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몽胡蝶夢

박산 2015. 12. 7. 15:53

     

     

     

     

     

    호접몽胡蝶夢

     

    십만 원 벌었습니다

    백만 원 벌었습니다

    육천 원짜리 설렁탕 먹었습니다

    십만 원짜리 생선회 먹었습니다

    막걸리 한잔 마셨습니다

    양주 한잔 마셨습니다

    여관방에 섹스 하러 갔습니다

    호텔로 섹스 하러 갔습니다

     

    ‘십만 원<백만 원’

    숫자 부등식은 사실이지만

    뭐가 정확히 다른 건지

    웃으며 먹는 설렁탕이

    생선회보다 진정 못한 것인지

    바에 앉아 양주 마시면

    막걸리 마시는 게 한심해 보이는지

    호텔방 섹스가 더 품위 있는 건지

    섹스에도 품위가 있는지 ;

     

     

    백만 원을 호주머니에 넣고

    십만 원 짜리 고기를 먹고

    근사한 바에 앉아 향 좋은 곤약을 마시고는

    마음에 두던 여자와

    호텔에서 섹스 하는 꿈을 꾸다

    팔랑팔랑 날아 또 한 꿈 속 들었는데

    품에 든 십만 원에 싱글벙글

    설렁탕 + 막걸리 그리고 여관방에서

    착하게 생긴 여자와 섹스 하는 놈

    어! 저게 나 아닌가!

    꿈인가 생시인가

    진정한 나는 어느 놈인가

     

     

    (박산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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