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밴드Indie band

박산 2022. 5. 25. 11:10

'Daily Life' 이광무 화백

 

시집 《'무야의 푸른 샛별' 중, 2015 황금알》

 

 

인디밴드Indie band -

 

 

얼핏 보면 밝은 것 같지만

온통 검붉은 풍선들이

천장 여기저기에 걸려

···어느 것도 아니게

그냥 헤죽거리고 있는 집에

잔뜩 낀 허영 실현해 볼까

그냥저냥 봐줄 만한 몸뚱어리에

웃음을 미끼로 들어갔습니다

 

귀청 찢을 듯 강한 전자음악

애초 노래 재능 없는 쉰 목소리들

반복되고 강제된 로봇 춤들

밤낮 구분 사라진 곳에

내내 뜨지 않는 별만 바라보는 일

아무리 마셔도 갈증에 타들어 가는 혀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

이런 것들에 으스스 진저리치다가

머릿속 거품 일순간 쑥 빠져나간 느낌

앞뒤 볼 것 없이 문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변하는 게 싫은 좁은 골목

통치마가 푸근한 시장 아주머니

짐 자전거, 택배 오토바이의 움직임

새벽 푸른 달빛이 빚어낸 가마솥 만두

PC방에서 나온 아이들의 흡연

9천 원 무한 리필 고깃집 붉은 간판

여학생 무리들 알 수 없는 웃음소리

누군가를 부르고 문 두드리는 소리

술 취한 영감님들의 손가락 푸념

 

후잉 베이스 기타가 줄을 튕기자

스틱이 툭툭 박자를 맞추어 춥니다

목에 힘 들어가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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