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18

박산 2019. 4. 17. 20:11

 

 

                                                                           음유시인 현승엽 가수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107}

2019년 4월 26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7시)

종로구 인사동길 52번지 도로명 인사 14길 ‘시/가/연 詩/歌/演

(Tel.720 6244 김영희 이춘우 010 2820 3090/010 7773 1579)

종로→안국동 방향 (종각역부터 700m) 안국동→종로방향 (안국역부터 400m)

(도장낙관 어사프, 통큰갤러리, 고려서화가 있는 건물 지하)

 

1. 부러운 수탉: 양숙

 

2.목숨줄: 김효수

 

3.바닷가를 거닐 때: 낭송 조철암/ 시이생진 -황진이23

 

4.갯골: 이승희

 

5. 깃발: 낭송 김미희/ 시 이근배

 

6.연민憐愍: 김중열

 

7.긴 시간 짧은 시간: 낭송 유재호/ 시 이생진

 

8.봄날에 나는 꽃이 되겠습니다: 이돈권

 

9.별을 캐는 아이: 낭송 김경영/ 시 황금찬

 

10.땡큐유 Dr. 봄! : 박산

 

11.너는 나를 나는 너를: 이생진 with 담론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106} 2019년 3월 29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7시)

 

 

 

 

 

1. 향기를 덮고 입고: 양숙

 

암향인가 싶더니 어느 날 밤늦게 귀가 현관문 여니 와락 달려든다

낮엔 두꺼운 차림이 더워 코트 단추를 풀고 다녔는데

홀로 남향집 봄볕 잔뜩 쟁여 나 오기만을 기다렸구나

홀로 즐기기엔 아까워 모두 나누려고 안방 작은방 책방 화장실 문 모두 열어젖히고

배턴 터치 할 이도 없이 홀로 이어달리기며

싸이가 되어 감남스타일로 팡팡 띈다

옷장과 옷걸이에 걸린 얇은 옷들에게도

향수 대신 꽃향기 스미게 하고 싶어 이쪽저쪽 밀어주며

난향기로 거풍 시키다 침구 속에도 들이고 싶어 여기저기 들춘다

 

아무리 마릴린 먼로가 샤넬 5번 향수 극찬을 하며

"What do you wear to bed?"

"I only wear Shanel No.5"

하지만 이 난향만 하겠어요?

“오늘밤 향기를 덮고 입고 잘 거예요

나는!”

 

*매년 3월이면 긴기아난이 피어 어지럽다.

*마릴린 먼로 왈: 몸이란 꽁꽁 싸매고 가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한 것.

*참나무 이끼 샤넬5번 향수 제조에 쓰이다가 알러지 유발 논란으로 중단?

* 진흠모 편집인/ 시인 * email: 55yasoo@hanmail.net

 

 

 

2. 손과 발: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잠자기 전에 발을 씻는다

발바닥 발꿈치 발가락 사이사이를 비누칠하며 씻는다

평생 손은 그렇게 발을 씻어줬다

발은 한 번도 손을 씻어준 적이 없다

오늘은 발이 손에게 미안해 한다

나이 들면서 발도 철드나 보다 -시집 <섬 사람들>

 

* 진흠모 가수/ 낭송가

 

 

                                                                             김명옥 화가

3. 글: 김효수

 

목숨을 걸어놓고 손으로 글을 써 내려갈 때

글에 맞게 머리는 색상을 골라 곱게 칠한다

이때 얼마나 색을 잘 골라 칠하느냐에 따라

보는 사람이 푹 빠져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마음에 기쁨이 넘쳐 밝은 웃음 짓기도 한다

글마다 손과 머리가 한 몸으로 이루어질 때

험난한 세상도 끈기 있게 버티며 늙어 간다

태어난 글은 오직 정신을 먹고 사는 존재라

글을 쓴 사람이 명이 다하여 세상을 떠나도

그 정신이 힘차고 강하면 오래 사는 것이다

글이란 사람이 거짓으로 꾸미지 않고 쓸 때

글은 그 진실을 믿고 세상에 버티는 것이다

 

* 진흠모/ 시인

 

 

 

4. 흙의 손을 보았습니다: 이돈권

 

어머니 올해서야 비로소 흙의 손을 보았습니다

자기 몸속에 들어온 모든 것 품어 자식으로 키우느라

거칠고 검어진 흙의 손을 보았습니다

 

올봄 고추와 상추 그리고 가지 모종을 사다가 꾹꾹 심어 놓았을 뿐인데

마디마디 굵어진 손가락으로 뿌리내리게 하고 꽃 피우고 열매 맺게 하는 흙의 손

나는 문득 그 흙 속에서 어머니를 봅니다

 

봄여름 가을 논밭에서 일하시느라 실핏줄이 다 터져 시커멓게 변해 버린 어머니의 손등

어머니 오늘 밝은 햇빛 먹으며 열매 주렁주렁 매달고 화사하게 웃고 있는 흙이 키운 아들

저 고추나무를 봐주세요

 

