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는 벅찬 축복을 위해 진흠모 모두는 손에 손을 잡고 '올드 랭 사인'을 합창했습니다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104} 2019년 1월 25일 (매월 마지막 금요일 7시)
종로구 인사동길 52번지 도로명 인사 14길 ‘시/가/연 詩/歌/演
(Tel.720 6244 김영희 이춘우 010 2820 3090/010 7773 1579)
종로→안국동 방향 (종각역부터 700m) 안국동→종로방향 (안국역부터 400m)
(통큰갤러리 미호갤러리 고려서화가 있는 건물 지하)
1. 글쟁이 직무유기: 양숙
2. 한 살 더 먹고 보니: 김효수
3. 가다가: 낭송 유재호/ 시 이생진
5. 풍장(風葬): 이명해
* 공짜: 박호현 (부산발도르프학교 2학년)
6. 구십 이상 살려면: 김정민
7. 오늘이: 낭송 김미희/ 시 이생진
8. 존재의 이유 3: 김중열
9. 일기예보: 이돈권
10. 아! 어머니: 낭송 김경영/ 시 신달자
11. 난 머슴이로소이다: 박산
12. My Way: 이생진 with 담론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103} 2018(12월 28일) 송년 모꼬지 스케치
1. 나의 시간: 양숙
저만치 걸어가고 있다
동그스름한 어깨
구부정하지만 햇살 받은 등
다사롭다
지팡이 대신
느긋함 짚었기에
여유롭고 평화로워
말 걸고 싶다
* 진흠모 편집인/ 시인 * email: 55yasoo@hanmail.net
2. 한 해를 보내며: 김효수
저무는 한 해 끝자락 붙잡고 지나간 날 돌아본다
아무 일 아닌데 긴 걱정에 잠조차 이루지 못하고
날이 새도록 어둠과 싸우다 짠 눈물에 젖은 얼굴
늘 이웃에 아주 겸손하고 양심 있는 척 보냈으나
속은 항상 주변 눈치 봐가며 욕심을 부렸던 모습
새해 맞아 가슴에 꿈과 희망의 씨앗 잘 심어놓고
이 한 해 정말 사람답게 살려 얼마나 다짐했던가
그런데 저무는 한 해 끝자락을 붙잡고 들춰 보니
누가 뭐래도 자신 있게 자랑할 날은 보이지 않고
휴지 같이 구기고 찢겨 세월 따라 뒹굴고 있구나
다짐도 산다는 건 만만치 않아 어쩔 수 없었던가
한 해 끝자락을 붙잡고 핑계 아닌 핑계를 대본다
그럴수록 면목 없어 큰 한숨 길게 쉬며 중얼댄다
오는 한 해 맞이하면 절대로 핑계는 없을 거라고
* 진흠모/ 시인 ‘
3. 더’ 사는 시인: 낭송 김미희/ 시 양숙
언제부터인가 주어진 삶을
‘더‘가 아닌 ’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여유’라는 이름의 ‘게으름’을 즐기고 싶은
아주 미미한 몸의 명령에
차츰 복종해 가는 나 자신을 돌아보니
90이 넘도록 편안하고도 정열적으로
‘더’ 살아가고 있는 ‘이생진 시인’
존경을 넘어서 경이롭게 느껴진다
어느 풍파에도 타협하거나 굴하지 않는 울연함
동시대 한 공간에서 같은 화젯거리로 호흡하며
배울 수 있음에 행복하다
‘덜’에서 ‘ㄹ'을 덜어 내야겠다는 의지가 꿈틀댄다
‘ㄹ'의 가운데를 펼쳐 살며시 당겨 ‘乙’자 만들어
훨훨 날려 버려야겠다
마음줄 당겨 다잡아
다시 ‘더’ 살아 보자 이생진 시인처럼!
* 진흠모/ 낭송가/ 시인
4. 겨울나무: 이돈권
모두 벗었다고 그런 추운 눈으로 바라보지 마라
그는 봄 여름 가을 치열한 삶의 전쟁 치른 후
무거운 전투복 벗고 포근히 잠자고 있다
다 떠났다고 설익은 언어로 동정하지 마라
그는 지금 새로운 대지와 또 다른 뜨거운 봄날을 잉태 중에 있다
사람들아 겨울 벗은 나무 곁을 지날 때는
우리 발소리도 숨죽여 지나자
그는 지금 하늘 향해 두 팔 높이 벌리고
깊고 기쁜 기도 중에 있다
* 시인/ 사업가
5. 유모차: 김명중
삼십대 중반의 젊은 여자가 유모차를 밀고 가고 있다.
