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81‘】
3월 28일 6시30분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7206264
쥔장:김영희01028203090/이춘우01077731579
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
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281 낭송 예정자:
김미희 류재호 김중열 윤효순 이원옥 조철암 박하(호남) 김경영
선경님 박산 이생진
「시 낭송 모꼬지-진흠모 280 스케치(2025.02.28.)」
1. 2월: 낭송 선경님/시 오세영
'벌써' 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나무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 외투를 벗는 2월은
현실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벌써' 라는 말이
2월 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진흠모/낭송가/어린이집 원장
2. 상사병: 김효수
눈에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바람이
우두커니 서서 하늘 바라보는 나무
갑자기 잡고 흔들다 멀리 사라지듯
외로움 달래려 무작정 길을 걷는데
늘씬한 여인 해맑은 얼굴로 다가와
갑자기 가슴에 불을 지르고 떠났네
여인이 사라진 길 한없이 바라보네
잊지 못해 다시 돌아올까 바라보네
하루 종일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네
가슴에 불은 점점 벌겋게 번지는데
밤에는 불길이 더 거세게 번지는데
여인은 소식도 없이 보이지도 않네
가슴에 불은 꺼지지도 않고 타올라
이제는 몸뚱이 벌겋게 불덩이 되어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누웠네
* 진흠모/시인
3. 이규보의 기생관 : 낭송 류재호/ 시 이생진
백운거사
술에 기생까지 데리고 온 친구에게
이렇게 귀엣말을 한다
내 눈이 술보다 기녀에게 가는 버릇
산에 와서도 버리지 못하니
산이란 구름만도 못한 것 아닌가
산에 묻혀 계곡물소리 듣다가도
거문고로 그 물소리 지우는 것은
무슨 변덕인고
ㅡ시집 (그 사람 내게로 오네)
* 진흠모/가수/낭송가
4. 들꽃: 김중열
여직에 흐놀리어
그 향기에 취한 어제가 있어
그냥 마냥
오늘에 또한
살풋이 흔들리고 있어
꼬옥 안아볼까 히련가
그런 꿈 속에서
이 계절에 머무를까
흐르는 세월 불러세워
잠시나마 멈추어 갈까나
조곤조곤 속삭일 내일에
나는 그 향기에 또다시 다가서서
살그머니 즈며들까 하여요
* 아라밴드 이끎이/시인/화가
5.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낭송 조철암/시 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운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 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는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오는 탓이다
*잠풍날씨: 잔잔한 바람이 부는 날씨
*달재: 달강어의 방언, 주둥이가 약간 길고 가시 많은 바닷물고기
*진장: 검정콩으로 쑨 메주로 담가 빛이 까맣게 된 간장
* 진흠모/시인/낭송가
6. 사랑으로 쓰는 편지: 오수경
7. 사랑은: 산여울 신순희
사랑은
고통을 잠시 잊게 하고
사랑은 어려움을
밀어내고
사랑은
파도처럼 사납다가도
윤슬처럼 잔잔히 반짝인다
사랑은
암흑 속에 불씨 같으며
사랑은
뜨거운 한낮에
나무 그늘 같다
사랑은
얼음 위에서 살아 내는
펭귄 알 같으며
사랑은
참 어려운 부탁이며
수락하기 쉽지 않은
과정이다
사랑은
잠재해 있는 심장의
에너지이다
사랑은
가냘픈 풀뿌리가 땅을
마구 헤집고도
크기만큼의 흙만 달아 올리는
분량 같다
*시인
7. 겨울철 하얀 나비: 박하(朴河, 박호남)
향나무 잎새로 떠가는 하얀 솜털
한 겨울이라 눈발이 내리나 하더니
아주 조그맣고 가녀린 나비라네
한겨울 거센 바람에 가여운 나비여
남 몰래 날으며 추위를 녹이는 사연이니
그 생명 다하도록 못 잊을 사랑 아닐까
우리에게 영혼이 있다면 흰 눈 속에 숨을거야
우리에게 윤회가 있다면 저리 날개를 펼거야
혹여 해탈이 있다면 하얀 서러움때문이라네
*시인/평론가
8. 물결이 나이테처럼 번지듯 / 조순일
물결이 윤슬을 수놓고 있을 때도
나이테처럼 번지기도 하였다
훈풍이 개나리꽃을 벙글게 할때도
부활절처럼 마음이 솟구치기도 하였다
이슬 머금은 꽃들이 만개할때도
나만의 봉우리를 매김 하기도 하였다
기러기 떼들이 먹이와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는
사만 킬로미터의 여행처럼
커다란 울음소리를 내며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게
아름다운 사람과 동행하면서
그렇게 오랫동안 날았다
부엌에는 라면 빨이 말라비틀어지고
냉골인 삼십 촉 백열등 켜져 있는 방에는
이불만 널브러져 있었다
지금은 햇살이 가득할까
월미도가 붉은 노을이 땅거미로 채워질 무렵
노모는 눈물을 훔치면서 교무실 문을 닫으면서
막냇동생뻘 되는 나에게 고개를 연신 조아렸다
그해 졸업식에 선희는 볼 수가 없었다
지금은 두 손에 꽃송이를 쥐고 있을까
뱀이 혀를 날름거리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때
집안 안방에서 풍기는 향냄새가 무서워
선희는 그을음같이 까만 입술을 나불거리면서
성남시 봉제 공장으로 떠났다
지금은 앵두 같은 입술로 사랑을 받을까
그런 사연을 출석부처럼 옆구리에 끼고
하얀 분필 빨간 분필 노랑 분필로
바닷가 물결처럼
칠판을 채웠다가 비우는 날로 이어졌다
지금은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을까
오디 같은 어둠이 사위어 가면
동해 촛대바위에는 어김없이 태양이 솟듯이
또 새롭게 시작되는데
나를 찾아 떠나 기항지에 도착한 나
시몬처럼 그물이 찢어지도록 고기를 거두었을까
오랫동안 흘러 흘러 온 거리를
머물기 위해서 흐르는 샘물처럼
떠나기 위해서 머무는 그림자처럼
늙은 느티나무 구멍 속으로 날
갈무리하여야 한다
그리고 또 떠나야 한다
호수의 동그란 물결이 나이테처럼 번지듯
산 숲에 바람에 신록이 싱그런 맛 일렁이듯
가을 하늘에 뭉게구름 시원하게 퍼지듯
9.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낭송 윤효순/시 이정하
하루 종일 가슴 설레였던 오늘,
내 슬픈 사랑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우리들 슬픈 사랑의 종착역은 어디 있는 것인지
나는 역 대합실 출구 앞에서 소리죽여 그대 이름을 불러봅니다
그러면 그대도 덩달아 내 이름을 부르며 나타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대는 오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던 그대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고이 간직되고 싶었습니다
우리에겐 약속이 없었습니다
서로의 눈빛만 응시하다 돌아서고 나면 잊어야했습니다
그러나 하루만 지나도 어김없이 기다려지는 그대와의 해후
어서 오세요,그대.
