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11+56

박산 2015. 7. 4. 10:56

  

 

 

 

                                                  이생진 시인과 함께한 이승희 김준 김명준 김애경 김응준 님 photo by 이승희

                                                   

                                               

                               

111 + 56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1월 30(매달 마지막 금요일)

 

7시 인사동 작은 사거리 50m 안국동 방향 전북지업사 골목

 

순풍에 돛을 달고(733-7377)

 

 

* 인사동 지나가다

 

  시 읽는 소리 들려 

 

  귀 쫑긋 들여다보니

 

  아! 여기가 바로 인사동 순풍!

 

  어! 저기,,,

 

  진짜 이생진 시인이 계시네

 

  그냥 들어오셔서 가만히 들으시면 됩니다

 

  시인들 별로 없습니다

 

  다 나 같은 독자들입니다

 

 

 

1. 머라삐(Merapi) 화산 : 양숙

 

2. 자화상(自畵像) 낭송/이경선 시/서정주

 

3. : 김효수

 

4. 자화상(自畵像) : 낭송/한옥례 시/유안진

 

5. 당신은 별 같은 자리 : 권영모

 

6. 물 긷는 사람 : 낭송/최미숙 시/이기철

 

7.이 순간 : 낭송/허진 시/피천득

 

8. 홍대 근처 : 김도웅

 

9. 소리도-섬에 따라 온 친구 : 낭송/유재호 시/이생진

 

10. 아침 : 윤준경

 

11. 청춘 : 낭송/김경영 시/사무엘 울만

 

12. 겨울 숲 : 박산

 

13. 겨울 섬의 표정-고독 수용소 : 이생진 with 새해 담론

 

 

55 단체.jpg

 

 

111 + 55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스케치

 

12월 26(매달 마지막 금요일)

 

 

1. 잠식 : 양숙

 

 

탱자나무 산울타리 터앝에

메리골드 기웃거리기에

웃으며 환영해 주었다

 

메리골드 끼워주자

쑥부쟁이가 나도 좀...

역시 스스럼없이 들였다

 

쑥부쟁이 환한 모습 보더니

서양등골나물도 덩달아 재촉이다

너라고 안 받아주면 기분 상하겠지

 

그런데

원래 내 자리는 어디로...

새끼들은 앞으로 어떻게 꽁지발 하지

이게 아니었는데 시나브로

 

 

 

* 터앝: 집의 울안에 있는 작은 밭

* 서양등골나물: 생태교란 식물로 토종 식물을 순식간에 제압 산야를 잠식한다.

이것을 먹고 짠 우유 섭취 시 구토 설사 사망까지 유발.

 

 

* 진흠모/ 교사 시인/ 진흠모 편집인

* email :yasoo5721@sen.go.kr

 

 

 

2. 전라도 길 낭송: 이승희/ : 한하운

  소록도로 가는 길에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 리, 먼 전라도 길.

 

 

* 진흠모/ 섬여행가

 

 

 

3. 우화의 강   낭송: 한옥례/: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이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어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은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말 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렴지 않은 잠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쉬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은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재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 낭송가 프로골퍼

 

55 권오성 덕희.jpg

 

 

4. 이 세상 : 김효수

 

 

인생 줄 고무줄처럼 늘려갈수록 쌓이는 건

욕심에 근심에 한숨뿐인 줄 뻔하게 알면서

하루라도 일 초라도 이 세상에 견뎌보려고

몸에 좋다는 건 어떻게든지 구하여 먹다가

조금이라도 어디가 자꾸 아픈 듯 여겨지면

약국에 병원 정신없이 찾아다니는 걸 보니

이 세상이 냉정하고 살벌해 힘겹다 하여도

저 세상보다 아무래도 살기는 나은가 보오

그렇지 않고서야 늘 약게 살아가는 사람이

왜 이 세상 떠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겠소

나 이제껏 살며 저 세상 가는 모습 봤지만

좋다고 서두른 사람은 단 한 명도 못 봤소

 

 

 

* 진흠모/ 시인

 

 

 

5. 자화상  : 낭송: 오유경 /: 유안진

 

 

한 오십 년 살고 보니

나는, 나는 구름에 딸이요 바람에 연인이라

눈과 서리와 비와 이슬이

강물과 바닷물이 뉘기 아닌 바로 나였음을 알아라

 

