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아흔일곱 생자 이생진 시인(김효수 김명옥 찍음)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9‘】
<생자 선생님 설 세배 모꼬지>
1월 31일 6시 30분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7206264
쥔장:김영희 01028203090/ 이춘우01077731579
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
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 279 모꼬지 낭송 예정자:
김미희 김효수 유재호 김중열 조철암 선경님 권혁국
박하(박호남) 윤효순 안기풍 김경영 박산 이생진
「시 낭송 2024 송년 모꼬지-진흠모 278 스케치」
(2024.12.27.(금)18:30)
1. 귀한 인연이기를: 낭송 김미희/시 법정스님
이 세상을 살아가다 힘든 일 있어
위안을 받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살아가다 기쁜 일 있어
자랑하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
내게 가장 미더운 친구
내게 가장 따뜻한 친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따뜻함으로 기억되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지금의 당신과 나의 인연이
그런 인연이기를.......
* 진흠모/낭송가/시인/인사동TV 운영위원
2. 비 내리는 아침: 김효수
하늘에 먹구름 떠돌더니 이른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이렇게 세상이 눈물에 젖어버리는 날에는 하던 일도 팽개치고
파전에 먹지 못하는 막걸리라도 걸치고 얼큰하게 취하고 싶다
아직도 가슴에서 까맣게 잊어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하나 있어
빛이 희미하게 바래가는 아름다운 추억이 아직도 가슴에 있어
추적추적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젊은 시절이 눈가에 떠오른다
처마에서 어깨를 기대고 비를 피하던 시절이 눈가에 떠오른다
가슴에 벌겋게 타오르던 사랑도 시기하고 질투하는 운명 앞에
어쩔 수 없었는지 잊어버리지 못하도록 가슴에 추억만 남기고
이제까지 소식도 없이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눈가에 떠오른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에는 잊어버리지 못한 사람
눈가에 떠올라 흘러가는 세월에 몸뚱이가 더 늙어버리기 전에
어디에 어떻게 사는지 모르지만 우연히 멀리서라도 보고 싶다
* 진흠모/시인
3. 이런 세상이면 됐어: 노희정
손가락 하나 잘못 눌러
기형이 되는 세상
집안만 챙기는 무개념 때문에
무너지고 있는 세상
내가 믿는 신념이 전부라는
믿음으로 깨진 세상
추운 날 천원에 세 개하는 붕어빵
사 먹으며 마음 따듯해 지는 나라
삼대가 파크골프채 하나 들고 전국 유랑하며
허허하하호호 웃으며 사는 나라
시끌벅적한 선술집서 소주 한잔하며
그래도 이 나라에 태어나
운좋은 사람이라며 자축하며 취하는 나라
많은 돈도 명예는 없지만
내가 낸 세금으로
지공타고 오이도 가서 해물 칼국수 한 그릇 먹고 오는 나라
다리아프고 허리아파 보건소
가면
무료치료 받는 건강한 나라
사계의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만하다고 소처럼 되새김하며
희희낙낙 노래하며 살아가는 나라
이런 행정이면 됐어
이런 대한민국이면 됐어
이런 세상을 대대손손 물려주는 나라
이런 세상이면 됐어
*지공: 지하철 공짜
* 진흠모/시인/강화도 육필문학관장
4. 눈이 내릴 때: 낭송 류재호/시 이생진
산에 눈이 내린다
침묵하라는 뜻이다
한잠 푹 자라는 뜻이다
부산한 생성에서
가사 하라는 뜻이다
너무 거만했으니
자중하라는 뜻이다
너무 궁핍했으니
풍요하라는 뜻이다
가진 자 안 가진 자
평등하라는 뜻이다
시집(산에 오는 이유)
* 진흠모/가수/낭송가
5. 그대에게 쓰는 겨울 편지: 산여울 신순희
하얀 눈 나부끼는 조용한 아침
두껍게 얼어붙은 눈 위로
그대에게 안부 편지 띄웁니다
바람 차갑고 길 멀지만
그대 향한 마음
자라난 소나무처럼 변함없습니다
그대 만나 마음의 온기 가득했던 시간들
매섭던 날에도 따스했던 기억들
내 마음 한구석에 잔잔히 흩날리며
겨울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됩니다
혹여 이 편지 닿지 않더라도
그대 있는 곳 어디든지
내 마음 그대 곁 맴돌고 있을 겁니다
그대, 부디 이 겨울 따스히 지내시길
다시 봄이 오면
우리 마음도 피어날 것을 믿으며
그대에게 보내는 겨울의 편지를 마칩니다
*원송문학회
6. 나의 갈 길: 김중열
큰 뫼 언저리에 남기어져 떠도는
어리석은 날들 속 낑겨진 그림자들
바라보며 알고 있다
큰소리 흰소리 내지르기를 여러번
주절리는 헛바람에 떠밀려
온 몸에 바람 넣어
허풍을 더하여서 떠돌았지
겁 많고 나약懦弱하기에
그저 이렇다 저렇다 하며
사막의 신기루 불러
알라딘이 되어 잊혀져간 주문을
그리도 외워 부풀리곤 하였지
어느날 더 높은 곳에
거대한 빛을 바라보며
큰 뫼 보다 더 웅장雄壯함에
그냥 끌려 요술램프 버리고
깨달음 받자옵자 읊조려
그곳만 향하여라 사르련다 하여라.