크고 나면 다 자기들 잘나 자란 줄 알고 우쭐대는 자식이라도 마냥 흐뭇해하며

그 자식들 그늘 아래서 해맑게 웃고 있는 흙의 얼굴을 좀 봐주세요

자기 온몸을 헤집고 들어오는 자식들의 뿌리 뿌리마다 일일이 젖 물리는 흙의 젖가슴을 봐주세요

나는 오늘 그 흙을 만지며 실핏줄 터진 어머니 손등에 가만 내 볼을 비벼봅니다

 

* 시인/ 사업가

 

 

 

5. 내가 백석이 되어: 낭송 김미희 조철암 /시 이생진

 

나는 갔다

백석이 되어 찔레꽃 꺾어 들고 갔다

간밤에 하얀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는데 길을 몰라도 찾아갈 수 있다는 신비한 신발을 신고 갔다

 

성북동 언덕길을 지나 길상사 넓은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젊은 여인들은 날 알아채지 못하고

차를 마시며 부처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까치는 내가 온다고 반기며 자야에게 달려갔고

나는 극락전 마당 모래를 밟으며 갔다

눈 오는 날 재로 뿌려 달라던 흰 유언을 밟고 갔다

 

참나무 밑에서 달을 보던 자야가 나를 반겼다.

 

느티나무 밑은 대낮인데 참나무 밑은 우리 둘만의 밤 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울었다

죽어서 만나는 설움이 무슨 기쁨이냐고 울었다

한참 울다 보니 그것은 장발이 그려놓고 간 그녀의 스무 살 때 치마였다

나는 찔레꽃을 그녀의 치마에 내려놓고 울었다

죽어서도 눈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손수건으로 닦지 못하고 울었다

 

나는 말을 못했다

찾아오라던 그녀의 집을 죽은 뒤에 찾아와서도 말을 못했다

찔레꽃 향기처럼 속이 타 들어갔다는 말을 못했다

 

* 진흠모/ 낭송가

 

 

 

6. 별난 고독: 김중열

 

인사동 밤거리엔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도 거닐겠지만 때론 떠나보낸 사연도 많더란다

한 여인을 떠나보내며 좀 더 부드럽게 사랑해줄 것을 하던

그런 아쉬움에 5000원 지폐 내놓고는 거리에서 마이크를 잡는 머스마가 있더란다

 

love me tender love me sweet never let me go you have made my life complete and I love you so

 

지나가던 젊은 연인들 중에 검정색 단발머리 여인이 박수를 치며 더 불러주실 수 있으세요 아빠 생각이 절로 나는대요 하며 만원 지폐를 건네던 그 때가 즐겁기도 하다 그때만 하여도 사랑이란 무엇인가 거리를 뒤적이던 그런 시절 갓 칠십을 넘던 그런 옛이야기로 love me tender love me true all my dreams fulfil for my darling I love you and I always will 박수 소리가 요란하다

 

밤거리에 그림자 밀려 쌓여오기를 그는 마이크를 놓고 처연하게 고독을 집어 들고 인사동거리를 벗어난다 지금 그 할배는 그 거리를 지날 때마다 버려진 사랑일랑 주워 들며 배낭에 한줌씩 챙겨 넣고 그리고 love me tender love me dear tell me you are mine I'll be yours through all the years till the end of time 막걸리에 취하여 모두가 떠나가 버린 한적한 거리에서 뜻도 모르는 사랑을 주워 들고 남겨진 그림자들에게 사랑을 하나씪 나누어 주며 가버린 거짓사랑을 노래하기를 for my darling I love you and I always will..... 인사동에 별난 고독은 지금도 노래한다 밤이면 밤마다

 

* 아라 밴드 이끎이/ 시인

 

 

 

7. 천년 사랑: 낭송 한옥례 /시 박종화

 

천 년에 한 알씩 모래를 나르는 황새가 있었단다. ​

그 모래가 쌓여 산이 될 때까지 너를 사랑하고 싶다. ​

천년에 한번 피는 꽃이 있었는데 그 꽃의 꽃잎이 쌓이고 쌓여 하늘에 닿을 때까지 너를 사랑하고 싶다. ​

학은 천 마리를 접어야 행복을 가져다주지만 나에겐 너만 있으면 행복하다. ​

 

하늘에게 소중한건 별이고 땅에 소중한건 꽃이고 나에게 소중한건 바로 너란다. ​

내가 한강에 100원을 빠트렸을 때 그거 찾을 때까지 우리 사랑하자. ​

 

예전엔 모르던 사랑 지금은 편안한 사랑 나중에 편안할 사랑 바로 너란다. ​

장미꽃은 사랑 안개꽃은 죽음을 뜻하는데 난 너에게 안개꽃의 장미를 꽂아주고 싶다. ​

왜냐면? 난 너를 죽도록 사랑하니까. ​

 

영혼이 맑은 그대 일생을 통해 만난 이 세상 다 변해도 사랑해요 영원히……. ​

햇살이 눈부신 날 투명한 유리병에 햇살을 가득 담고 싶다

 

너의 흐린 날에 주기위해서 너의 흐린 날에 주기 위해서 ​ 사랑한단 말이다 사랑한단 말이다. 사랑한단 말이다 ​

 

* 낭송가

 

 

 

