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연 첫 모꼬지에서 열정적인 담론을 펴시는 이생진 시인( Photo by 김연선)
{진흠모 111+66}
2015년 11월 27일 7시 (매월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 인사동길 52번지 도로명 인사 14길 ‘시/가/연 詩/歌/演
(Tel.720 6244 김영희 이춘우 010 2820 3090/010 7773 1579)
종로→안국동 방향 (종각역부터 700m)
안국동→종로방향 (안국역부터 400m)
(통큰갤러리 미호갤러리 고려서화가 있는 건물 지하)
1. 물어봐주세요 : 양숙
2. 떠나려는 가을 : 김효수
3. 국흘도 - 갈 곳 없는 사람 : 낭송 유재호 / 이생진 시
4. 너의 사람 : 권영모
5. Watch The Lamp : 낭송 김경영
6. 별에 밑줄 하나 긋고 : 김도웅
7. 도시의 강 : 박산
8. 낙엽 : 이생진 with 담론
<진흠모 인사島 무크지 2호 원고 모집>
지난 유월 창간호에 이어 인사島 2호는 김정욱 양숙 이윤철 박산 4인의 편집인이 의논한 결과
장상희 동인께서 양숙 시인께 건의했다는 주제 '설렘'으로 정했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씩의 '설렘'이 있으셨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시나 수필 등의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본인이 쓴 글을 이메일로 접수합니다.
1. 주제: 설렘 (시 수필 잡문 등 형식에 구애 받지 않음)
2. 자격: 진흠모 모꼬지 참가자 누구나 (제한 없음)
3. 원고마감: 2016년 3월 31일
4. 보낼 곳: 양숙 010-3749-9806 이메일 : yasoo5721@sen.go.kr
발행인 이윤철 / 편집인 양숙 드림
111+65 스케치 (첫 詩歌演 행사) 2015년 시월30일
1. 저작권 : 양숙
뼛속 냉기 견디며 암향 풍기는 매화
곱기에 시나브로 오련히 물들이는 진달래꽃
예쁘기에 뇌쇄적인 미소로 복사꽃이 혼 빼앗으려 하기에
곁에 두고두고 지니고 싶어 카메라 들이 댔다
혼 뺏어 갔다고 화내며 카메라 뺏긴 적 없고
무료로 초상권 침해했다고 소송당한 적 없다
가던 길 멈추고 그윽한 국화 향기 온몸으로 받았다
스마트폰에 뺏긴 시력 찾으려 일렁이는 대숲 당겼다
텅 빈 들 바라보다 가득함 쟁이고 싶어 들길 걸었다
국화가 향기 뺏어갔다고 구린내 풍기지 않았고
바람 끌어갔다고 대나무가 흔들림 멈추지 않았다
모처럼의 사색 빼앗겼다고 논두렁 투덜대지 않았다
나누면 오히려 더 커진다
제발 네 것 내 것 따지지 말거라
저작권 따지면 이미 죽은 목숨이다
* 진흠모/ 교사 시인/ 진흠모 편집인 * email :yasoo5721@sen.go.kr
2. 생각은 널 안고 : 김효수
가을이라 찬 기운이 느껴지는 새벽 생각은 널 안고 몸까지 뒤척이는데
저 멀리서 들리는 풀벌레 울음소리 갑자기 내리는 비에도 흔들림 없이
빗소리에 젖어 더 서글픈 울음소리 가을이라 가슴이 있는 생명은
모두 홀로 보내기엔 너무 벅찬 계절이다
그래서 가을에는 누구나 산을 찾아 눈까지 벌겋게 가슴을 태우며 산다
* 진흠모/ 시인
3. 울고 울다가 : 낭송 유재호/시 이생진
울고 울다가 석 달 열흘 울고 울다가 주먹을 움켜쥐고 이를 악물고 허리를 죄고 일어나 앞뜰 뒤뜰 논길 밭길 헤매다가 넋 잃고 서 있는 진이眞伊 어~어 어~어 상여소리 집 앞을 지나가는 소리 밤마다 방문 열고 들어와 진이 옆에 누웠다 가네
-시집 <그 사람 내게로 오네>
* 진흠모/ 낭송가/ 진흠모 가수
4. 낡은 수첩 – 이다현
5. 내 인생의 여행가방 – 권귀숙
6.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더라 – 이경선
7. 부지깽이 – 조경숙
8.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 문은희
9. 횡재 : 권영모
횡재다 저보다 더 큰 덩치 그런데 왜 불안이 엄습하는 걸까?