* 아라밴드 이끎이/시인/화가
7. 흰 구름의 마음: 낭송 조철암/시 이생진
사람은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땅에서 살다
땅에서 가고
구름은
아무리 낮은 구름이라도
하늘에서 살다
하늘에서 간다
그래서 내가
구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구름은 작은 몸으로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갈 때에도
큰 몸이 되어
산을 덮었을 때에도
산을 해치지 않고
그대로 간다
* 진흠모/시인/낭송가
8. 내가 백석이 되어: 낭송 한옥례/시 이생진
나는 갔다
백석이 되어 찔레꽃 꺾어 들고 갔다
간밤에 하얀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는데 길을 몰라도
찾아갈 수 있다는 신비한 신발을 신고 갔다
성북동 언덕길을 지나
길상사 넓은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젊은 여인들은 날 알아채지 못하고
차를 마시며 부처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까치는 내가 온다고 반기며 자야에게 달려갔고
나는 극락전 마당 모래를 밟으며 갔다
눈오는 날 재로 뿌려달라던 흰 유언을 밟고 갔다
참나무 밑에서 달을 보던 자야가 나를 반겼다.
느티나무 밑은 대낮인데
참나무 밑은 우리 둘만의 밤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울었다
죽어서 만나는 설움이 무슨 기쁨이냐고 울었다
한참 울다 보니
그것은 장발이 그려놓고 간 그녀의 스무 살 때 치마였다
나는 찔레꽃을 그녀의 치마에 내려놓고 울었다
죽어서도 눈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손수건으로 닦지 못하고
울었다
나는 말을 못 했다
찾아오라던 그녀의 집을 죽은 뒤에 찾아와서도
말을 못 했다
찔레꽃 향기처럼 속이 타들어갔다는 말을 못 했다
9. 25시 / 園松 안기풍
스물네 시간의 경계
인간의 굴레 속에 갇힌 나
삶은 시계의 톱니처럼
흐르고 멈추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그 틈새에서
내 영혼은 비밀스런 길을 걷는다
숫자로는 헤아릴 수 없는 시간
태어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그곳
25시,
세상과 분리된 나의 세계
낮과 밤이 손을 맞잡고
침묵 속에 춤추는 경계선
모두가 잊고 잠든 순간
나는 나를 향해 문을 두드린다
“내가 누구인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시간이 멈춘 그 자리에서
나는 존재의 울림을 듣는다
진실한 나의 목소리
“지금 여기서 살리라
과거와 미래를 초월해
오늘로 존재하리.”
