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9'

박산 2024. 3. 23. 09:15

 

 

생자 미수 잔치 모꼬지 2016

 

2024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9'

       

* 1시간 당겨 6시 시작합니다.

20243296(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인사동길52번지 인사14
//(02)7206264
쥔장:김영희 01028203090/ 이춘우01077731579
1호선종각역안국동방향700m
3호선안국역종로방향400m

 

 

어느 봄날 무크지 '인사島' 편집 회의 후 광화문에서

 

종로매 : 양숙

 

볕바르고 평안한 곳에서

고결하다고 추앙 받으며

우아한 별명까지 받은 친구들

선암매, 고불매, 납월매, 화엄매

정말이지 무척 부러웠다

 

귀청 찢을 듯한 소음과

십 년 묵어 찌든

매연 거적때기 뒤집어쓰고

밤중에도 대낮같은 조명에

눈 감지 못하고 시달리지만

목숨줄 끊지 않고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염화칼슘으로 인한 갈증과

강추위에 가물거리는 의식

흔들어 깨워주는

매년 잊지 않고 들려주는

새해 여는 종소리

 

올봄에도 여전히

꿋꿋하고 당당하게 꽃 피운다

종로 2가에서

 

 

참고:

 

* 선암매ㅡ 천연기념물 488 천년 고찰

仙巖梅 승주 선암사.

고불매ㅡ 세계 최고 단풍 이웃

古佛梅 장성 백양사.

납월매ㅡ 눈 속에서 꽃 피우는

臘月梅 낙안읍성 부근 금둔사.

화엄매ㅡ 각황전 석등 꽃불 켜는

華嚴紅梅 구례 화엄사.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68'

(20242236

 

 

1. 철원 오대미 : 낭송 김미희/ 시 이생진

 

철원 오대미를

압력솥에 넣고 버튼을 눌렀다

밤솥에서 30분이면 밥이 된다고 방송한다

30분 동안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시를 쓴다

먹고 사는 것이 시다

하지만 설거지할 때는 시를 쓰지 못한다

그때는 철원 오대미를 머릿속에 넣고 씹는다

머리로 씹는 시

시도 씹어야 맛이 난다

 

* 진흠모/낭송가/시인/인사동TV 운영위원

 

생자 구순 케익 커팅 2018

 

2. 겨울이다 : 김효수

                                                 

대지에 파릇파릇 새싹이 고개를 내미는 따스한 봄이 가고

더위 달래려고 산이나 바다 바람처럼 떠돌던 여름이 가고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든 단풍 감탄하던 가을도 가고 나니

함박눈 펑펑 쏟아져 세상을 하얀 도화지로 만든 겨울이다

세상을 모르고 무작정 웃으며 뛰어놀던 어린 시절 보내고

가진 것 없어도 끓어오르는 젊음 앞세웠던 청춘도 보내고

가정 위하여 밤이나 낮이나 땀방울 떨궜던 중년도 보내고

검었던 머리 근심 걱정에 하얗게 물들이고 사는 노인처럼

                                                       

 

* 진흠모/시인 

 

 

3. 슬프지 않을 때 : 낭송 류재호/ 시 이생진

                                                       

언젠가는 이 세상에 슬픔이

끝나는 날도 있을 거다

육교에 엎드린 노인이 가고

지하도에 쓰러진 모녀가 가고

지상은 인정으로 홍수를 만나

슬픔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람이 생길 때

나는 어쩔까

슬퍼서 시 쓴다는 나는 어쩔까

 

-시집 <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만큼 기다렸다>

 

* 진흠모/가수/낭송가

 

 

4. 모두어 품으리라 / 김중열

 

앙상하듯 메말러도

그대를 위하기에 사계절 늘봄으로

이 겨울마저 가득히 품으리라

 

아쉬움 없어 부끄럼도 잊으니

앞가림에 서투른 나이라 할지라도

 

그런들 어찌하오 부끄럼 없다하니

헐거버진 겨울이라 하여도

그대를 품고싶어 그 또한 즐거워라

 

바람도 외면한 세월들 쌓이고 쌓인

널려진 낙엽 위로 그 모든 것 또한

원망도 미련도 아쉬움도 없을지니

 

넋두리도 잊으련가 몽울진 봄날에

한아름 안겨간 계절 등에 한껏 메여

 

시린 겨울 힘들다 하여도

그 또한 모두어서 품으리라 하여요

             

