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59

박산 2015. 7. 4. 11:03

  

  

                                                               2014 제주 다랑쉬굴에서

                                                                                                                                 

                            

111 + 59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4월 24(매달 마지막 금요일)

 

7시 인사동 작은 사거리 50m 안국동 방향 전북지업사 골목

 

순풍에 돛을 달고(733-7377)

 

 

* 인사동 지나가다

 

  시 읽는 소리 들려 

 

  귀 쫑긋 들여다보니

 

  아! 여기가 바로 인사동 순풍!

 

  어! 저기,,,

 

  진짜 이생진 시인이 계시네

 

  그냥 들어오셔서 가만히 들으시면 됩니다

 

  시인들 별로 없습니다

 

  다 나 같은 독자들입니다

 

 

1. 과속 봄 : 양숙

 

2. 미완의 인생 : 권영모

 

3. 우리가 어느 별에서 : 낭송 허진/ 시 정호승

 

4. 연필 : 김효수

 

5. 소리도 등대로 가는 길 : 낭송 유재호/ 시 이생진

 

6. 마음의 집 한 채 : 낭송 김경영/ 시 감태준

 

7. 春情 : 박산

 

8. 다랑쉬오름의 悲歌 : 이생진 with 담론

 

 

 

제수 굴.jpg

 

                            

                                

111 + 58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3월 27(매달 마지막 금요일)

 

 

1. 등대 : 양숙

 

 

선물 드리고 싶다

 

점점 차오르는 물 두렵고 무서워

입 앙다문 채 두 눈 질끈 감고

까치발로 코 높이려 버둥거리며

구조를 기다리다 결국은

엄마 아빠 부르지도 못하고

물에 잠겨간 저 어린것들이

이 세상 마지막 나들이 잘 하라고

인도해 주실 건데

 

사랑한단 말 외에는

살고 싶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욕심도 바람도 없이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을 떠도는

깨끗한 원혼들께

사죄해 주실 건데

 

국제 규약도 국제법도 다 필요 없고

그저 단 한 가지 저 영혼들만

무사히 뭍으로 데려올 팽목항에 설치할

빨간색도 흰색도 아닌

샛노란 개나리색으로 빼곡히 채워질

그런 등대 하나 선물해 드리고 싶다

 

온 국민의 염원을 담아

이생진 섬 시인

 

 

 

* 등대-입항하는 배에서 보았을 때에 우적색 좌백색

 

* 진흠모/ 교사 시인/ 진흠모 편집인

* email :yasoo5721@sen.go.kr

 

 

 

 

 

2. 가자미 : 김명옥


굴다리 시장 가자미는 만 원에 두 마리
알이 굵직하게 들어찼다
남성 시장 가자미는 이만 원에 다섯 마리
조금 자잘하다

굴다리 시장 갔다가
남성 시장 갔다가
값만 물어보고
다음에, 다음에 먹어야지

그냥 돌아서다가
혼자라고 가자미도 못 먹나
두 마리 사다가
망설임 툼벙툼벙 썰어 깔고
갖은 생각 끼얹어 조리면서
어떤 시인의 가재미는 맛도 깊다는데
내 가자미는 무슨 맛일까
알이 꽉 찬 시어들을 지글지글 조려내고 싶어

 

 

* 진흠모/ 시인

 

 

 

3. 어머니 : 권영모

 

 

내 가슴 속에 오신 어머니

떠올리기만 해도 두 어깨 들썩이며

눈물이 흐르네

어린 시절 해주시는 좋은 말씀

하찮은 잔소리로 여겼다네

학창시절엔 못난 아들 돈지갑 노릇하시면서도

목욕 비 아끼시려 당신 등 밀라 하시고

빈 지갑 보이지 않으시려

말없이 허공만 바라보시던 어머니

팔십 평생 마치신 후에야

그 음성 왜 이리도 사무치게 그리운지

늦철 든 아들의 회한

갚을 길 없는 사랑

보고파 목 놓아 불러보는 어머니

봄날의 향기 보다 더 아름다운 어머니!

 

 

* 진흠모/ 시인

 

춤 굴.jpg

 

 

4. 귓밥 : 김효수

 

며칠 전부터 참아내기 어려울 만큼 가려운 귀

새끼손가락 쑥 넣어 자꾸 후벼봐도 가려운 귀

견디지 못하고 바쁘게 하던 일도 팽개쳐 두고

귀이개 찾아 조심스럽게 살살 귀 후비어 봤다

귓속에서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어 꺼내 봤다

돌이 되어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귓밥이었다

세월 보내며 사람들과 어울려 하였던 말 중에

예쁘고 의미 있는 말은 머리에까지 잘 갔지만

쓸데없는 모든 말은 가슴에 가지 못했나 보다

정신 어지럽게 하거나 가슴 아프게 하는 말은

귀 문지기에 걸려서 한 발자국도 가지 못하고

엉켜 신세타령하다 죽어 돌과 같이 됐나 보다

쌓였던 말의 시체가 남김 없이 치워지고 나니

그렇게 가렵던 귀가 참 기분 좋게 시원해졌다

살면서 아름다운 사람 만나 좋은 말 해야겠다

다시는 귀에 거칠고 험한 말이 싸늘하게 엉켜

죽는 일이 없도록 늘 고운 말씨로 살아야겠다

 

