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도 세렝게티의 치타가 있다 ㅡ
붐비는 지하철에 서서 가는 중에
문뜩 떠오른 詩想이 있어
스마트폰에 손가락 두드려 쓰고 있는데
바로 앞자리
역시 스마트폰에 코 박고 있던 젊은이가
가방 챙겨 분주히 내리려 일어나길래
무심코 빈자리에 앉으려는 찰나에
어디선가 갑자기 들이닥친
얼핏 예순은 안 넘었을 외모에
절대 빠르지 않을 듯한 넙대대한 아줌마가
세렝게티 초원의 치타가 톰슨가젤을 잡듯이
잽싸고 저돌적인 몸집으로
날 툭 밀치고는 냅다 엉덩이를 디밀었다
앉고 못 앉고는 그리 억울할 일은 아니지만
얼떨결에 졸지에 밀쳐진 나는
시끈한 허리 한 쪽을 연신 주무르고 있는 데도
전혀 모르는 척
스마트폰 속 트로트 동영상에 빠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