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多幸 -
사는 게 너무 팍팍해
짜증도 나고 말이야
술을 마셨어
자정이 가까운데도
도심은 술꾼들로 득시글거렸지
문득 올려다 본 밤하늘
별은 총총했지만
달은 뭔지 모르게 우울 했어
사정射精한 후의 나른함 같은 게 몰려왔어
누군가와 쌍시옷으로 삶을 말하고 싶었지
마누라 붙들고 고주알미주알 떠들긴 싫어
좋은 얘기도 아니잖아
영감탱이 소릴 코앞에 둔 친구 놈들
휴대폰 번호들이 사열하듯 쭉 떴지
찌든 냄새가 폴폴 났어
이 시간에 받을 놈이 있을까
그 중 잘난 척하고는 담쌓고
아무 때나 눈물 글썽이는
착하디착한 Y를 눌렀지
익숙한 트로트 음악이 한참이나 울렸어
자는 줄 알고 끊으려는데
“어디야?
같이 마시자”
중간 접선구역에서 만났지
쩐錢, 마누라, 새끼들, 몸뚱어리 건강,
정치, 대통령, 지구의 평화까지
내겐 가당치 않은 주제를
쌍시옷 섞어 얘기했지만
기억에 남는 건 없어
그냥 새벽까지 얘기 들어주고
맞장구쳐 줄 친구 하나 있음에 다행이지
(박산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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