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박산 2025. 1. 1. 10:51

「祈舞」 성산포 이생진 시비거리 (박연술 무용가)

 

=상생

 

두 발로 걷는 사람이

우주의 시간을 한 발로 걷어찼다

 

땅 딛고 선 남은 한 발이

머뭇거리다가 생각을 불러왔다

 

생각이 부풀기 시작했다

빨갛고 파랗고 노랗고

불뚝불뚝 크고 작고

혼을 부르는 샤먼의 북소리로

다시 모아진 두 발이

전에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만치 엎어졌던 시간이

가만가만 다가와 두 발을 감쌌다

뿌리가 있다

무형의 잔뿌리가 얼키설키 뭉쳐 있다

 

각각의 생각으로 꿈틀대며 뭐라 말하는

불로도 결코 태워지지 않는 것들이

미워해야 했던 건

언제나 공평했던 시간이 아니라

순간순간 성급했던 발길질이었다

 

아니라 해도 그건 오만이었다

 

두 발을 주무르고 있는 중이다 

 

 

 

* 시집 《가엾은 영감태기 (예서의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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