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47 -
2022년 5월 27일 7시(매달 마지막 금요일)
종로구 인사동길52번지 인사14길
詩/歌/演(02) 720 6264
쥔장 : 김영희010 2820 3090 /이춘우010 7773 1579
1호선 종각역→안국동 방향700m
3호선 안국역→종로 방향4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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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월 향: 양숙
2. 어머니: 김효수
3. 천륜: 이승희
4. 가랑비: 노희정
5. 이팝나무: 조철암
6. 풍차 같은 풍자: 낭송 류재호/ 시 이생진
7. 거문고의 고행: 낭송 김미희/ 시 이생진
8. 지난 것들: 김중열
9. 꽃과 사랑: 낭송 김경영/ 시 이생진
10. 솔리스트(Solist): 박산
11. 김삿갓, 시인아 바람아: 이생진 with 담론
- 인사동 시낭송 모꼬지 진흠모 246 (2022년 4월 29일 7시) -
1. 계절에 대한 모욕: 양숙
수수꽃다리가 보랏빛
향기를 흩뿌리는데
능수버들이 바람결에
온몸을 내맡기는데
꿀벌 중매하느라
죽을 새도 없다고 잉잉대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비대면이라고
재택근무한다지만 종일 방콕한다는 건
이 아름다운 계절에 대한 모욕이란다
오랜만에 창문 열고 보니
이토록 파란 하늘이라니
깨끗이 빨아 둔 운동화를 본
엄지발가락 꿈틀대고
연두색 바지와 조끼가
색스럽게 눈을 흘긴다
자, 나가자!
2. 삶: 김효수
험난한 세상을 살다 보니 마음에 몸뚱이에 흉터가 많다
세상과 전쟁을 벌이는 삶 어디에 흉터가 있으면 어떤가
세상에 죽지 않고 흉터로 얼룩진 삶이지만 뭔가 느끼며
오늘도 세상에 맞서 떳떳이 산다는 것 얼마나 대단한가
살아가다 보면 마음에 몸뚱이에 흉터 없는 삶 있겠는가
인생길은 다 달라도 모두 목숨을 걸고 걸어가는 길인데
가다 보면 소낙비 내리고 한없이 눈보라도 몰아칠 텐데
세월 보내며 늙어가는 만큼 삶에 치열한 흔적 없겠는가
삶이 늙었다는 것은 세상에서 겪은 일도 많다는 것이다
깊은 밤 잠들지 못하고 세상과 싸움도 잦았다는 것이다
폭삭 늙은 사람들 이제까지 살았던 삶의 과정을 알려면
이마에 깊어가는 주름 꺼내 조심스럽게 펴 보면 알리라
3. 2022 다랑쉬굴 시혼제: 조철암
70여 년 전 참혹함을 지켜봤던 굴
휘파람새의 슬픈 노래와 더불어
평온하고 맑은 쾌청한 날씨
서로 다른 좌우 이념과 상관없이
이생진 시인께서 20여 년 전부터
4.3 때 무고하게 희생된 11명의
혼을 달래는 다랑쉬굴에
낮게 흐르는 안타까운 탄식
생자께서 올리는 제문과 제례에 따라
영혼을 위로하는 숭고한 의식
무용가의 춤사위에 맞추어 흐르는 첼로 연주와
기타리스트의 혼을 담은 연주와 노래
행위 에술가의 강렬한 퍼포먼스
제자들의 경건한 시 낭송
영상 제작과 촬영에 투혼을 불사르는 피디님
모든 분들의 수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4. 모닥불에 익는 술: 노희정
그렇게 익어가는군
노을빛에
감 붉게 물들듯
도도한 장미
열정앞에 꽃문 열듯
소 닭 보듯
무심한 척 해도
한 잔 두 잔 오가는 술잔 속에
타오르는 본능
속옷 벗고
불 속 뛰어드는 나방
한 줌 재 되어도 좋으리
활활 타는 불꽃 앞에
취해야 사는 영혼
그렇게 익어가는군
5. 풍경소리: 김중열
바람이 분다
산사山寺를 흐놀려 노니려고
조각난 사연辭緣* 하나 품고
봄을 좇아 달려 왔다냐 묻기를
그러하다 수줍어 까닥이니
내미는 손 부잡아 주랴
물올라 봉긋
솟아오른 젖가슴 젖혀가며
갯여울에 노닐자 유혹誘惑으로
세월자락 꺼들며* 저고리 고름 풀어
틀어 올린 까치머리 풀어 헤쳐서
바람 좇아 실려온 풍경소리
한 두어 줌 껴묻히어
이 봄에 수신제가修身祭家할까나
* 사연辭緣: 편지나 말의 내용
* 꺼들며: 잡아 쥐고 당겨서 추켜들며
6. 유혹: 낭송 류재호/ 시 이생진
유혹은 내게 참을 수 없는 선동이다
시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
외출도 그렇고
물론 사람이 유혹한다면 남자보다 여자가 낫겠지
그런 암수와 관계없는 날씨
