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우제(Gosausee)-
유월 알프스 산자락을 촉촉이 적시는 비는
여름을 재촉하는 중입니다
깊은 숲 사이사이 굽이진 길
차장 밖을 연신 쫑긋대며 따라가다 만난
구름 산중에 포근히 안겨 있는 고사우제
물안개 가득 머금은 채
“어서 오라” 반깁니다
그녀의 은은한 미소에 홀린 듯
흠뻑 빠져버린 남정네는
거세진 빗살도 아랑곳하지 않고
곡선의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숫가를 무작정 걷습니다
인적 없는 통나무집을 기웃거리다가
찰랑거리는 물소리에 평안을 얻는 순간 들리는
절벽 나무에 둥지 튼 새들의
반갑다는 환영의 노래와 몸짓들이
부산스럽지만 정겹습니다
물안개 호수 넘어 저만치
오두막 몇 채가 아스라이 보이는가 싶더니
산중턱을 감싸고 있던 구름들이
큰 인심 쓰듯 쉬익 비켜줘 떡하니
장엄한 산꼭대기의 하얀 만년설!
쿵! 쿵! 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
뛰는 심장 진정시키려 시선 내리니
길섶에 무더기무더기 피어난
노랗고 붉은 들꽃들이 흔들흔들
빗속에 그 영롱한 빛깔들을 더합니다
질퍽거리는 길바닥에 웅덩이가 생겨도
몇 날이고 지루해지거나 지칠 것 같지 않은
죽도록 아름다운 이 길을 그냥 걷고 싶습니다
* 고사우제: 오스트리아 알프스 자락 잘츠감마굿에 위치한 호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공지능이 지은 시 - (0) | 2016.10.31 |
---|---|
진흠모 111+77 (0) | 2016.10.18 |
구박받는 삼식이 (0) | 2016.10.05 |
진흠모 111+76 (0) | 2016.09.23 |
밑천 (0) | 2016.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