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박산 2024. 5. 3. 06:11

 

 

월 -

 

동 트기 전 108동 새벽 아파트 화단

이슬에 하동하동 머리 푼

향 짙은 수수꽃다리

 

까만 고양이 어둠 속

흰 점박이 암놈과 접이 붙었다

꼭 아기 보채는 소리를 낸다

 

새벽잠 없는 203호 할머니

뉘 집 아이가 저리 새벽부터 보채나

어미란 건 젖줄 생각 않고 뭐하나

걱정으로 투덜거리는 소리 창문으로 새 나오는데

 

꽃잎 한 무더기 후드득 떨어졌다

앙탈 떨던 점박이 암고양이도 떨어졌다

 

순간 어둠이 물러갔다

 

수수꽃다리 냄새가 흰 밀가루 쏟듯

흠뻑 아파트를 뒤덮었다

 

5월이 성큼 다가왔다 

 

 

* 시집 《 '노량진 극장'(2008) 》 중 

 

 

월정리 오월 벗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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