수리부엉이 우는 이 겨울도 한 밤중

뒤뜰 언 발을 말 달리는 눈바람에 마음 헹구는 바람의 연인

가슴속 용광로에 불 지피는 황홀한 거짓말을

오오 미쳐 불 뿐 대책 없는 불쌍한 희망을

내 몫으로 오늘 몫으로 사랑하여 흐르는 일

 

삭아질수록 새우젓갈 맛 나듯이

때 얼룩에 절수록 인생다워 지듯이

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진실보다 허상에 더 감동하며

정직보다 죄업에 더 집착하여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나란히 누어도 서로 다른 꿈을 꾸며

끊임없이 떠나고 떠도는 것이다

갈 때 까지 갔다가는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하늘과 땅만이 살 곳은 아니다

허공이 오히려 살만한 곳이며

떠돌고 흐르는 것이 오히려 사랑하는 것이다

 

돌아보지 않으리

문득 돌아보니 나는, 나는 구름에 딸이요

떠도는 바람에 연인이라

 

 

* 낭송가

 

 

곽성숙 1.jpg

 

 

6. 바다에 가면 엄마가 있다 : 곽성숙

 

 

해질녘 돌머리 해변에 서 본 적이 있는가
그 쓸쓸한 해넘이를 오래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곳에서 나를 낳아 준 어미의 튼 배를 보고 목 놓아 울었으리

바다에 가면 엄마가 있다
나와 당신과 우리 모두를 낳아 키운
착한 엄마가 있다

엄마, 부르기만 하면
무릎걸음으로라도 달려와 줄 엄마,
엄마손 내밀면
온 몸으로 밀고 와 줄 엄마,
거센 물결을 감싸 안아 줄 엄마가 온다

바다에 가면 엄마의 튼 배가 있다
나를 그 몸에 품었을 때
제 살 쩌억 갈라진 고운 배가,
여러 갈래 길을 낸 체 있다

바다에 가면,
부드럽고 황홀한 그녀의 맨몸이 있다.

 

 

* 시인  '이생진, 시가 바람 되어'- 카페지기

 

 

 

 

 

7. 내가 백석이 되어 낭송: 김귀숙/: 이생진

 

 

 

8. 고독은 죽지 않고 낭송: 유재호/: 이생진

 

 

돌화로 같은 섬

범섬에 가둬놓고

불을 지르면

빠삐용으로 변신할까보다

기분 좋게 비상하는 듯하다가

텀벙

솔방울 자루를 미리 던지고

헤엄쳐 이어도로 갈까

고독은 죽지 않고

삼십육계 하네

고독은 죽지 않고

저쪽에서

또 고독하네

 

 

* 진흠모/ 낭송가/ 진흠모 가수

 

안동원 진주.jpg

 

 

9. 어머니 가을이 왔습니다 : 안동원

 

* 진주문협회장

 

 

 

10. 나는 겨울나무 : 권영모

 

 

다 벗고

꿈을 꾸고 있는 중

날마다 불어오는 싸늘한 바람

부딪쳐 상처에 흐느끼는 날이 싫어서 ...

 

눈 이불 물안개 꽁꽁 얼어붙은

겨울나기의 날들

그래도 따듯한 가슴을 움켜지고

꿈을 꾸며 살아간다.

 

긴 겨울은 어차피 시간 속에 묻히는 중

꽃도 맺고 열매를 맺는 날을 상상하며

더 성숙한 날을 위해 겨울나기를 한다.

 

나를 과대 포장했던 거추장스런 날개

다 벗어 내려놓고 꿈을 꾼다.

따듯한 봄날을~~

 

 

* 사업가 시인

 

 

 

11. 그리운 바다 성산포  낭송: 허진/: 이 생진

 

 

살아서 고독한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난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 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잔 이 죽일 놈에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혼자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한 달만 살자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 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그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노래를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만 바라보는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 에서는 한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바다만을 바라보고 있는 존재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바다를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때늦은 밀감 나무에는 게으른 윤기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에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을 좋아했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 주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 진흠모/ 시인/ 낭송가

 

 

김기진 주성완.jpg

                              주성완 시인을 소개하는 김기진 시인(시가 흐르는 서울 대표)

  

12. 전각 : 김도웅

 

 

칼날을 우상으로 받들고 살았다

자나 깨나 그의 표정을 살피고

외우지 못한 기도문을 읊으며

푸르뎅뎅한  달빛에 손가락을 씻었다

 

