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다! -
여권 사진 찍으러 사진관에 갔다
사진사란 익숙한 이름 보다
품격이 한결 고상해 보이는 사진작가가
“여기 보세요!
고개 살짝 왼쪽으로 아니 살짝 아래로”
몇 차례 날 프로 모델 노릇 시키며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얼마를 찍어댄 후에
병원에서 진찰 받듯
컴퓨터 앞 작가 옆에 앉았다
늙어 가는 게 역력한 내 얼굴이
우수수 화면에 떴다
그 중 하나 골라
하나하나 지워지고 채워졌다
검버섯에 찌그러진 입
짝짝이 눈 코 밑에 반점
듬성드믓한 머리털
서비스로 찍어 준다는
팔짱 낀 상반신 사진도
즉석에서 뽑아 온 사진을 보니
뽀얀 얼굴이 영화배우다
내가 ‘나’라 하기 미안하다
알겠다!
이제야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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