8. 무제: 노희정

 

찔끔 열린 창 너머로 흘러오는 무수한 사연들 굵은 빗소리였다가

세우(細雨)처럼 가늘었다가

안단테 안단테 24시간의 끊임없는 수다 실밥 터진 자동차 바퀴 속에 맴돌다

들려오고 철썩철썩 배고픈 사자의 포효로 달려왔다가

살금살금 도둑고양이의 발걸음으로 다가와

미풍에 날리는 낙엽 몸짓으로 밀려가는

수당 없는 시간과 밀당하는 파도의 말 못 할 사연 방황하다 표류하는데

깨어있는 시간 잠든 시간에도 내 몸 속 구석구석 유랑하는 푸른 피 살아있는 동안

수혈 받지 않고 돌아야만 존재하는

적혈구의 고달픈 생 들을 수 있어서 걸을 수 있어서

느낄 수 있음에 고개 숙여야하는 것

시간이 멈춰야 비로소 쉴 수 있는 것의 비애

24시간 오감으로 체감할 수 있음에

카오스 세상이 얼마나 고마운지 영원히 잠든 자는 알고 있다

 

* 시인/ 육필문학관 관장

 

 

 

9. 봄이 오면 나는: 낭송 김경영/시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 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와 연못이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10. 임이여 어딜 다녀오셨나요: 낭송 이다현/시 박산

 

다녀오신 길 어딘지 몰라도

꽃길 십리 물길 백리

산길 수만리 비행하고도

녹녹한 손길로 끈끈하게 밤새 품어주신

그 사랑은 꿈꾸는 밤하늘이 되어

유난히 별이 반짝였고

구름은 쿠션 좋은 달콤한 솜사탕 덩이었지요

 

햇살 고운 아침 베란다 걸린 빨래 틈으로

잔뜩 배부른 까치 한 마리

사선 긋고 날다 마주친

내 눈 바라보고 싱긋이 웃고는

가던 길을 날아갑니다

 

임이여 어딜 다녀오셨나요

 

삼 계절 모두 물리치고는

오로지 봄만 가득 찬 백송이 붉은 장미가

나를 위해 춤을 추고

오백송이 노랑제비꽃이 나를 위해 도열해 있는

갓 구워 낸 피자위의 ‘치즈댄스’ 같은

그런 화원이었을 거라 짐작은 합니다

 

임이여 어딜 다녀오셨나요

 

묻지 않아도 되는 건 사랑입니다

보지 않아도 아는 건 사랑입니다

 

촉감이 좋아도 그건 사랑입니다

혀끝이 부드러운 구슬을 굴리면 그것 역시 사랑입니다

 

달빛만 그냥 보듬어 품고 있어도

임이 주시는 사랑 저리게 파고듭니다

(박산 시집 '노량진 극장' (2008) 25쪽)

 

* 진흠모 이끎이/ 시인

 

 

11.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낭송 이생진 -이바라기 노리코 지음/정수윤 옮김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마다 와르르 무너져 내려 엉뚱한 곳에서 푸른 하늘 같은 것이 보이기도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곁에 있던 이들이 숱하게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 모를 섬에서 나는 멋 부릴 기회를 잃어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다정한 선물을 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할 줄 몰랐고 순진한 눈빛만을 남긴 채 모두 떠나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의 머리는 텅 비고 나의 마음은 꼭 막혀 손발만이 짙은 갈색으로 빛났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의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그런 멍청한 짓이 또 있을까 블라우스 소매를 걷어붙이고 비굴한 거리를 마구 걸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선 재즈가 흘러나왔다 금연 약속을 어겼을 때처럼 비틀거리며 나는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탐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몹시도 불행한 사람 나는 몹시도 모자란 사람 나는 무척이나 쓸쓸하였다 그래서 다짐했다 되도록 오래오래 살자고 나이 들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프랑스 루오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 <주>이바라기 노리코 (1926-2006) 본명 미우라 노리코: 일본의 시인, 수필가, 동화작가, 각본가

 

 

*  이생진(1929~): 떠돌이 방랑 시인  

 

    이생진 시인 담론:

         적어도 구십은 넘어야 아름답게 보이고 사랑스럽게 보입니다(일동 웃음!).            

        여러분들이 아무리 하셔도 나처럼 구십을 살아야 사랑을 압니다.(중략)           

        윤동주의 일본 후배이지만 이바라기 노리코는 윤동주를 만난 적은 없습니다. (중략)

        윤동주가 감옥에서 해방 6개월을 앞두고 못하고 죽었습니다. (중략)

        이바라기 노리코 지음 ‘처음 가는 마을’ 여러분들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김경영 님의 몸풀기 댄스

 

 

 

 

* 진흠모가 자랑하는 국악인 김수정 님의 판소리 흥보가 중 한 대목을 들었습니다    

 

 

* 유재호 님의 시노래

 

 

 

* 서산 이희영 선생님, 뮤지컬 감독 심상태님 등이 처음 참석하셨습니다.

 

                                                                     심상태 뮤지컬 감독

 

* 현승엽과 함께하는 이생진 시인의 퍼포먼스로 봄맞이 진흠모 진행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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