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냄새

박산 2024. 11. 17. 07:58

 

from 바드님 블로그에서

 

 

== 노인 냄새 

 
야트막한 산에 둘러싸이고  

항시 흐르는 개울에는 물고기가 많아  

철새들이 아예 텃새로 눌러앉은  

환경 만족도 만점인 작은 신도시 내 아파트에서 

가까운 전철역을 가려면 

버스로 몇 정거장을 가야 합니다 

 
도중에는 

실버아파트 단지가 두 군데 있어서 

앞자리는 가급적 사양합니다 

 
오전 9시 조금 넘은 이른 시간임에도 

걸음이 불편하고  

세월의 낙서가 얼굴 깊게 새겨진 분들이 

여기저기 빈자리를 채웁니다 


전철역 버스정류장 내려 걷는데 

옆자리에 앉았던 수다스런 40대 여인들이  

내 어깨를 휙 밀치고 앞서가며  

코를 틀어막는 시늉으로 하는 말이  

“어휴 버스, 노인 냄새!” 


순간, 쫓아가 뒤통수를 한 대 퍽! 치면서 

“니들은 안 늙냐?” 

한 마디 쏘아주고 싶었습니다  

 

 * 시집 《가엾은 영감태기(2024)》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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