* 아라밴드 이끎이/시인/화가

 

2007 부산 추리문학관 모꼬지 마치고

 

5. 풀꽃 사랑  /  윤효순

 

이른 새벽

꽃을 틔우려는

이름모를 풀꽃의

가녀린 몸짓은

사랑인가 봅니다

 

피지 못한

꽃들에게

어제와 같은 말을

되뇌이며

미안해 합니다

 

이름도 없는 나는

그대에게

그대 위한

꽃을 피우지 못하여

아프답니다

 

*시인

 

어느 가을 방학동 생자 동네 산책 마치고 카페에서

 

6. 아쉬움 / 조철암

 

막 승차한 지하철 안에서

수줍게 하트를 보내는 남자

창 밖 승강장에서

손가락 하트로 화답하는 그녀

 

헤어짐이 아쉬워

지하철 창문 사이로

하트를 교환하는 연인

 

바라보는 이의 마음에도

애틋함과 부러움이 섞인 미소가 번진다

 

* 진흠모/낭송가/시인

 

 

 

7. 쓸쓸함을 느껴본 적 있는가 : 이원옥
                    
추운 겨울밤
골목길 가로등 밑에 서서
안경에 낀 김서림을 닦을 때
쓸쓸함을 느껴본 적 있는가

이른 새벽
지난밤 내린 하얀 눈길을 걸을 때
뽀드득뽀드득 들리는 눈의 외침
쓸쓸함을 느껴본 적 있는가

추운 겨울 가고
봄이 오면 사방에서 터지는
꽃밭의 아우성
꽃밭 속에 홀로 서면 만날
쓸쓸함을 느껴본 적 있는가

세상은 한번 왔다가 가는 것
머무르고 싶지만
등 떠미는 세월
이 세상 떠나면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
그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우리는 쓸쓸함을 느껴보아야 한다.                     

* 진흠모/시인/사업가

 

 

8. 나의 소망 : 낭송 김경영/황금찬

 

정결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리라

그렇게 맞이한 이 해에는

남을 미워하지 않고

하늘 같이 신뢰하며

욕심없이 사랑 하리라

 

소망은 갖는 사람에겐 복이 되고

버리는 사람에겐 화가 오느니

우리 모두 소망 안에서

살아 갈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후회로운 삶을 살지 않는다

언제나 광명 안에서 남을 섬기는

이치를 배우며 살아간다

 

선한 도덕과 착한 윤리를 위해

이 해에는 최선을 다하리라

 

밝음과 맑음을 항상 생활 속에 두라

이것을 새해에 지표로 하리라

 

* 진흠모/낭송가/라인댄스 강사

 

 

2020 박산 출판기념

 

9. 낙산에서 : 박산

 

으스름 저녁

이끼 낀 성곽 城郭  낙산을 오르다

전립 쓰고 육모방망이 찬 조선시대 포졸이 된 양

털레털레 성벽 구멍에 코 벌렁 문 안 기웃거리다

점잖게 휘영청 뜬 달은 본체만체

야한 불바다 네온사인 사이사이

불시에 사라진 조선 시대를 느낄 틈도 없이

바람 타고 드는 온갖 고기 굽는 냄새에

적막을 깬 입안 혀 감아 도는 갈증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이 급해졌다

 

* 진흠모 이끎이/시인/자유 기고가/인사동TV 방송주간 

 

 

 

10. 어느 절간 : 이생진

 

소나무가  바람을 막았다

부처님이 흐뭇해  하신다

 

눈 내리는 겨울밤

스님 방은 따뜻한 데 

부처님 방은 썰렁하다

 

그래도 

부처님은 웃으신다

 

* (1929~ ) 시 앞에서는 결사적인 떠돌이 시인 

 

양숙 발행인(1955~2024)

 

진흠모창립자이고, 무크지 인사발행인이며 인사동tv운영위원으로 무한 헌신하신 양숙 시인께서 2024년 봄 소풍을 떠났습니다(3월 2), 실천보다는 언어가 우선하는 세태에, 투철한 책임감과 희생정신으로 진흠모를 이끌었던 시인을, 진흠모 모두는 잊지않겠습니다, 양숙 시인님 사랑합니다, 훨훨 날아 님께서 그토록 바라시던 자유인이 되시길!