25시,
그 시간은 나의 고백이요
나의 자유요
나의 영원이다
*원송박물관장/원송문학회
10. 수선화에게: 낭송 선경님/시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눈이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고 빗속을 걸어가라
갈대 숲어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진흠모/어린이집 원장
11. 단풍: 松川 권혁국
산 정상에서
울긋불긋 단풍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온다
자유를 찾으러
허기진 배고픔으로
앙상한 가지만남아
봄을 위해
희망을 주는 선물일줄이야
우리는 너를 보려고
올라가는데
너는 욕심을 버리고
내려온다
*원송문학회
12. 성산포에 가면: 홍송 김명희
성산포 바다에 가면
잊었던 사람이 그립다
푸른 바다 너머
저 멀리에 있는 사람
마음속에 섬처럼 살고있는
그 사람이 그립다
성산포 바다에 가면
두고 온 사람이 보고 싶다
파도가 밀려와도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는
천년만년 화석 같은
그 사람이 보고 싶다
*원송문학회
13. 인사島 시가연港: 낭송 김경영/시 박산
달〔月〕끄트머리 금요일
인사島 시가연港에서는
이생진 시인이
詩로 노櫓를 젓는데
양숙 시인의 첫 장단이 은은하고
김미희 낭송이 달콤하다
유재호 목청이 파도를 삼키고
현승엽의 뱃노래가 별을 뿌린다
시인의 활기찬 노 젓기 앞 소리에
박자 맞춰 어기여차! 우렁찬 뒷소리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얄리 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라
첨버덩 첨벙 밤 배 인사島 시가연港 나가
셔블 밝은 달에
밤들이 노닐다가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얄리 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라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김경영이 춤을 추고
김수정 소리를 하고
이춘우 술 나르기 바빠지니
조철암 얼굴 붉어지고
이원옥 목소리는 점점 시가 되는데
김중열 술심이 시심으로 옮겨갈 때 즈음
용문 사는 선비 이덕수 눈은 시로 촉촉해지고
이윤철 헛소리에 웃음소리 높고
김명옥 조재형은 사진으로 기록한다
김효수 이승희 김영희 김태경 이명해 박인화
곽성숙 노희정 선경님 한옥례 이미경 오경복까지
됐어! 됐어!
바다가 보이면 됐어!
모두가 술잔 높이 들어
됐어! 됐어!
현승엽 기타가 부서지듯 튕겨질 때
시인께서 빈센트 반 고흐를 모셔온다
“난 고흐를 할래요
고흐는 순간순간 하고 싶은 것이 많았어요
사이프러스를 보면 사이프러스를 그리고 싶고
술을 보면 술을 마시고 싶고
여자를 보면 여자를 안고 싶고
순간순간 하고 싶은 것이 많았어요
…
별이 빛나는 밤
돈 매클린의 ‘빈센트’를 들으며
고흐를 하고 있어요"
starry starry night!
어두운 밤 시간이 제멋에 겨울 즈음
“할아버지 이제 그만 배에서 내려오세요!”
김정욱이 소릴 지른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얄리 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라
배 저어라 배 저어라!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 여기서 왜 정읍사가 나오고 청산별곡이 나오고
어부사시사만 어울린다거나, 이런 논리적 전개는 하지말자
詩란 어차피 예부터 지금까지 기쁘거나 슬프거나 嬰處적인
순수의 근본 아니던가?
그냥 즐거우면 조수미 노래도 나오고
때론 나훈아도 이미자도 나오는 거 아닌지
우리 '진흠모', 이생진 시인께서 시 가지고 노시는 품새가
얼씨구 절씨구 어깨춤 들썩이며 추임새 한바탕!
이게 인사島 시가연港
*진흠모/낭송가/라인댄스 강사
14. 싸락눈: 박산
12월 싸락눈 쏟아지는 날엔
불쑥 누군가를 찾아가
호호 입김 불어 손 붙들고
그냥 고맙단 얘기 거푸 하고 싶다
내 곁에 살아주어서
내 말 들어주어서
내 얼굴 보아주어서
천만에 내가 더 고맙지
무슨 소리야 내가 더 고맙지
서로 손사래 치다가
까맣게 잊었던 기억의 정(情) 파편 몇 조각
싸락눈 되어 싸목싸목 다가올 때
불덩이 벌건 아궁이 군불 쬐듯
붉어진 얼굴 짓는 미소가 도탑다
시간은 세월이란 하늘 열차를 탔다
시집 《가엾은 영감태기》 중
* 진흠모 이끎이/시인/자유 기고가/인사동TV 방송주간
15. 다시 나만 남았다: 이생진
다시 나만 남았다
영혼을 쫓아다니느라 땀이 흘렀다
영혼을 쫓아다니는데 옷이 찢겼다
자꾸 외로워지는 산길
염소쯤이야 하고 쫓아갔는데
염소가 간 길은 없어지고 나만 남았다
곳곳에 나만 남았다
허수아비가 된 나도 있었고
돌무덤이 된 나도 있었고
나무뿌리로 박힌 나도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불쌍해서 울었다
내가 많아도 나는 외로웠다
* (1929~ ) 시 앞에서는 결사적인 떠돌이 시인
* 278 송년 모꼬지에 광진구 낭송회, 고양시 낭송회 여러분이 참석하셨습니다.
이경선 안희영 김양목 님 등이 낭송을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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