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천

박산 2016. 9. 19. 10:57


                                                                                                            담양 식영정

 

밑천-


그간 입고 먹고 다닌 세월이 얼마인데

정작 찌울 건 안 찌우고

정말 지닐 건 생각 없이 버리다가


순간의 쾌락에 물든 게으름이

규칙을 까맣게 잊은 채 흐물떡거리는데

땟국에 절어 나달나달 헤진 옷자락들이

하잘것없이 식어버린 속내만 긁어댄다


모처럼 큰 호흡

자위 아닌 자위로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짧은 밑천 다 드러났는데도

헛기침에 모른 척 점잔이라도 빼 볼 양으로

에헴! 에헴!


지나가는 강아지가 킥킥

배부른 참새도 조잘조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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