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 두 개
소갈머리가 텅텅 빈 나는
흰머리가 뒤죽박죽인 아내와
대구 여행 중이었다
해거름 호숫가
유럽식 거리 카페가 즐비한 뒷길
울긋불긋 너풀거리는 천으로 주차장을 가린 모텔에
고개 숙인 무수리들만 몰래몰래 드나들 것 같은
폭 좁은 옆문으로 들어가니
의외로 청결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프런트 데스크
나름 반듯한 얼굴의 여인이 힐끗 맞으며
- 대실이세요 숙박이세요
숙박은 만원이 추가됩니다
10시 이후는 괜찮고요
- 예 만원 더 드리지요
- 어르신들은 조용히 주무셔야 하니
1층 맨 끝 방을 드리겠습니다
- 아직 어르신 소리 들을 정도는 아닌데요 _ ……
얼떨결에 받은 세면도구 비닐 팩을
정말 조용한 1층 맨 끝 방에 들어 열었다
칫솔 두 개, 면도기, 세정제, 콘돔 두 개
“우린 콘돔 필요 없는데…”
내 중얼거림에 아내의 추임새가 들렸다
“이런 데 오면 두 개는 필요한 모양이야”
갑자기 양치질이 빡빡 하고 싶었다
(박산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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