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스토리Omnibus Story

박산 2024. 12. 3. 08:24

'初冬' 2024 여의도 63빌딩 앞 박산 찍음

 

옴니버스 스토리Omnibus Story - 

 

빌딩 숲에서

목구멍 넘어가는 자판기 커피 맛이

새삼스러이 정나미 뚝 떨어지는 순간

여길 빨리 떠나고 싶다

 

네 명이 둘러앉아 소주에 삼겹살을 먹는데

상추 물기 털어내며 씨팔조팔

어수선한 얘기 뻥 튀기듯 노가리만 푸는데

갑자기 고독하고 싶어 나왔다

 

어슴푸레한 저녁

높지 않은 산기슭 작은 바위

그 언저리 털썩 주저앉아

내려다보이는 도심 반짝거리는 불꽃들에

이유 없이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았다

 

조신했던 여자의 변덕이 죽 끓을 때

참고 또 참다가

인내의 한계는 여기다 하고

절교를 선언했다

 

눈 내리는 날 

겨우 한두 사람 내려놓고 떠나는

간이역 기차 뒷모습이 너무 보고 싶어

그냥 역으로 갔다  

 

'남대문 그 근처' 박산 찍음

 

 

◎ 시집 《노량진 극장(2008,우리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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