 

* 진흠모/ 시인

 

 

 

 

5. 어떻게 살아야 : 김문수

 

 

세상사에

절대 진리 상대 진리 거짓의 영역이 있다면
우리는 상대 진리 속에 살고 있을 걸
무수히 경험 했잖아
어떤 면으로는 옳고

다른 면으로는 그를 수 있는
공부를 하고 경험을 쌓으면

구분이 뚜렷해질까
거짓으로 빠질 수 있는

유혹은 경계해야 하지만
더 열심히 살고 인연이 닿으면
신과 성인의 영역도 넘볼 수 있을까

 

 

* 진흠모/ 시인

 

 

 

 

6. 가을 나비 : 낭송/유재호, /이생진

 

 

나비

노랑나비

힘이 없다

모래언덕을 넘다가 지쳐서

쑥부쟁이 꽃에 기대어 할딱거린다

봄엔 예뻤는데 가을엔 불쌍하다

불쌍할 때까지 살아서 부끄럽다

춥기 전에 단념해야 했는데 하고

먼저 간 것들을 부러워한다

파도 소리에 쫓기는 갯강구

갯강구는 어디까지 도망칠 작정인가

나비도 도망칠 생각은 없는지

춥다

날개가 접히지 않는다

-시집 <우이도로 가야지>에서

 

 

* 진흠모/ 낭송가/ 진흠모 가수

 

 

 

 

7. 엄마의 치매 : 김도웅

 

 

두레박으로 퍼 올린 샘물로

보송보송한 나를 빚고

빙산을 쥐어짠 젖으로 키웠다

높게 멀리 강하게

이름을 흔들어 주며

모낭마다 노래를 심었다

불시착한 유성이

외계의 현기증을 앞마당에 슬쩍 내려놓았을 때
목청에서 괴담에 물든 언어가 흐르기 시작 했다

스페이드 같은 손톱으로

미로 속에 유영하는 바람의 정수리를 박박 긁었다

"뒤뚱거리는 혼백의 풍향을 무어라 불러줄까"

면역이 희미해져 가는 침실엔

번민이 그득한 수녀의 골방인 양

경전의 문자들이 허공에 떠 다녔다

박쥐의 잠꼬대 같은 환청이

먹구름 틈새의 천둥 울리 듯

속눈썹 언저리에서 지끈거리고

기억이 뒤틀린 땀방울들은

증발되어 달의 뒷면으로 끌려갔다

"좋은 날도 많았지"

퇴색되고 있는 초상화가 엉킨 실타래에서 출력되어

내다 버린 장롱 속으로 입력되었다

 

 

* 진흠모/ 시인

 

 

 

8. 봄이 오면 나는 : 낭송/김경영,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나도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 주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와 연못이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9. 김문수 변호사 : 박산

 

 

뭐 이렇다 할 죄 저지르지 않았고

육십 평생 운 좋아 송사 걸릴 일도 없으니

변호사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아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누군가의 일에 어쩔 수 없이 관련지어져

부득이 만난 그간 몇 명의 변호사들과는

상담의 업무적 정서가 순수하고

금전에 대한 無心이 편안하고

세파에 굴종하는 속도도 느리지만

법보다 사람에 대한 연민이 우선이다

남자보다는 여자를 훨씬 우대하여

며느리가 사준 옷 은근 자랑이고

스마트폰에 외손주 사진을 품고 다닌다

'동동구리무' 트로트 메들리를 매양 흥얼거리고

장고 끝 묘수 찾기에 몰두

盤上의 흑백 한 알에 집착하지만

취기 얼큰해서 지어내는 諷刺詩

세상사 애환이 쉽게 읽혀진다

대사형!

무협지에서나 나오는 이 거룩한 단어를

시 몇 줄 훈수 두었다는 이유로

황공무지하게도 나이 아래인 날 부르는 말

보다 우선하는 愛酒의 삶에 축복 있으시길!