옥매산 옥돌 속에 숨어있던

내 힘줄을 찾았을 때

흐려있던 칼의 빛이 세련되게 다가왔다

물집에서 터진 진한 눈물이

칼 손잡이에 배어들 때 마다

북극성의 머리칼을 몇 줌 씩 뜯어냈다

 

고요한 날카로움이 딱딱한 순간을 파고드는 것은

하늘과 땅이 하나 되는  춤사위

돌의 속살을 파내는 소리를 곡이라 부르고 싶다

불만 속에 웅크리고 있던 기억과 꼬투리 잡힐 과오가

깎여 나가며 돌가루가 주저앉았다

 

날 선 얼굴에 모래 바람이 비웃음을 던지고

우레가 손가락을 우두둑 밟으며 지나갔다

그래도

기막힌 이름이 핏줄을 타고 드러났다

 

옹이 박힌 살은 멸에서 부릅뜨고

 

 

 

* 멸제: 괴로움이 소멸된 이상적 경지, 불교 용어

 

 

 

* 진흠모/ 시인

 

 

 

13. 죽음의 찬가 낭송: 김경영/: 김소엽
                   
누가 덧없이 말했는가

죽음은 공포이며 슬픔이라고
죽음은 생의 종말이며
삶에 끝이라고 말하지 마시오
죽음은 가장 진지한 삶의 표현
가장 경건한 삶의 완성인 것을'
인생은 죽음에 이르는 과정
하루를 살면
하루만큼 죽어 간다는 것을
우리는 왜 진즉 몰랐을까!
하루를 잘사는 길이
잘 죽는 길이요
순간순간을 잘사는 길이
인생을 잘사는 길인 것을

죽음은 우리 안에 내재 해있고
죽음은 삶의 엄연한 동반자요
죽음은 삶의 생명으로 이어지나니
삶과 같은 열정으로 살아서 죽음을 준비 할지니라

죽음은 풀꽃으로 지천에 널려 있고
우리 삶은 그 위를 바람처럼 흐르거니
잠시 왔다 돌아가는 삶
그 사이 많이도 헤매고
더 많은 소유를  위해
잠 못 이루고 분노하고 쟁취하면서
땀 흘려 평생 달려 가보지만
머지않아 인생에 터미널이 오고
빨간 신호등 켜지면 가던 길 멈추고
누구나 예외 없이 가야할 그 곳인데
우리는 사는 동안 천만년 살 것처럼
세상 것 다 가지려 욕심을 부리며
가장 가까운 이웃에게
아픔을 주고 상처를 주면서
사랑하며 살아도 모자랄 시간인데
왜 서로 미워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가버린 후에는
재산도 권력도 명리도 아니요
육신은 한줌 흙으로 돌아가고
오직 남는 것은
그가 살아서 이웃에게 베푼
사랑 한조각 뿐인 것을
가장 아름다운 완성을 위해
굼벵이 같은 추한 육신 벗어 놓고
눈물 같은 투명한 비단실로
별빛 같은 찬란한 레이스를 짜서
영혼의 날개 달고
그 분 앞에 갈순 없을까

죽음은 또 하나의
신비한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
아무도 갔다가 되돌아 온 사람
하나도 없는걸 보고 나는 알았네
그 세상 얼마나 좋으면
누구나 한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어느 날 그 분이 부르시면
누구나 순종하며 순서 없이 가야할 그 길
내안에 더러운 것 다 털어 버리고
내안에 정한 분노 근심 걱정 다 버리고
영혼의 껍질 벗고 나비처럼 날아서
아름답고 깨끗한 영혼으로
황홀한 첫날밤 위해
그 분 앞에 가야겠네

그 날을 위해
잠시 이 땅에 머무는 동안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섬기면서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살다가
설레이는 마음으로
신혼여행 떠나야겠네~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회 창립 10주년을 축하하며김소엽


* 진흠모/ 낭송가/ 라인댄스 강사

 

 

윤준경.jpg

 

  

14. 하늘 소유권 : 윤준경

 

고백하건데

나 욕심이 참 많다네

겉으로 초연한 척 내숭떨지만

저기 한적한 마을에

집 한 채, 땅 몇 뙈기

왜 갖고 싶지 않겠나

마음 한 겹 접어두고 돌아오는 길

눈앞의 하늘은 그늘의 부피만큼 맑았네

저기 무엇이 있어 저리 푸르고 환할까

움츠린 영혼들이 불 밝히고

행복에 대하여 토론하는 중일까

꽃 심고 상추 심고 나무 심는 일,

몸 바쳐 가꿀 육체도 부실하니

벗이여, 그대의 청정한 전답이 잘 보이는

저 하늘을 내가 사겠네

문서가 필요 하겠나, 증인이 필요 하겠나

아무도 탐하지 않는 하늘의 소유권

 

