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리고 시

박산 2022. 3. 7. 11:28

'The Mother' 조남현 화가

 

시집 《'구박받는 삼식이' 중 2011 우리글》

 

 

어머니 그리고 시 -

 

단풍 든 가을

치매 진단 받은 어머니

병원 모시고 간다

 

병원 진찰하고 약 탄 후

 

뭐 잡수고 싶으세요

 

갈비탕

 

자주 가시는 단골 갈비탕 집

질리지도 않으신 모양이다

 

가을 구경시켜 드리려

가까운 숲을 찾았다

 

느린 걸음 산책하시는 어머니

난 벤치에 앉아 시첩을 꺼내 뭔가 끼적거렸다

 

어느새 다가오신 어머니

 

시 쓰냐?”

 

네 그냥 요

 

시가 재미있냐?”

 

재미는요 뭐 그냥 쓰는 거지요,

 옛날에요..... 서양사람인데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죄 없는 일이 시 짓는 일이고

 가장 죄 없는 사람이 시인이다 -하이데커

 

그래?”

 

이 말 이해하시겠어요?”

 

그래 시 쓰는데 무슨 죄가 있겠니

 

성질 급한 단풍 하나

어머니 옆으로 느리게 떨어졌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씨짱  (0) 2022.03.20
哭, 아이고 아이고!  (0) 2022.03.18
배신  (0) 2022.03.06
유쾌한 신도림역 까치  (0) 2022.03.01
나는 컴퓨터다  (0) 2022.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