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 멋쟁이 청로
꼰대 차림새 ㅡ
오랜만에 주례를 맡았다
로션도 듬뿍 바르고
진한 향수 뿌려
모처럼 때 빼고 광을 냈다
의사 신랑, 성악가 신부에게
환자 진료하듯 서로 친절하게
쇼팽의 '봄의 왈츠'처럼
서로 잔잔하게
그렇게만 살면 좋겠다
간단 주례사로 당부하고
흐뭇한 기분으로 와인 몇 잔 마시고는
양재역 화장실에 들러 줄을 섰는데
내 앞 마흔 안팎 서넛 일행 중 하나가
"어르신 먼저 일보시게 양보해야지!
얘들아 비켜라!"
얼떨결에 먼저 일을 보긴 했지만
"고맙다!" 소리는 안 나왔다
주례 본다고 너무 꼰대 차림새를 했나?
후회가 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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