자동차 시트보다 더 푹신푹신한 의자에 기저귀 가방과 아이를 태우고 간다.
팔순쯤 되신 할머니가 유모차에 끌려가고 있다.
시멘트가 붙어있는 벽돌 두 장 달랑 싣고
구겨진 약봉지만 태운 채 팔자걸음으로 끌려가고 있다.
세월이 유모차를 밀고 당기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 진흠모/ 어사 시인
6. 시 읽는 재미: 낭송 유재호/ 시 이생진
아무리 못 쓴 시라도 꼭꼭 씹어서 읽으면 제 맛이 난다
내 시에서는 내 맛이 나고 네 시에서는 네 맛이 난다
그 맛 때문에 깊은 밤 고독을 밝히며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너도 시를 읽어라 내 맛이 날 때까지 읽어라 읽고 또 읽어라
내 맛이 나지 않거든 버려라
미안하지만 내 시에서 땀 냄새가 날 때까지 읽어라
내 시에서 눈물이 날 때까지 읽어라
땀과 눈물이 나지 않는 시는 읽지도 말고 쓰지도 말라 -시집 <섬 사람들>
* 진흠모 가수/ 낭송가
7. 보물창고: 이승희
오늘 금덩이를 입에 물었다
내 나이 스물다섯에 금이 간 첫사랑을
금으로 감싸주던 시골 의사,
이십년 만에 다시 입에 물어보는 금덩이
이번에는 시카고에서 공부했다는
젊은 의사가 금덩이를 입에 물려준다
세월이 갈수록 쌓이는 금조각들
한 백년 살다보면 내 입은 보물창고가 될 것이다
내 입에 금은 쌓여가는데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늘 가볍다
쌓여가는 금 처럼 내 입도 비싸고 무거 웠으면
* 섬 여행가/ 시인
8. 마음의 흔적: 권영모
사랑이었어 이름조차 가물가물 기억에서 벗어나는 가을
그 봄날 가슴만 요동치게 했던 문득 떠오르는 날
그리움이었나?
멀어진 흔적 자꾸만 떠오르는 것이 지쳐 버렸나?
먼 바다로 떠나 삶을 영위하다 회귀하는 고기떼처럼
고향 하늘을 자꾸만 바라보는 것이
오늘 밤 바람이 차갑다고 아우성인데
왜 가슴은 탁한 공기에서 벗어난 상쾌함인지
* 진흠모/ 서예가/ 시인
9. 신지도에서 편지를 쓰다: 최대남 낭송/ 시 구지평
10. 그리운 바다 성산포: 낭송 한옥례/시 이생진
살아서 고독 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서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를 보고 있는 고립 성산포에서는 주인을 모르겠다 바다 이외의/ 주인을 모르겠다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 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에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무더웠던 사람 죽어서 시원하라고/ 산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두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 낭송가
페이스북 방송인 김중열 님
11. 희야 39: 김중열
끼 있는 여자가 바람을 몰고 오더니 오늘은 겨울비가 을씨년하게 하루 종일 추적이며 내린다 일찌기 집에 돌아와서 딸기에, 땅콩부스러기에, 햄에, 게맛살에, 양배추를 썰고, 이것저것 더 추스려서 마요넷츠를 비빈다 그리고 막걸리를 마시고는 일찌기도 잠자리에 드는 요즘은 설피 피곤을 느끼고는 한다 끼 있는 여자가 바람을 몰고 오더니 어제는 첫눈을 불러대며 다가서더니 오늘은 간 곳 몰라 허전해 하기를 그러나 나는 나를 사랑하기 시작한 언제부터인가 상록수가 움트기 시작했단다 비록 나의 운명이 내일에 마지막이라 하여도 끼 있는 여자가 비 눈 바람을 혹은 눈물을 불러낸다 하여도 나는 나를 사랑하리라는 매일 하루에 한 그루씪 변함없이 상록수를 심어가는 내가 끼 있는 머슴으로 내 스스로를 낮추어가며 싫어하는 이들도 흔쾌히 반기리라는 마지막일지 모르는 바람을 불러 나는 나는 마냥 웃고 있더란다 (18.12.4. 겨울비가 막걸리를 부른다)
* 아라 밴드 이끎이/ 시인
12. 고운소리 새 : 낭송 김경영/시 황금찬
고운소리 새는 언제나 맑고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한다.
