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머슴이로소이다

박산 2022. 9. 12. 08:15

 

'용인의 저녁 노을' (김병모 찍음)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중, 2015 황금알》 

 

난 머슴이로소이다 -

 

에헴, 게 아무도 없느냐!

소리 지를 일도 없고

그저 세파에 아부나 할 양으로

중얼중얼 나 죽었오 나 죽었오

쥐 죽은 듯이 골목이나 기웃거리다

막걸리 한 사발에 고기 한 점 씹어

쪼꼼 커진 간덩이로 내뱉는 분노

에이 엿 같은 세상! 쌍시옷 섞었다가

누구 듣는 이도 없는데

움츠려 휘휘 사방을 둘러본다

해가 중천에 떠서야

이리 오너라

아침 늦잠은 상전들의 특권

깨우는 이 없어도

깜깜 새벽 발딱발딱 일어나

개꿈 해몽에 들이대는 어설픈 주역 64

새벽을 서성이는

난 머슴이로소이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251  (6) 2022.09.27
저승골 금두꺼비  (3) 2022.09.17
셋째 번 단추  (5) 2022.09.06
詩도 그렇긴 하다  (3) 2022.09.03
당신의 가을맞이는 안녕하신지요?  (10) 202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