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차림새 ㅡ

박산 2019. 5. 3. 11:41

 

 

 

                                                                           벗 멋쟁이 청로

 

꼰대 차림새 ㅡ

 

오랜만에 주례를 맡았다

 

로션도 듬뿍 바르고

진한 향수 뿌려

모처럼 때 빼고 광을 냈다

 

의사 신랑, 성악가 신부에게

환자 진료하듯 서로 친절하게

쇼팽의 '봄의 왈츠'처럼

서로 잔잔하게

그렇게만 살면 좋겠다

간단 주례사로 당부하고

흐뭇한 기분으로 와인 몇 잔 마시고는

양재역 화장실에 들러 줄을 섰는데

내 앞 마흔 안팎 서넛 일행 중 하나가

 

"어르신 먼저 일보시게 양보해야지!

 얘들아 비켜라!"

 

얼떨결에 먼저 일을 보긴 했지만

"고맙다!" 소리는 안 나왔다

주례 본다고 너무 꼰대 차림새를 했나?

후회가 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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