어느 날 별이 찾아와 물었다 어떻게 하면 맑은 소리로 노래 할 수 있느냐고
맑은 물소리를 들어라 물소리보다 더 맑은 소리는 이 자연 안엔 없다.
하루는 맹수가 찾아와서 맑고 고운 소리를 내는 방법을 물었다.
새가 노래하면 꽃이 피고 선한 동물들은 춤을 추고 계절의 바람은 불고 세상이 다 평화스러운데
내가 큰 소리로 울면 나뭇잎은 떨어지고 꽃은 피지도 않고 선한 동물들은 다 숨는다.
나도 고운 소리로 울고 싶다. 고운소리 새는 맹수에게 말했다.
네 소리를 지배하는 것은 살기와 약탈과 억압과 야성과 능멸과 욕심이다.
이것을 다 버리고 사랑과 협조와 평화의 마음을 가져라
그러면 네 소리도 물소리처럼 맑아지리라.
맹수는 고운소리 새에게 고맙다고 하며 돌아갔다.
고운소리 새는 하늘에 집이 있다.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13. 꼬막: 박노해/ 낭송 정영구
14. 막: 박산
막 엎어지고
막 구르고
막 먹고
막 가고
막 쉬고
막 벌고
막 쓰고
막 吐하고
막 죽으려다가도
막 좋아 하는 건
막 할 수가 없다
(박산 시집 ‘노량진 극장' 중에서 )
* 진흠모 이끎이/ 시인
15. 生子: 이생진 -살아서 시를 쓴다는 거
공자孔子
노자老子
맹자孟子
손자孫子
순자荀子
장자莊子
주자朱子
한비자韓非子 (가나다순)
나도 내 이름에 <子>를 달아본다
<生子> 멋있다
생기가 돈다
저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유일한 생존자
이것이 특혜다
산 자에겐 고독이 있다
그 고독을 갈고 닦아 시를 쓴다
얼마나 행복한가
生子!
나는 지금 시를 쓴다
*시집 '무연고' 작가정신/62~63쪽
* (1929- ) 떠돌이 방랑 시인
이생진 담론: 만일에, 공자나 맹자나 노자가 살아계셨다면 아마 나를 혼냈을 겁니다.
(시인께서는 제사 축문을 읽듯이 이 시를 읽었다)
이 분들이 이 자리에 오신다면 나는 할 말이 있습니다,
“90을 살아 봤느냐고?”
이 자리에 90을 사신 분이 한 분도 없습니다,
이즘 퀸의 노래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나 역시 프레디 머큐리를 만난다면 나는 이리 말할 것입니다.
그리 공연을 잘하는 사람이 어찌 그리 몸 관리를 못해서 그리 일찍 죽었느냐고 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90을 살게 되면 큰 소리로 하세요.
*이순복 박영숙 님 등이 처음 참석하셨습니다.
* 광명시 기형도 문학관 김성복 석영만 님 등이 참석하셨습니다.
* 오경복 님이 낭송가 한옥례 님과 처음 참석하셨습니다.
* 제주 고훈식 님이 참석하셨습니다.
* 권영모 님의 시집 ‘내 마음의 여백’ 모두 나눔했습니다.
* 김명중 유재호님의 흥겨운 노래가 있었습니다.
* 마니또 게임: 누군가의 요청 없이도 십시일반 작은 선물을 모아 모두 함께 나눔했습니다.
손영락 화백의 산수화 달력도 나눔했습니다.
* 이생진과 함께하는 현승엽의 퍼포먼스 공연으로 2018 진흠모 모꼬지를 마무리 했습니다.
* 자리가 비좁아 서서 참석하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평시에는 자리가 넉넉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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