를 좀 잘라내. 타버린 심지는 그을음만 나니까. 작은누이가 중얼거렸다. 아버지 좀 보세요. 어떤 약도 듣지 않았잖아요. 아프시기 전에도 아무것도 해논 일이 없구. 어머니가 누이의 빰을 쳤다. 약값을 줄일 순 없다. 누이가 깎던 감자가 툭 떨어졌다. 실패하시고 나서 아버지는 3년 동안 낚시질만 하셨어요. 그래도 아버지는 너희들을 건졌어. 이웃 농장에 가서 닭도 키우셨다. 땅도 한 뙈기 장만하셨댔었다. 작은누이가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다. 죽은 맨드라미처럼 빨간 내복이 스웨터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러나 그때 아버지는 채소 씨앗 대신 알약을 뿌리고 계셨던 거예요.

4.

지나간 날들을 생각해보면 무엇하겠느냐. 묵은 밭에서 작년에 캐다 만 감자 몇 알 줍는 격이지. 그것도 대개는 썩어 있단다. 아버지는 삽질을 멈추고 채마밭 속에 발목을 묻은 채 짧은 담배를 태셨다. 올해는 무얼 심으시겠어요? 뿌리가 질기고 열매를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심을 작정이다. 하늘에는 벌써 튀밥 같은 별들이 떴다. 어머니가 그만 씻으시라요. 다음날 무엇을 보여주려고 나팔꽃들은 저렇게 오므라들어 잠을 잘까. 아버지는 흙 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오셨다. 봐라. 나는 이렇게 쉽게 뽑혀지는구나. 그러나, 아버지. 더 좋은 땅에 당신을 옮겨 심으시려고.

5.

선생님. 가정 방문은 가지 마세요. 저희 집은 너무 멀어요. 그래도 너는 반장인데. 집에는 아무도 없고요. 아버지 혼자, 낮에는요. 방과 후 긴 방죽을 따라 걸어오면서 나는 몇 번이나 책가방 속의 월말 고사 상장을 생각했다. 둑방에는 패랭이꽃이 무수히 피어 있었다. 모두 다 꽃씨들을 갖고 있다니. 작은 씨앗들이 어떻게 큰 꽃이 될까. 나는 풀밭에 꽂혀서 잠을 잤다. 그날 밤 늦게 작은누이가 돌아왔다. 아버진 좀 어떠시니. 누이의 몸에서 석유 냄새가 났다. 글쎄, 자전거도 타지 않구 책가방을 든 채 백장을 돌리겠다는 말이냐? 창문을 열자 어둠 속에서 바람에 불려 몇 구루나무가 거대한 빵처럼 부풀어오르는 게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날 상장을 접어 개천에 종이배로 띄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6.

그해 겨울은 눈이 많이 내렸다. 아버지, 여전히 말씀도 못 하시고 굳은 혀. 어느 만큼 눈이 녹아야 흐르실는지. 털실 뭉치를 감으며 어머니가 말했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신다. 언제가 봄이에요. 우리가 모두 낫는 날이 봄이에요? 그러나 썰매를 타다 보면 빙판 밑으로는 푸른 물이 흐르는 게 보였다. 얼음장 위에서도 종이가 다 탈 때까지 네모 반듯한 불들은 꺼지지 않았다. 아주 추운 밤이면 나는 이불 속에서 해바라기 씨앗처럼 둥그랗게 잠을 잤다. 어머니 아주 큰 꽃을 보여드릴까요? 열매를 위해서 이파리 몇 개쯤은 스스로 부숴뜨리는 법을 배웠어요. 아버지의 꽃 모종을요. 보세요 어머니. 제일 긴 밤 뒤에 비로소 찾아오는 우리들의 환한 家系. 봐요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저 冬至의 불빛 불빛 불빛.

 

 

家庭 이상(1910-1937)

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 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 나는우리집내門裨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 나는 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해간다. 食口窓戶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收入되어들어가야하지않나. 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 처럼月光이묻었다. 우리집이앓나보다. 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 壽命을헐어서全當잡히나보다. 나는그냥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 을열고안열리는을열려고. (19362/카토릭 청년)

 

 

 

* 이생진 담론 -

 

지난달에 이어 기형도의 소설체의 시-‘위험한 가계,1969

 

이상의 시-‘가정을 비교 낭송하시며 기형도는 감성적 기록의 시라 언급

 

하시며 시가 갖는 진실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며 형식에 억매이다 보면 귀

 

중한 언어를 소비하는 결과로 귀결된다고 정의하시고 이상의 시가 갖는

 

건축학적으로 구조된 단답형 언어의 나열로 낭송한 가정이란 시는

 

함축적인 심리를 나타내는 이상 시의 천재성을 느낄 수 있다고 하셨습니

 

.

 

 

담론 후 오늘이 일본이 다께시마의 날이라는 착취적인 행사를 진행하

 

날이라,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그들의 교육을 받으신 시인께서 울분

 

심정으로 <독도는 낭만이 아니다>를 낭송하셨습니다.

 

독도는 낭만이 아니다   -   이생진

일본 정부가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일본이 우리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동해바다
3월이 가고
4월이 오는구나
일본의 야욕은 100년 전 그대로인데
자꾸 찢고 찢기는 나의 조국
일본은 또 무슨 생각으로 칼을 가는가
독도가 우리 땅인 줄 몰라서 다케시마라고 하는가
우리가 한국인인 줄 몰라서
우리 이름을 일본 이름으로 바꿔놨던가
그러고도 우리가 원했다고
넉살 좋은 사람들
말 못하는 독도를 위협하는 일본의 창시개명
침략의 근성을 버리지 않는 한
또 언제 우리 이름을 일본 이름으로 바꿔놓을지 모른다

동해바다
3월이면 떠오르는 불쾌한 먹구름


오등吾等은 자에 아조선我朝鮮의 독립국獨立國임과
조선인朝鮮人의 자유민自由民임을 선언宣言하노라’*


동포여!

기다란 독립선언서를 읽기 전에
독도를 읽어라
독도는 낭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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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신문.jpg

                                                                                              문학신문 2013.02.27  

 

* 뒷풀이 유재호 노래 / 김경영 율동 / 김재호 하모니카 연주 등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고국을 찾은 이희번 이죽형님 등의 교포 분들이

  고국 시의 향수를 찾아   저희 모꼬지 참석하셨습니다.

 

* 이만우 김계희님 등이 참석하셨습니다.

 

* 한국문학신문 임수홍 발행인이 참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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