哭, 아이고 아이고! ㅡ
1960년대 내가 열 살 무렵
상갓집 가시는 조부는
곰방대 털어 놋재떨이에 반듯하게 올려놓고
거울 앞에 앉아 긴 수염을 가위로 다듬고는
두루마기 곱게 펴 제대로 차려 입고
"입성 잘 차려 입어라
강대골(양녕대군 묘지 동네 상도동)
김 씨댁 문상 가야 하니"
짚세기 사잣밥에 조등이 걸린 대문 들어
문상객 접대 술상들로 시끌시끌한 마당을 지나
대청마루 올라 굴건제복의 상주가 지키는
상청에 향 올리고 절하는 조부는
아이고 아이고! 상주 따라 곡을 하고
나 역시 아이고 아이고! 합창을 했다
술 한 방울도 입에 안 대는 조부는
떡에 돼지고기 몇 점으로 문상객들과 담소한 후
내 손을 잡고 귀가하면서
구성지게 곡을 따라하는 손자가 신통해서인지
"잘 했다, 문상할 때는 꼭 그렇게 곡을 해야 하느니라"
반세기 훌쩍 넘은 세월에 치룬 어머니 장례에는
정작 아이고 아이고! 곡을 잊고는
꺼어이 꺼어이
목구멍 복받쳐 오르는 제 설움만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