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 냄새
야트막한 산에 둘러싸이고
항시 흐르는 개울에는 물고기가 많아
철새들이 아예 텃새로 눌러앉은
환경 만족도 만점인 작은 신도시 내 아파트에서
가까운 전철역을 가려면
버스로 몇 정거장을 가야 합니다
도중에는
실버아파트 단지가 두 군데 있어서
앞자리는 가급적 사양합니다
오전 9시 조금 넘은 이른 시간임에도
걸음이 불편하고
세월의 낙서가 얼굴 깊게 새겨진 분들이
여기저기 빈자리를 채웁니다
전철역 버스정류장 내려 걷는데
옆자리에 앉았던 수다스런 40대 여인들이
내 어깨를 휙 밀치고 앞서가며
코를 틀어막는 시늉으로 하는 말이
“어휴 버스, 노인 냄새!”
순간, 쫓아가 뒤통수를 한 대 퍽! 치면서
“니들은 안 늙냐?”
한 마디 쏘아주고 싶었습니다
* 시집 《가엾은 영감태기(2024)》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