나 쩨쩨한 여자가 되지 않겠네, 원한다면

누구라도 나눠 갖겠네

나는 어느새 지상에 없는 부자

높고 깨끗한 저기,

수 만평 하늘의 주인이라네

 

 

* 진흠모/ 시인

 

 

 

15. 또 한해가 간다 낭송: 김기진/: 황금찬

 

 

또 한해가 간다

새해는 언제나 나의 열망 속에 꽃피어 낫건만

이렇게 고개 마루에 않아 보면

후해데 는 일이 많다

그래 나는 피리를 분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이 강물위에 휘날리는 눈입

아니면 호수 가에 이우는

잡초 같은 것

나도 한때는

불같은 욕망으로

인간을 욕하고

세상을 침 뱉으며

자살을 몇 번인가 기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간을 미워 할 것도 없고

세상엔 원수가 없다

서로를 빚 갚으며 마련된 평생을 사는 것이다

살아 보아야 안다

세상은 내 뜻이 아니다

되는 일 하나 없고 원하지 않는

세월만 가는 것이다

또 한해가 가면 허전하고 후해 되는 일이 많다

2003년이 저무는 대

나는 그 고개에 마루에 앉아 피리를 분다

 

 

 

* '시가 흐르는 서울' 대표. 황금찬문학관추진위원장

 

 

 

16. 아이 하나 울고 있습니다 : 박산

 

 

주름 깊고 수염 허연

아이 하나 울고 있습니다

소리 내어 울진 않습니다

어미 젖 물던 기억이 남아

배냇짓까지 합니다

찬바람 기척에도 콧물 줄줄 흘리고

항시 배고파 칭얼거립니다

위세 떠는 어른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휠체어 이름표에 붙인

근엄하게 넥타이 맨 사진은

어느 조상의 사진 일 뿐입니다

지금 아이가 바라는 건

부드럽게 씹히는 과자와

달콤한 사탕입니다

지금의 모든 것에 이유는 없습니다

굽어지다 파생되었던 모든 것들이

아이의 기억에는 사라졌습니다

이 악물고 추구했던 명예와 부귀도

 움큼 꽉 쥐었지만 빠져나간 모래알처럼

그 존재를 까맣게 잊은 채로

아리고 쓰라렸던 것들에 잠재적 반항으로

오로지 단맛만을 원합니다

비가 오시고 눈이 오셔도

꽃 만발하고 열매 주렁주렁 열려도

무심스런 얼굴에는 공허만 그득합니다

기억하는 노랫말 몇 개로 흥얼거리다 지친

아이 하나 울고 있습니다

겨울이 덥고 여름이 추운 아이가 말입니다

 

 

* (2014 겨울, 구로구 미소들 요양병원에서)

 

 

* 진흠모/ 진행자

 

 

 

 

 

17. 실종자 -501오룡호 : 이생진

나는 그 시각에 소설을 읽고 있었다

어떤 돌변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비정하게

때론 내가 살아 있음이 야박할 정도로 매몰차게

그렇다고 자살을 자청하거나

이 배하고 끝까지 함께 하겠다’*

라는 무전을 치지 못하는 무력함

그렇다

나와 그는

나의 시와 그의 소설은

아무 쓸모없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계속해서 읽는다

나도 그 소설을 계속 읽는다

 

 

‘19411214, 도주

…………그해의 마지막 달은 히틀러 군대가 파리에 진주한 이래로 가장 암울하고 숨 막히는 시기였다. 독일군은 두 차례의 반()나치 테러 행위에 대한 보복조치로, 128일부터 14일까지 저녁 6시 이후 야간 통금령을 발포했다. 그리고 1212일 하루 사이에 칠백 명의 프랑스계 유대인을 잡아들였다. 15일에는 십억 프랑의 q범칙금을 유대 민족에게 부과했고 같은 날 아침, 파리 서쪽의 발레리앵에서 포로 칠십 명의 총살극을 단행했다. 1210일에는 경찰청장의 주기적 단속령이 떨어졌다. 센 지역의 유대인들은 이제 외국인이건 프랑스인이건, 아무 때라도 주기적 단속에 걸려들면 유대인 도장이 찍힌 신분증을 제시해야만 그날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거주지를 옮기는 경우는 이십사 시간 내로 경찰서에 알려야 했고 센 지역을 벗어나는 행위는 일체 금지되었다.’ **