도로 한복판 명을 다한 먹잇감을 끌어안은 채 무단횡단을 하는 작은 벌레
쉴 새 없이 오고가는 차량 사이 행복에 겨움도 오래 가지 못하고
잠시 후 불안에 떨게 했던 현실이 거대한 차량에 소리도 없이
이렇게 납작한 흔적만 목격하고 말았다
내 마음엔 눈물이 고였다
* 진흠모/ 서예가/ 시인
10. 우리가 어느 별에서 : 낭송 허진/ 시 정 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 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믄 바닷가에 홀로 사랑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 진흠모/ 시인/ 낭송가
11. 바람 이야기 : 김도웅
바람은 파도의 애무에서 태어났다
그 손끝은 부드러우면서 야멸차서 이 세상 소문을 부풀리기도 하고 휘익 날려 보내기도 한다
배가 바다를 밀고 나가면 기우뚱 거리는 깃발은 어떻게 격렬한 이야기를 쓰며 항해할지
북회기선* 언저리에서 별들은 옷에서 살짝 빠져 내려와 바람의 근육을 팽팽히 만들었다
초점이 출렁이는 선실의 소용돌이가 붉은뼈로 굳어질 때 카오스의 지구 몸통이 세차게 흔들 거렸다
태풍의 눈이 졸리워 하고 달이 큰 기침을 하였다 문장이 정리되지 않은 회항 싹트려는 항적의 기억을
바람은 야멸차게 휘익 날려 보냈다
* 북회기선: 미국 소설가 Henry Miller(1891-1980)의 소설, 빠리에서 적나라한 성생활을 표현한 자전적 작품.
* 진흠모/ 시인
12. 낙엽의 꿈 : 낭송 김경영/시 김소엽
가을이 되면 지난날 그리움을 황혼처럼 풀어 놓고 나는 떠나리라
나뭇잎이 가지 위에서 미련 없이 떠나가듯 당신의 가난한 사랑에서 소리 없이 떠나리라
가을이 되면 황금 들녘을 지나 물색 하늘에 닿으리라
떨리는 음향 빛 고운 노을 지나 하늘이 쏟아져 내리는 그 곳까지 바람에 날려도 좋으리
당신 가슴에 가을 하늘 한자락 옮겨 올릴 수만 있다면 가을이 되면 섧디 섦은 몸 종추 되어 울리리
몸은 언제나 슬프고 정신은 낙엽처럼 외로운 것
가을이 되면 낙엽 지는 숲으로 가리
낙엽 져 눈 내리는 가을 숲에 서서 가버린 사람을 추억 하노니
사랑이여! 떠날 때가 되면 나뭇잎이 가지 위에서 떠나가듯 나 또한 그렇게 떠나겠지만
우리 지순했던 사랑만은 열매로 남겨 두련다
낙엽의 꿈은 대지의 품에 돌아와 죽어서 다시 사랑을 싹틔울 생명의 봄을 꿈꾸나니
비로소 누리의 평안과 안식이여 가을이 되면 낙엽 지는 숲에서 아름다운 이별을 배우련다
되도록이면 단풍비 눈 내리는 서럽도록 아름다운 이별의 때를 택해 지고한 정신의 알맹이만 남겨 사랑의 종추가 되리라
대지의 종 울리듯 당신의 겨울나무 표피 같은 단단한 영혼 흔들어 깨울 수만 있다면
가을이 되면 지난날 그리움을 황혼처럼 풀어 놓고 나는 떠나리라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시가연 운영자 이춘우 김영희 부부 인삿말
13. 갈대숲에서 : 윤준경
저물 무렵 강변에 나가 갈대숲을 걸었네
무엇이 숲속에서 웅웅 우는 듯 제 무엇을 다 내어주겠다는 듯 갈대 우는 소리가 나는 좋았네
노을빛 아래 휘휘 제 몸을 낮추고 내 기울어진 어깨를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 같은
갈대 오늘도 나는 갈대숲을 걸었네 나의 마음을 다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지난 눈보라에 함쑥 굽혔던 허리를 다시 세워 아픈 날들의 기억을 뼛속에 숨기고 쓰러질 듯 일어서서
속으로 우는 갈대 비둘기 떼 총총히 깃을 치고 사람들 두런두런 집으로 돌아갈 때
홀로 갈대숲에서 가슴을 열어보는 일 사뭇 좋았네
* 진흠모/ 시인
14. 깨 터는 날 : 박산
갓 시집온 새색시가
밭에 나간 시엄니 대신
멍석 위에 홑이불 깔아 놓고
깻단 거꾸로 들고 사알살 흔든다
좌르르 쏟아지는 옹골진 재미
깨알 땀방울 콧등에 송송
논일 나갔던 신랑 고샐 못 참고
