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노량진 극장' 중, 2008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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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고 해도
따지고 보면 웃을 수 없는 곳
그래도 사악한 웃음이 함지박으로 터지는 곳
‘돈’이면 모든 게 다 내 세상인 곳
탤렌트보다 영화배우보다
얼굴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들의 수용소
많이 배웠다 하고
잘 나간다 하고
고상하다 하고
무슨 사장입네 하고
무슨 회장입네 하고
무슨 의원입네 하고
무슨 영감입네 하고
무슨 원장입네 하고
무슨 박사입네 하고
인격 좋다 하며
여기저기 찍어 바른 번뜩이는 풍채로
자빠질 정도 점잔 떨며 행세하다가도
여기 룸싸롱에서는
한 놈도 안 빼고
모두 다 거리에서 접 붙는 ‘개놈’이다
오로지 방탕하게 즐기는
‘남여상열지사’ 만 가득한 곳
사랑은 개나발이고
순정은 묵사발이다
그냥 성에 불만인 사내들의 일방통행 길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sex한다
그 길에 떨군 돈다발에 미친 요염한 노예들은
속옷 벗을 기회만 노린다
초점 잃은 악사(樂士)는 빌어먹은 양주 한 잔에 취하고
박자 틀린 노래는
붉은 네온사인 아래 번진 담배연기에 녹아든다
내 돈 벌어 내가 쓰는데
하루저녁 오백이면 어떻고 천이면 어떠냐
난 그저 돈과 술에 취한 영혼을 유린당한 부르주아
가진 건 야비한 감성과 이중인격이 불러온
극단적 이기주의
돈 놓고 여자 먹는다
인권이다
인격이다
도덕이다
개도 물어가지 않을 소리
여기 강남 룸싸롱에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