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 보다 가는 에고이스트

박산 2022. 2. 18. 07:50

'Circuit Of The Unconscious' 김명옥 화가(진흠모)

 

시집 《'인공지능이 지은 시' 중 2020 황금알》

 

간만 보다 가는 에고이스트 - 

 

너무 잘난 사람들

너무 있는 사람들

시건방지고

혹여 가진 거 빼앗길까 보아

옛 친구는 떨거지라 애써 잊고

이사람 저사람 새로 사귈 생각만 하고

짠가 매운가 신가 쓴가 단가

슬쩍슬쩍 골고루 핥아 보고는

제 간에 안 맞을라치면

언제든지 뱉으려 합니다

 

미역국에 몇 방울 떨구기만 해도

감칠맛이 입안 가득 사르르 혀를 감는

오래 묵은 간장 맛같이

벗도 그냥 웃어주는 오랜 벗이 좋습니다

큰소리로 호들갑 떠는 이들이야

퍼먹고 노는 술자리에서나 좋지요

 

소쩍새 소리 저만치 들리는 숲길 홀로 걷다

홀연히 떠오르는 그리운 친구

맛난 음식에 향 깊은 술잔 앞에 두고

간절히 함께 나누고 싶은 친구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중얼거리다

나도 모르게 눈물 나오게 하는 친구

이런 친구 하나 있으신지요?

 

 

그저 내 새끼 내 마누라에 부르르르!

자신만 모르는 끝 모를 에고이스트

까짓거 잘나야 내가 얼마나 잘났고

있어야 얼마나 내가 있겠습니까

 

눈 감겨 숨 그쳐 칠성판 누울 때는

생쌀 몇 알 물고 노잣돈 몇 닢에 묶이는 건

결국, 다 같은 것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쾌한 신도림역 까치  (0) 2022.03.01
나는 컴퓨터다  (0) 2022.02.21
섭지코지에서  (0) 2022.02.15
詩詩한 2월 일기  (0) 2022.02.11
  (0) 2022.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