뒤로 슬며시 개미허리 색시를 안고 깨를 턴다
까르르르 호호호
깻단 넘어지는 소리
방문 닫히는 소리
요란한 깨 볶는 소리
(박산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중’)
* 진흠모 시인/ 진행자
15. 근린공원 : 이생진 -인디밴드 아마츄어 증폭기
근린공원 녹음 속 초록빛에 기대어 김경주의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34쪽을 읽고 있는데 근린공원 초록색의 공백이 세 여인의 웃음소리로 달아오른다 그들도 나처럼 시집을 읽고 있으면 좋겠다 시집 34쪽엔 무엇이 있길래 제목은 ‘아버지의 귀두’ ‘아무도 없는 놀이공원의 아침. 아버지가 혼자 공중에서 빙빙 도는 놀이기구를 타면서 손을 흔든다 아들아 인생이 왜 이러니……*’ 인디밴드 아마츄어 증폭기의 노래 가사를 변용했다고 *표를 달았다 그러고 첫 줄이 시작되는데 ‘어느 날 아버지의 귀두가 내 것보다 작아졌다.’ 옆 벤치에 앉아 있는 세 여인들은 무슨 이야기 끝에 웃었을까 엄마의 나팔꽃? 아니면 나팔소리? 웃음은 문자화되기 전엔 해독이 어렵다 나는 그 웃음을 무시하고 34쪽의 지시대로 5년 전 네이버 블로그를 열어 인디밴드 아마츄어 증폭기의 노래 가사를 변용 없이 귀에 담았다 ‘개새끼들아 이 빌어먹을 세상에 동대문 평화시장에는 평화가 언제쯤 오는지’ 노란 테에 검은 알 안경 흰 운동화를 믿고 흔드는 몸 내 이어폰을 떼기도 전에 매미가 울음을 터뜨린다 금방 평화가 올 것 같이…
*김경주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문학과지성사/2012
* (1929- ) 떠돌이 방랑 시인
이생진 담론: 인사동에서 시 읽은 지 16년째 ‘순풍에 돛을 달고’가 영업을 중단함에 따라 여기 시가연에 왔습니다.
詩는 열정입니다. 명예도 박수도 아닙니다. 아침 신문에서 솟대문학 방귀희씨 기사를 읽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그녀가 힘겹게 꾸려나간 소외된 사랑을 문학으로 순화시키는 과정이 위대합니다.
시인은 치외법권으로 살았으면 합니다. 이즘 사람들 왜 이렇게 싸우는 데 환장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쟁에 이긴 나라가 못 살아야하는 데 더 잘 살 살고 더 부강해집니다. 사람을 많이 죽였는데 더 커집니다.
항공모함 한 대 안 만들면 난민들 다 살릴 터인데 하는 안타까움이 큽니다(중략).
오랜만에 참석하신 임보 시인
@ 오랜만에 참석하신 임보 시인께서 “제 장례식이 있다면 몇 명 모이겠냐는 생각이 들고,,, 항시 이렇게 독자와 함께하시는
이생진 시인이 부럽습니다. 이생진 시인을 혹자는 만재(신안군 만재도를 사랑한다하여 고 박희진 시인이 붙여 준)라 부르지만
난 오래된 부처님 같이 느껴져서 고불古佛이라 부르는데 선생께서는 별로 마음에 안 드시는 지 그리 불리는 걸 못 들었습니다.
자주 참석하고 싶은데 마지막 금요일 다음 토요일에는 도봉산 시 행사가 겹쳐 어려운 실정입니다(중략)”
이런 덕담과 함께 구상 시인의 ‘영원히 내안에’ 시 唱으로 소리하셨습니다.
@ 유재호님의 시노래와 작곡가 노명희님의 이생진 시노래 무명도 등의 열창이 있었습니다.
@ 새로 발간한 시집 ‘낡은 수첩’을 들고 시인이 됐음을 수줍게 알리는 이다현 시인의 인사와 낭송이 있었습니다.
이다현 시인은 대전에서 모꼬지에 참석하시는 열혈 동인 이십니다.
그녀의 시집 발간에 진흠모 동인 모두의 손을 모아 축하를 보냅니다.
@ 광주에서 올라오신 차꽃 곽성숙 시인의 인사와 이경선님의 하모니카 연주가 있었습니다.
나이 들어도 이리 애틋한 곽성숙 시인과 오라버니 곽오열님 남매
@ 지난 달까지 모꼬지 장소 진행에 도움을 주신 ‘순풍에 돛을 달고’의 김윤희님의 소회와 시가연의 이춘우 김영희 부부의 인사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