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생
두 발로 걷는 사람이
우주의 시간을 한 발로 걷어찼다
땅 딛고 선 남은 한 발이
머뭇거리다가 생각을 불러왔다
생각이 부풀기 시작했다
빨갛고 파랗고 노랗고
불뚝불뚝 크고 작고
혼을 부르는 샤먼의 북소리로
다시 모아진 두 발이
전에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만치 엎어졌던 시간이
가만가만 다가와 두 발을 감쌌다
뿌리가 있다
무형의 잔뿌리가 얼키설키 뭉쳐 있다
각각의 생각으로 꿈틀대며 뭐라 말하는
불로도 결코 태워지지 않는 것들이
미워해야 했던 건
언제나 공평했던 시간이 아니라
순간순간 성급했던 발길질이었다
아니라 해도 그건 오만이었다
두 발을 주무르고 있는 중이다
* 시집 《가엾은 영감태기 (예서의시)》 중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암사지 백자 동자상 (8) | 2025.01.08 |
---|---|
벨렝탑 (포 11) (11) | 2025.01.03 |
인사동 시낭송 송년 모꼬지 진흠모 '278‘ (42) | 2024.12.21 |
여수旅愁 (37) | 2024.12.17 |
서울 사는 범부凡夫 (5) | 2024.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