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일암 연가

박산 2019. 4. 1. 09:43

 

 

향일암 연가 ㅡ
 

 


 향일암 관음전 바위굴 계단 오르는데 
 떨어진 동백꽃 둘이 붉게 누워 있다 

 바람의 인연인가 
 누군가의 바람일까 

 아니다.... 
 아니다.... 

 바다만 바라보던 부처가 
 미동도 안 하던 그 부처가.... 
 억겁의 찰나에 짝을 찾아 
 속세 흉내를 내는 중이다 

 눈 감은 스님의 목탁소리가 빨라졌다 
 장삼을 훌훌 다 벗어 버렸다 
 프리드 머큐리처럼 최소한의 속옷 바람으로 
 목청 돋운 經이 광시곡으로 변했다 

 Mama, just killed a man! 
 .......
 ....... 

 Galliaeo! 갈릴레오! Galliaeo! 갈릴레오! 

 이 아우성을 알 길 없는 나그네는 
 낭떠러지 바닷길 용케 벙글거리는 동백 
 그 붉은 게 그저 좋아라 

   (2019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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