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77‘】
11월 29일 6시 30분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7206264
쥔장:김영희 01028203090/ 이춘우01077731579
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
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 277 모꼬지 낭송 예정자:
김미희 노희정 선경님 김효수 조철암 이원옥 김경영 윤효순 김중열 유재호 박산 이생진
【시 낭송 모꼬지-진흠모 276 스케치 10월 25일】
1. 괜찮아: 낭송 김미희/시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 봤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에서
* 진흠모/낭송가/시인/인사동TV 운영위원
2. 인생이란 길은: 김효수
인생이란 길은 어둠이 짙은 밤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요
돌에 넘어져서 다치기도 하고 벼랑에 떨어져 죽기도 하지요
잘났다고 내세울 것도 없고 못났다고 기죽을 필요도 없지요
그저 하루하루 더듬으며 가는 길 땀방울 닦기에도 벅차지요
* 진흠모/시인
3. 혼자: 낭송 류재호/ 시 이생진
산에 혼자 오르다가
산에 혼자 오르는
다른 혼자를 보면
꼭 혼자인 나 같아서
한참 쳐다보다가
나도 가고 그도 간다
-시집 (산에 오는 이유)
* 진흠모/가수/낭송가
4. 잠실야구장: 조철암
친구가 어렵사리 구한
잠실야구장 블루 지정석 티켓
홈팀은 3위
원정팀은 가을야구 탈락
순위 확정 후 경기라
한산하리라는 생각은 기우
2만3천여 자리 전석 매진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열띤 응원과
전력을 다해 경기하는
선수들의 진정한 스포츠맨쉽
젊은 여성 팬들의
춤사위를 더한 현란한 응원
젊음을 마음껏 발산하고 즐기는
신세대 응원 문화에 동화되었다
젊은이들 한 가운데
귀는 다소 피곤했지만
젊은 기운을 듬뿍 받고 상쾌하게 귀가
* 진흠모/시인/낭송가
5. 저 높은 곳: 김중열
때로는 외로움이
슬그머니 손짓을 합니다
설픈 고독에 눈망울을 굴리면
그대 앙증스레 솜사탕 미소 드리밀며
조곤조곤 첫사랑 이야기 궁금타
발 구름을 구르기 시작을 하겠지요
혹여나 입을 열면 그대 또한
서글퍼질까 염려로 또다시
나는 지독한 고독에
빠져들까 두렵기도 하였기에
툭 떨어지는 눈물 한줌
애써 참으려다 메어진 한숨 소리
크게 이야기를 해달라 졸라대는
그대에 한마디 던지기를
저 높은 곳을 바라보며 달려가다
흘려진 띰방울이라 하고는
밝은 그 곳으로 함께 가겠느냐
주문을 하고픈 이 마음을
그대가 애써 믿어줄까
그마저 망서리고 있다 하여요.
* 아라밴드 이끎이/시인/화가
6. 내가 백석이 되어: 낭송 이원옥/시 이생진
나는 갔다
백석이 되어 찔레꽃 꺾어 들고 갔다
간밤에 하얀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는데 길을 몰라도
찾아갈 수 있다는 신비한 신발을 신고 갔다
성북동 언덕길을 지나
길상사 넓은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젊은 여인들은 날 알아채지 못하고
차를 마시며 부처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까치는 내가 온다고 반기며 자야에게 달려갔고
나는 극락전 마당 모래를 밟으며 갔다
눈오는 날 재로 뿌려달라던 흰 유언을 밟고 갔다
참나무 밑에서 달을 보던 자야가 나를 반겼다.