비 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
아무런 연락 없이 갑자기 오실 땐
햇볕 좋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이 제격이지요.
그대의 젖은 어깨, 그대의 지친 마음을
기대게 해 주는 은사시나무.
내 사랑은 소나기였으나
당신의 사랑은 가랑비였습니다
그땐 몰랐었죠
한때의 소나기는 피해갈 수 없음을.
비 오는 간이역,
그리고 젖은 기적소리
스쳐 지나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려
차창 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 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그대처럼 더디게 오는 완행열차,
그 열차를 기다리는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시인
10. 그해 겨울: 이원옥
겨울 속으로 들어갔다.
함박눈이 펑펑 내린 겨울은
온통 순백의 하얀 색으로 꾸며지고
사각사각 눈 길을 걷는 발걸음을 들으면
내 마음도 하얀색으로 깨끗해진다.
그러나 그해 겨울은 하얀색이 회색으로 변하고
거리는 흙탕물을 튀기며
점점 검어지고 있었다.
서로 시기하고 미워하고 비방하는
사람들로 거리는 메워지고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세상을
다시 함박눈이 내려
우리들 마음도 거리에 있는 사람들 마음도
하얀 눈같이 깨끗해졌으면 좋겠다.
추운 겨울에 눈보라 쳐도
매화는 꽃망울을 트고
소나무 위에는 하얀 눈꽃송이 피면
내 마음에도 하얀 마음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겨울 밖으로 나왔다.
다시 따뜻한 봄이 기다리고 있었다.
*진흠모/시인
11. 소금 반도체: 김순진
12. 청춘: 낭송 김경영/ 시 사무엘 울만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장미의 용모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손발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정열을 가르킨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의 청신함을 말한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선호하는 마음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20세 청년보다 80세 인간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잃어 버렸을 때 비로소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늘려 가지만 열정을 잃어버리면 마음이 시든다.
고뇌 공포 실망에 의해 기력은 땅을 기고 정신은 먼지가 된다.
70세든 16세든 인간의 가슴에는 경의에 이끌리는 마음
어린애와 같은 미지에 대한 탐구심과 인생에 대한 흥미와 환희가 있다.
그대에게도 나에게도 눈에 보이지 않은 우체국이 있다.
인간과 하느님으로부터 아름다움 기쁨 희망 힘의 영감을 받는한 그대는 젊다.
영감이 끊기고 정신이 아이러니의 눈에 덮이고 비탄의 얼음에 갇힐 때 20세라도 인간은 늙는다.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한 80세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진흠모/낭송가/라인댄스 강사
13. 사면춘풍 하기: 박산
너도나도 외치는 백세시대
사는 거야 각자의 자유겠지만
혹여 얼굴 굵은 주름살들이
남아 있는 내 젊음의 흔적을 앗아갈까
혹여 병마란 놈이 친한 벗인 양
슬쩍 내 몸에 들어앉을까
일흔 언저리 사는 난
미래를 무서워하는 겁쟁이 바보
그러다 얼굴 붉혀 내리는 결론
백세까지는….
참… 염치없는 일이고
그냥저냥 사는 날까지
여기서도 웃고
저기서도 웃고
허허허!
하하하!
*사면춘풍: 누구에게나 좋게 대하는 일
(시집 '가엾은 영감태기' 중)
* 진흠모 이끎이/시인/자유 기고가/인사동TV 방송주간
14. 뱀: 이생진
뱀은 꼭
사람 앞을 질러가는 버릇이 있다고 하며
뱀보다 못한 내가
뱀을 미워한다
뱀도 기침을 할 줄 알면 좋겠다
* (1929~ ) 시 앞에서는 결사적인 떠돌이 시인
담론: 여러분 시는 놓치지 마세요!
저는 이즘 TV 끝까지 보기 도전 중입니다.
∞ 풀피리 연주가 김충근 님의 ‘섬집 아이’ 등의 연주가 있었습니다.
∞ 스토리문학 김순진 대표 외 일행이 오랜만에 참석하였습니다.
∞ 35년 교직을 정년한 조순일 님의 감회가 있었습니다.
∞ 박호남의 대금 연주와 유재호님의 시 노래가 있었습니다.
∞ 현승엽과 함께하는 생자의 퍼포먼스로 280 모꼬지를 맺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