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우제(Gosausee)-

박산 2016. 10. 10. 10:40

 



고사우제(Gosausee)-

 

유월 알프스 산자락을 촉촉이 적시는 비는

여름을 재촉하는 중입니다

 

깊은 숲 사이사이 굽이진 길

차장 밖을 연신 쫑긋대며 따라가다 만난

구름 산중에 포근히 안겨 있는 고사우제

물안개 가득 머금은 채

“어서 오라” 반깁니다

 

그녀의 은은한 미소에 홀린 듯

흠뻑 빠져버린 남정네는

거세진 빗살도 아랑곳하지 않고

곡선의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숫가를 무작정 걷습니다

 

인적 없는 통나무집을 기웃거리다가

찰랑거리는 물소리에 평안을 얻는 순간 들리는

절벽 나무에 둥지 튼 새들의

반갑다는 환영의 노래와 몸짓들이

부산스럽지만 정겹습니다

 

물안개 호수 넘어 저만치

오두막 몇 채가 아스라이 보이는가 싶더니

산중턱을 감싸고 있던 구름들이

큰 인심 쓰듯 쉬익 비켜줘 떡하니

장엄한 산꼭대기의 하얀 만년설!

쿵! 쿵! 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

 

뛰는 심장 진정시키려 시선 내리니

길섶에 무더기무더기 피어난

노랗고 붉은 들꽃들이 흔들흔들

빗속에 그 영롱한 빛깔들을 더합니다

 

질퍽거리는 길바닥에 웅덩이가 생겨도

몇 날이고 지루해지거나 지칠 것 같지 않은

죽도록 아름다운 이 길을 그냥 걷고 싶습니다

 

 

* 고사우제: 오스트리아 알프스 자락 잘츠감마굿에 위치한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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