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중 2015 황금알》
詩도 그렇긴 하다 -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스무 해도 훨씬 지난 얘기지만
어찌어찌 머리 얹으려 골프장엘 갔다
처음 밟는 잔디에 잘 맞을 리 있나
그래도 칭찬 일색이다
어쩌다 롱 퍼팅이
소 뒷걸음에 똥 밟은 격으로 들어갔다
타고난 골프 천재다 -
나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스윙 폼이 타고났다 -
열심히 치라는 얘기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러면 그렇지 내 뛰어난 운동 신경이 어디 가나
세 살 바보가 되어 우쭐했다
내게 시를 보여주는 이 몇 있다
몇 개의 단어 쓰임이 상쾌하고
문장 몇이 조화롭다
아니 어찌 이런 멋진 표현을 -
읽는 맛이 너무 좋다 -
시적 소질이 풍부하다 -
시도 그렇긴 하다
공치는 일과 매한가지로
누군가 칭찬해주고 용기를 주어야
쓸 맛이 난다
그러나
시를 쓰며 우쭐했다면
짧은 순간에 자기반성이 따른다
자신이 준 스코어에
자신이 우선 답을 해야 한다
세상과 얼마나 진지하게 타협했었는지보다는
순간의 감성이 준 풋내 나는 언어의 나열이
나의 천재성이란 착각으로 시를 죽이고 있다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 머슴이로소이다 (7) | 2022.09.12 |
---|---|
셋째 번 단추 (5) | 2022.09.06 |
당신의 가을맞이는 안녕하신지요? (10) | 2022.09.01 |
가엾은 영감태기 (7) | 2022.08.27 |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250 (4) | 2022.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