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강

박산 2019. 5. 8. 14:08

 

                                                                                         'Return' Photo by 임수길


도시의 강 


어둠이 찾아와 
 불빛이 잉잉거렸다 
다리 위 술 취한 자동차들이 
별 몇 개씩 따고 지났다 

 물고기 두 마리가 펄떡 둔치로 뛰어올라 
 입술 붙은 연인의 가슴에 각각 붙어 
 비늘이 떨어지는 것도 모르고 할딱거렸다 

 누군가 집어던진 스마트폰 동영상이 
 제멋대로 누워 켜지더니 
 사라진 모래톱을 꺼내 찍기 시작했다 

 저만치서 뿔 달린 검은 소 한 마리가 
 딸랑딸랑 워낭소리로 다가오다 
 길이 갑자기 사라지자 하늘로 날았다 

 어둠 물결 속 한옥 기왓장들이 
 이끼를 잔뜩 앉힌 채로 둥둥 떠다니다 
 바람이 몰고 온 나트륨 조명에 
 각진 콘크리트 덩이로 변했다 

 아까부터 어정어정 강을 바라보며 
검은 옷과 흰옷을 순간으로 갈아입던 
 수염이 긴 할아버지가 홀연히 사라졌다 

 하늘 향해 울부짖는 
 누군가의 절규가 애달프게 들렸지만 
 지상의 풍경에 익숙한 강은 
 미동도 없이 딴청이다 

 지상에서 만들어진 빛의 유혹으로 
 별들이 쏟아져 첨벙첨벙 빠졌지만 
 살아나온 별은 하나도 없다


(박산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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