날씨가 유혹한다
나오라고 유혹한다
밖으로 나오면 뭔가 생길 것 같은 유혹
하지만 나가지 못하는 지금
멍하니 가고 싶은 데를 바라보고 있다
유혹당하는 것도 기회인데 당한 기회를 놓치고 있으니
억울하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건가
점점 그런 험한 길만 남아 있을 것 같다
너무 오래 산 것을 탓하긴
아직 남아 있는 유혹에게 미안하다
- 시집 <無緣故>
7. 쑥국쑥국 쑥떡쑥떡: 김미희
나른한 봄볕 한 줌 등에 얹고
쪼그리고 앉아 어린 쑥 한 움큼
얼마 만인가
건강한 자연 속에서 잘 자란 쑥을
내 소유로 만드는 일
한나절만에 품에 가득 채워진 봄
콧노래 흥얼거리는 기분 좋은 귀갓길
소쿠리에 펼쳐 놓고 정갈하게 다듬어
세 번 씻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치니
순간 선명한 초록 빛깔로 변신하며
집안에 가득 퍼지는 은은한 쑥 향
받아놓은 찬물 속으로 샤워시켜 물기를 뺀 후
비닐 지퍼 팩에 납작하게 소분하고
냉동고 보관 마무리하니 어느새 저문 하루
봄나물의 활동 무대가 펼쳐질 유쾌한 상상
구수한 된장국과 떡으로
또는 전으로 버무리로도 변신될
마음대로 빚어내는 다양한 먹거리들
생각만으로 이미 건강해지는 몸과 마음
쑥국쑥국 쑥떡쑥떡
누군가에게 마구 칭찬받고 칭찬해 주고 싶은
여린 풀싹들을 쑥쑥 키워내는
대견하고 사랑스러운 봄
8. 길: 낭송 김경영/ 시 김기림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 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때 없이 그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내 나이와 함께 여러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
누우런 모래둔과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치곤 했다
이런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 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9. 祝詩: 박산
2022년 4월 16일
右로는 우뚝 솟은 성산일출봉
左로는 바다 건너
한가롭게 누워있는 牛島
우리 바닷가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거기 오정개 해안 '이생진 시비거리'에서
두 해를 거르고 치러진
'이생진 시인과 함께 하는 시낭송회',
포말진 파도 소리와 보헤미안의 기타 반주로
나는 이렇게
벅찬 마음 보태어 축시를 읽었습니다
축시 ㅡ
항시 하던 일을 갑자기 안 하게 되면
뭔가 뒷머리를 잡아당기는 것이 있어
개운치 않은 날들을 보내게 됩니다.
제겐, 지난 두 해 동안 제주가 그랬습니다
성산포 오는 일이 그랬습니다.
한국의 지금 시인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시인,
생자 이생진 선생님을 따라 제주 오는 일이
또한 그렇습니다.
성산포 문학회 여러분들이 詩心으로 꾸미는
이 아름다운 오정개 해안의 '이생진 시비거리'에서
스무 해 가까이 오던 일을
지난 두 해를 못 와 더 그랬습니다.
항시 반겨주시는 성산포문학회 한용택 회장님을 비롯하여
이승익 시인님 외 모든 동인들께 반갑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10. 섬사람들: 이생진
- 김대중과 김영삼
섬!
섬 아닌 사람이 있으랴만
모든 사람은
서에서 태어나 섬처럼 살다 섬으로 간다
그게 섬의 이치요 고독의 원리다
화성도 섬이고
금성도 섬이다
하의도도 섬이고
여의도도 섬이다
거제도도 섬이고
상도동도 섬이다
하지만
김대중과 김영삼은 진짜 섬 사람들이다
그들은 가고 섬만 남았다
* 2년여 만에 열린 246회 모꼬지
공지를 안 했음에도 알음알음 마흔 분 넘게 참석하셨습니다.
* 성산포 박인화님께서 축하의 오메기떡을 들고 참석하셨고
박향아 님 외 여러분이 새로 참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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