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눈이오름에서 똥 밟았다

박산 2019. 4. 24. 11:13

 

 

 

 

용눈이오름에서 똥 밟았다 -

 

휘파람새 소리가 이 기슭 저 기슭 요란한

제주 용눈이 오름에 올랐다가

바람 잦은 오름

키 작은 풀 숲

보랏빛 할미꽃 사이사이

무심코 지나다 ‘뭉클’ 똥 밟았다

 

말똥이련 했는데

아는 척 하는 일행은

크기로 보아 소똥 이란다

말똥이면 어떻고 소똥이면 어떠랴

똥 밟으면 좋다는데

한 번 더 밟을까

저기 보이는 성산 일출봉 보며 밟은 똥은

뜨는 아침 태양처럼 운수대통일 것 같고

용눈이오름이니

용 눈알에 번쩍 빛나 하늘로 오를 것 같다

용눈이오름에서 똥 밟았다

그래서 기분 좋다

 

(박산 시집 '노량진 극장' 16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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