(* 양숙 발행인의 사진들을 모아 블로그 공지에 추모의 정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교정 중인 양숙 이명해 님

 

 

1. 사람을 사랑한 그대 이명해

 

삼월이 꽃샘 추위와 함께 꽃소식을 알려온 날,

그대가 이번 생을 마쳤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꽃피는 봄날 웃으며 만나요

약속!

명해씨 사랑합니다'

 

투병 중에도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 야속한 그대

 

지키지도 못할 언약은 왜 해서

이리도 황망하게 하시나요

무엇이 그리도 급했나요?

 

이생진 시선집 제목

, 실컷들 사랑하라

추천해준 그대,

그 후 개정증보판이 나오기까지

3달을 거의 매일 긴 시간 밤새 통화하며

폭풍우 몰아치는 바다를 함께 건너며 시선집을 완성했었지요

 

평생을 올곧은 교육자로 살며

시와 그림과 그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

말들에 가장 비통해 했던 그대

타인과 자신에게 진실하고자

늘 성찰하며 조심스레 삶을 가던

스승이자 친구인 그대

 

친구로 평생 가자던 약속

저는 놓지 않겠습니다

 

친구여!

사랑해서 그래서 더 비통하고 먹먹한 날에

그대 한번 마지막으로

그대 바스라질 듯 가벼운 몸, 꼭 안아볼께요

 

양숙 시인

훨훨 날아서 바람처럼

자유롭게, 영원히 존재하소서

 

2024.3. 2.부산에서 친구 이명해 

 

인사동 갤러리 진흠모 김명옥 화가 전시 나들이 후

 

 

 

2. 우장산 쪽 동백 피면 소식 달라던 님 김수정

 

두 어 걸음이면 다녀올 길

며칠 묵히다 가보면 쪽동백

발아래에서 몸살을 앓던 사진만 속없이 보내고 나면

어찌나 미안한지

 

당신 속내 내 속내 다 꺼내서 얘기하다 보면

오장육보까지 꺼내서 씻어버린 마음이라

털끝없이 시원했던 일들

이제는 누구에게 얘기할꼬

 

가다가 풀 보면 풀 이야기

가다가 나무를 만나면 나무 이야기

해 달 별

우주의 모든 생물과

무생물들 이야기로

한 시간이면 돌아 없앨 길을

세 시간이나 걸려 내려온 안산길

 

당신 앞에서는 어느새

당신이 가르쳤던 초등학생이 되어버린 나

빗나간 화살도 다시 돌아와 순해질 것 같은

차분하면서도 강단 있는 목소리를 이제 어디서 듣는 답니까

 

누구보다 우리 언어를 사랑하신 님

혹여 언어사용이 잘못되면

회초리 섞인 말로 바로 세워주던 일들 마져 그리운 시간들입니다

 

이생진 시인을 사랑하고

시를 사랑하여 만난 우리

우장산 쪽 동백 떨어지듯

가신 님 앞에

나 역시 고개만 떨구다, 떨구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행사 후

 

3. 흠모하는 마음 선경님

 

아름답고 고우신

모습만 기억합니다

이렇게까지 아프신 줄은

정말 가늠조차 못했으니까요

 

몸이 좀 편찮타 들었으며

아이를 돌봐주시러 가신다는

말씀까지는 들었습니다만ᆢ

 

뵙고 싶은 마음에 안부를

여쭙고 싶었는데ᆢ

그 때를 이렇게 놓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바보같은 후회를 합니다

죄송한 마음에 눈물만

흐릅니다

 

양숙 선생님!

감히 불러보지 못한

그 이름을 떠나보내고 나서야

목메여 불러 봅니다

 

흙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선생님께서 피어 놓으신

꽃동산에서 우리 못다한

인연 영원히 누릴 수 있기를

소원하겠습니다

 

존경하고 흠모합니다

 

 

4. 당신도 박산

 

새벽 눈 떠 보고 싶은 이 있다면

당신도 보고 싶은 사람입니다

 

꽃잎 질 때 눈물이 흐른다면

당신도 꽃 같은 사람입니다

 

비 맞는 게 싫지 않다면

당신도 비 같은 사람입니다

 

푸른 하늘이 항시 내 것 인양 한다면

당신도 푸른 하늘같은 사람입니다

 

붉은 노을이 주는 빛에 취한다면

당신도 붉은 노을 같은 사람입니다

 

달 속에 들어 꿈을 꾼다면

당신도 달 같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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