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친 날 화가 난 사람들 ㅡ

박산 2019. 2. 25. 11:50

 

 

'히말라야에서 만난 아이' Photo By 윤영호

 

 

공친 날 화가 난 사람들 ㅡ

 

낮 2시가 훨씬 넘었는데도

곤지암 소머리국밥집 가마솥은

불황을 비웃으며

흰 김을 펄펄 뿜어내고 있다

 

잰 손놀림이 대여섯 앉은 손님상에

파김치에 수저를 놓고는

구겨진 인상 앞자리부터

곰탕 한 그릇씩을 안겼다

 

오비가 나서 망쳤다

술값 뒤집어썼다

파 이글 계백장군 핸디 보기.....

파편이 되어 튀는 단어들이

국그릇에 비 오시듯 빠졌다

 

즐기자고 공친 날 성질내면 되나

여유 있는 자가 밉살맞게 끼어들었다

 

화장실 통로에서는 잰 손놀림이

전화기를 두 손으로 감싼 채 통화하고 있다

오늘도 공쳤다고?

당신 정말 왜 그래?

우리 네 식구 어떻게 먹고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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