느티나무 밑은 대낮인데
참나무 밑은 우리 둘만의 밤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울었다
죽어서 만나는 설움이 무슨 기쁨이냐고 울었다
한참 울다 보니
그것은 장발이 그려놓고 간 그녀의 스무 살 때 치마였다
나는 찔레꽃을 그녀의 치마에 내려놓고 울었다
죽어서도 눈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손수건으로 닦지 못하고 울었다
나는 말을 못했다 찾아오라던 그녀의 집을
죽은 뒤에 찾아와서도 말을 못했다
찔레꽃 향기처럼 속이 타 들어갔다는 말을 못했다
* 진흠모/시인/사업가
7. 낙엽의 꿈: 낭송 김경영/ 시 김소엽
가을이 되면
지난날 그리움을
황혼처럼 풀어 놓고
나는 떠나리라
나뭇잎이 가지 위에서 미련없이 떠나 가듯
당신의 가난한 사랑에서 소리없이 떠나리라
가을이 되면
황금 들녘을 지나
물색 하늘에 닿으리라
떨리는 음향
빛고은 노을 지나
히늘이 쏟아져 내리는 그곳까지
바람에 날려도 좋으리
당신 가슴에
가을 하늘 한자락 옮겨
올릴 수만 있다면
가을이 되면
섧디 섧은 몸
종추 되어 울리리
몸은 언제나 슬프고
정신은 낙엽처럼 외로운 것
가을이되면
낙엽지는 숲으로 가리
낙엽져 눈 내리는 가을숲에 서서
가버린 사랑을 추억하노니
사랑이여
떠날 때가 되면
나뭇잎이 가지위에서
떠나가듯
나 또한 그렇게 떠나겠지만
우리 지순했던 사랑만은
열매로 남겨 두련다
낙엽의 꿈은
대지의 품에 돌아와
죽어서 다시 사랑을 싹틔울
생명의 봄을 꿈꾸나니
비로서 누리의 평안과 안식이여
가을이 되면
낙엽지는 숲에서
아름다운 이별을 배우련다
되도록이면 단풍비 눈내리는
서럽도록 아름다운 이별의 때를 택해서
지고한 정신의 알맹이만 남겨
사랑의 종추가 되리라
대지의 종 울리듯
당신의 겨울나무 표피같은
단단한 영혼 흔들어 깨울 수 만 있다면
가을이되면
지난날 그리움을
황혼처럼 풀어 놓고
나는 떠나리라
*진흠모/낭송가/라인댄스 강사
8. 달 밝은 밤: 박 하(박호남)
달이 뜬다 둥실둥실 달이 뜬다
동산 위로 오르는 휘영청 밝은 달빛에
별빛이 사위어 물러나고 낙엽 지는 소리
이 달빛에 소리를 얹어
오지 못할 아득한 길 떠나신 님도 불러
나그네 길잡이 삼아 달님과 놀아보련다
달이 뜬다 아장아장 달이 뜬다
저 외딴섬 위로 오르는 휘영청 밝은 달빛에
물고기 뛰어오르고 꽃이 피어나는 소리
이 달빛에 소리를 얹어
오지 못할 아득한 길로 갈라선 님도 불러
나그네 길잡이 삼아 달님과 놀아보련다
* 시인
9. 갈 대: 낭송 선경님/시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 몸이 흔들리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구름도 아닌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움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10. 뜬구름: 박산
1986년 그 춥디추운 겨울
꼴난 사업하다
쫄딱 망해버린 한심한 아들놈이
같잖은 제 능력은 생각지 못하고
눈가엔 살기만 등등해서 헤매고 다닐 때
아버지 말씀
“뜬구름 잡지 마라!”
이마에 피가 마르면서
제 꼬라지 한심함을 인정했다
하늘은 쳐다볼 엄두도 못냈다
아버지 구름 되신 지 수십 년
쏜살같은 세월이 지났다
이즘 부쩍 구름이 좋아졌다
검묽어도 희어도
한결같이 흐르는 강물처럼
언제 어디서고 고개만 들면
아버지가 늙어가는 아들 품에 든다
“아버지!
가을 소백산 자락 구름이 좋네요,
이젠 저도 구름 구경 괜찮지요?”
* 시집 '가엾은 영감태기' 중
* 진흠모 이끎이/시인/자유 기고가/인사동TV 방송주간
11. 절벽 앞에서: 이생진
나
여기 앉아 있을 테니
다들 돌아가라
유언지대(遺言地帶)
누구나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절벽
나 여기 앉아 있을 테니
그만 돌아들 가라
* (1929~ ) 시 앞에서는 결사적인 떠돌이 시인
《276 모꼬지 단상》
◆ 파주 원송박물관 안기풍 권혁국 김명희 시인이 참석했습니다.
◆ 유재호 님의 시 노래 장돌뱅이 등을 불렀습니다.
◆ 김정화 오혜영 님이 참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