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사진 우영석)
임이여 어딜 다녀오셨나요 -
다녀오신 길 어딘지 몰라도
꽃길 십리
물길 백리
산길 수만리 비행하고도
녹녹한 손길로
끈끈하게 밤새 품어주신 그 사랑은
꿈꾸는 밤하늘이 되어
유난히 별이 반짝였고
구름은 쿠션 좋은
달콤한 솜사탕 덩이었지요
햇살 고운 아침
베란다 걸린 빨래 틈으로
잔뜩 배부른 까치 한 마리 사선 긋고 날다
마주친 내 눈 바라보고 싱긋이 웃고는
가던 길을 날아갑니다
임이여 어딜 다녀오셨나요
삼 계절 모두 물리치고는
오로지 봄만 가득 찬
백송이 붉은 장미가 나를 위해 춤을 추고
오백송이 노랑제비꽃이 나를 위해 도열해 있는
갓 구워 낸 피자위의 ‘치즈댄스’ 같은
그런 화원이었을 거라 짐작은 합니다
임이여 어딜 다녀오셨나요
묻지 않아도 되는 건 사랑입니다
보지 않아도 아는 건 사랑입니다
촉감이 좋아도 그건 사랑입니다
혀끝이 부드러운 구슬을 굴리면
그것 역시 사랑입니다
달빛만 그냥 보듬어 품고 있어도
임이 주시는 사랑 저리게 파고듭니다
(박산 시집 '노량진 극장' (2008) 25쪽)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향일암 연가 (0) | 2019.04.01 |
---|---|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217 (0) | 2019.03.21 |
웃다 (0) | 2019.03.04 |
공친 날 화가 난 사람들 ㅡ (0) | 2019.02.25 |
인사동 시낭송모꼬지 진흠모 216 (0) | 2019.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