* 김문수: 경향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진흠모 시인

 

 

* 진흠모/ 진행자

 

 

생.JPG

 

  

10. 사도師道 : 이생진

-고 정수영 교사와 고 최혜정 교사

 

미안하다

오래 살아서 미안하다

이런 말이 서슴없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기억의 무게를 느낀다

담임 선생님에게 반성문을 제출할 때처럼

***

 

그들이 가는데 짐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꿈을 나누듯 그들이 다 살지 못한 미래를

다 산 내가 나를 돌이켜 본다

 

스물한 살 때

시골 초등학교 교사로 출근한 첫날

옆자리

유상현 교사도 첫 날이었다

새 양복에 새 와이셔츠에 새 넥타이

우리는 처음 맨 넥타이가 기둥에 맨 새끼줄 같아서

거울 앞을 지날 때마다 신경이 쓰였다

 

교직을 천직으로 삼자고 손을 굳게 잡았는데

그 해 여름 전쟁이 터지고

작별 인사를 나눌 겨를도 없이

나는 전장으로 가

3년 후 휴전이 되어 돌아왔지만

그 학교로 가지 않아서

유상현 교사를 다시 만나지 못했다

나는 다른 학교로 여러 번 옮겨 다니다

6년 만에 서울로 왔고

 

서울에서 교직 생활 33

낮에는 가르치고 밤에는 배우며

내 인생의 굴곡을 쓰다듬었다

내 시는 그런 흔적이다

그러다가

그만 해야 할 때를 맞아

퇴직하고 이제껏 시만 찾아다닌다.

 

교직 생활 40

비운에 간 전수영 교사와 최혜정 교사에 비하면

나는 나의 미래를 완주한 셈이다

살아야 한다

살아야 인생이다

지금 87

어제(201536)

98세인 원로 시인 황금찬 선생과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자작시 한 편씩 낭송했다

황금찬 시인은 회초리

나는 성산포

 

황금찬 시인은

회초리를 드시고

종아리를 걷어라

맞는 아이보다 먼저 우시던

어머니

하더니 흐느껴 우신다

 

내가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절망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절망을 듣는다라고 했을 때

듣고 있던 사람들은 눈물이 난다고 했다

왜 산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는 걸까

사람들은 눈물로 자기를 추억하나 보다

 

착한 스승이 되자고 함께 출발한

전수영 교사와 최혜정 교사

첫 수학여행 인솔 교사로 한배를 탔다

침몰하는 배에서 입었던 구명조끼를 제자에게 벗어주며

너희부터 나가라 나는 나중에 나가겠다더니

영영 돌아오지 않은 영혼의 목소리

 

부임한 지 1년이 채 안 되는 새내기 선생

그들은 한 목소리로

엄마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야 해, 끊어

엄마 학부모들에게 전화해야 해, 배터리가 끊어지면 안돼

구명조끼 없어

동동거리는 아이들의 생명 앞에서 낯선 책임감이 얼마나 당황했을까

그들의 마지막 음성

왜 이 목소리는 날 따라다니며 가슴을 찌르는가

 

내가 산 60년에 해당하는 그들의 미래를 누가 앗아갔나

미래란 그렇게 예측 불허의 운명인가

나는 나의 미래를 끝까지 살았는데

그들은 어디서 그들의 미래를 찾아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오나

 

그들보다 오래 살아서 미안해지는 나

염치도 없이…… ()

 

 

* (1929- )  떠돌이 방랑 시인

 

 

 

이생진 담론:

 

지난 가을 지리산에 만났던 기타리스트 김광석, 그가 하는 연주가 너무 좋아 지리산 자락에서 음악에 푹 빠졌었습니다. 인사동에서는 참 귀중한 분들이 찾아주셔서 만나는데 그 김광석씨가 오셔서 기쁩니다.

 

늙은 사람도 쓸모가 있습니다. 이즘은 제 시도 이젠 철이 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란 아름답게만 쓰여 지는 게 아니라 오래 살아야 긴 인생에서 비롯된 철학적 사유가 깃들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오래 살아야 좋은 분들을 만나고 좋은 시를 씁니다. 여러분들도 오래 사세요.

 

제가 세월호 참사 416일 세월호 현장 맹골군도에서 관련 시집을 내서 그 장소에서 시를 읽으려 했는데 가정에 일이 있어 그 날짜는 어렵게 됐습니다. 사실 40여 년 전 나는 맹골도에 갔었는데 높은 파도로 섬에 오르지 못했고 그 이후로도 몇 차례 맹골도에 오르려다 높은 파도로 못 오르고 맹골도 주민들이 배에 있는 생필품을 배의 무게를 줄이려 바로 맹골도 집이 보이는 바닷가 배 위에서 버리는 아픔도 광경을 보았고 결국 그로부터 14년 후 맹골도에 올랐습니다.

 

그렇듯 험한 맹골도 바람이 결국 세월호란 비극을 초래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제 서재에서, 그 때 내가 올랐던 맹골도에서의 그 느낌을 기록한 메모 수첩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 인생에 살아오는 과정에서의 내 시에 많은 역할 담당을 해 온 것은 웃음 보다는 슬픔이란 생각에서 슬픔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출판기념 단체.JPG

 

 

 

@ 유재호의 노래 꽃구경’ ‘동백아가씨’ ‘허허

 

@ 김도웅 시인의 노래 도니제테의 오페라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

 

@ 기타리스트 김광석의 공연 사막’ ‘고향의 봄’ ‘천둥산 박달재

 

@ 김학민과 발렌티노가 함께하는 퍼포먼스

 

@ 김원수 시인과 함께 온 신숙현 님의 창부타령 등의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