 

 

간밤에 늦게까지

모디아노의 장편소설 도라 브루더를 읽다가

새벽 신문이 겨울바람을 타고 날아왔기에

소설책을 놓고 신문을 들었다

이번엔 오룡호의 비명

 

사망 1

구조 7

실종 52

 

러시아 서베링 해 해역

바람은 초속 25에서 27미터

파도는 5에서 6미터

영하 10도의 수온에서 고기를 잡던 원양어선 501오룡호'*** 

세월호가 가라앉은 지 230

배는 진수할 때부터 침몰하기 시작한다는 보물섬

작가 스티이븐슨의 말에 공감하며 머리를 끄덕이지만

이래저래 사람의 목숨은 파리 목숨

나는 또 눈을 비비며 소설을 읽는다

이 배하고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선장의 말을 인양하지 못한 채

 

 

* 오룡호 김계환 선장의 마지막 말

** 파트릭 모디아노/김운비 옮김 도라 브루더문학동네(2007)에서

*** 2014.12.3/ 조선일보 (투데이)에서 인용

 

 

 

* (1929- )  떠돌이 방랑 시인

 

이생진 담론:

 

2014 노벨문학상 수상자 프랑스의 파트리크 모디아노는 기억의 예술가입니다

과거의 기억으로 소설을 쓰는 사람입니다.

그가 알려지는 데 역할을 한 것은 영화였습니다. 어찌보면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중략).

 

시는 절규입니다

몸이 건강해야 시를 쓸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대학병원 응급실에서 3일 간 문학체험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수액 한 방울

한 방울이 얼마나 위급한 생명을 살리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였습니다.

시를 전문으로 쓰지 않으시더라도 뭔가를 자꾸 쓰세요

그래야 기억력을 반추하고 건강에 좋습니다

 

새해에는 좋은 일 많이 생기시길 바랍니다.

 

 

@ 주성완 시집 소중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문예출판)

 

걷고 말하고 듣는 게 불편한 주성완 시인이 김기진 시인 등의 도움으로

출판한 시집 소개가 있었습니다.

잘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였지만 그가 모꼬지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고

인사말을 전했습니다.

 

이 감동으로 섬으로카페지기 이승희님은 시집을 카페 단체 주문하겠다는

의사를 보내왔습니다.

 

주성완 시인도 감동이고 그를 이끈 김기진 시인도 감동이고 이승희씨 같은

아름다운 마음씨에도 감동입니다.

 

모쪼록 저희 모꼬지 진흠모가 이런 감동의 스토리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김준박사.jpg

                                                                             김준 님

 

@ 섬문화를 연구하는 김준 박사가 두터운 그의 저서 섬문화답사기-완도편 신안편

을 들고 참석하셔 섬에 대한 짤막한 소회와 이생진 시인과의 인연 등을 언급

했습니다.

 

@ 진흠모 동인이신 제주도 거주 노명희(싱어송라이터)님이 사랑이여 나는 몰라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CD를 보내주셨습니다.

 

@ 안동원 진주문협회장께서 산청 감 한 박스를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유재호 윤준경님의 노래가 있었습니다

 

@ 하덕희(가수)님 참석하셔서 떠나던 날등 이생진의 시에 붙인 주옥같은 노래를

  들려주셨습니다.

 

 

@ 광주 이생진, 바람이 되어차꽃 곽성숙님을 비롯한 곽오열 박사등 자매

  김연선 사진작가 등 여러 분들이 참석하셨습니다.

 

@ 이승희님을 비롯한 섬으로회원들이 참석하셨습니다.

 

@ 권오성(전 육군참모총장) 오유경(중독예방교육원 원장) 안동원(진주문협회장)

  이덕수 님 등이 처음 참석하셨습니다.

 

@ 가수 현승엽과 함께하는 이생진 시인의 퍼포먼스를 들었고

  모꼬지 전속가수 현승엽이 노래하는 석별의 노래로 2014 인사동 모꼬지 진흠모도

  새해를 기약했습니다.

 

   2014를 함께 했던 저희 진흠모 모꼬지 찾아주신 모든 분들

   2015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