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스트

박산 2015. 11. 16. 07:51

     

    '쪽배' 그림: 홍기탁

     

    솔리스트(Solist)-

     

    지휘봉 따라하는 연주가 싫어 독립했다

    고독은 외로웠지만 집중을 주었다

    이슬 한 방울 떨어지는 작은 소릴 내다가도

    변덕 끓어 미친 듯 천둥소리 에너지를 소모했다

    때론 물질을 향한 욕망에 힘겨워 울었다

    부실한 악기 탓을 한 적도 있지만

    결국 다 내 부족임을 잘 안다

    난 솔리스트니까

     

    그래도 누군가의 간섭이 없어 좋았다

    말〔言〕은 훨씬 줄었지만 제 흥(興)에 겨운 맛에 종종 취했다

    누군가 들어주는 이가 생겼다

    감사에 대한 간단한 예의를 빼곤

    그냥 인간에 대한 애증을 연주하려했다

     

    태풍 바다 너울 파랑에 요동치는

    쇠사슬에 묶여 정박 중인 어선인 양

    삶이 힘겨워 지루하게 버둥거리는 곡(曲)들도

    이 악물고 수평을 생각하며 인내했다

    난 솔리스트니까

     

    (박산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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