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Ignorance of Wine

박산 2021. 9. 2. 13:27

 

Ignorance of Wine

 

1992년 독일 출장을 처음 갔다.

 

관광지로 유명한 로텐부르크 인근 쿤젤자우라는 작은 동네에 공장과 회사가 있었는데, 이 회사에서는 나를 위한 저녁 만찬으로 중세 Castle의 일부 건물을 개조한 천정이 높은 고풍스런 식당으로 안내했다.

 

동남아를 주로 다녔던 세일즈맨이 유럽 식사 문화를 처음 접하는 순간 처음 만난 게 와인 문화였다. 당시만 해도 와인이란 말 대신에, 어린 시절 집 뒤뜰에 포도 넝쿨이 있어 병에 포도를 넣어두면 자연 발효가 된 포도주란 단어가 친숙할 때다.

 

턱수염이 멋진 나비넥타이 차림의 웨이터가, 열 명 정도가 앉아 있는 테이블 호스트 앞에 와인을 들고 오는 걸로 시작하는데, 린넨에 싸인 와인 병의 라벨을 호스트에게 보여주며 주문하신 와인이 맞는지 확인하며 빈티지와 맛에 대한 설명과 자신이 경험한 다른 고객들의 반응 등 짧지 않은 대화를 이어가는데, 이들의 대화 중 테이블에 앉은 다른 이들은 절대 잡담을 하지 않고 눈짓이나 고개를 끄떡여 설명에 공감을 표하는 게 예의다. 이 절차가 끝나면 웨이터는 정중하게 호스트의 잔에 와인을 살짝 따르면 호스트는 다소 호들갑스럽게 소리 내어 와인을 입안에서 굴리며, 정중히 서서 기다리는 웨이터에게 괜찮다! 맛있다! 등의 칭찬을 하면서 초대 손님에게 와인을 먼저 따라 줄 것을 청한다. 솔직히 무지한 초대 손님이었던 나는 한국식으로 와인 잔을 손에 들고 받으려 했던 기억이다.

 

이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기본적 와인 식탁 예절은 눈치로 익혔으나 당시 위스키를 즐겼던 이유와 와인에 대한 유행이 전혀 없던 시절이라 와인 자체의 공부가 안 되어 지식이 전무했다.

 

선입견으로 와인하면 프랑스가 떠올라 프랑스 와인이 좋다 생각하기 쉬운데, 유럽인들과 대화하면서 프랑스 와인 칭찬하는 건 금물이다. 독일은 자신들 와인이 최고라 하고 이태리 역시 그렇고 그리스 역시 식탁에 와인이 빠지면 제대로 된 식사가 아니다.

 

한국 전통 와인인 막걸리 애호가인 나와 점심 막걸리 대화 중 와인 얘기를 한 적 있던 와인 애호가인 벗 J가 마트에서 와인을 구입하다 내 생각이 났다며 '보르도 카베르네 소비뇽 미쉘 린치 2016 빈티지' 1병을 보내왔다. 와인 아카데미 선배인 집사람이 라벨을 확인하고는 인터넷 검색 후 하는 말이 5만 원대 괜찮은 와인이고 치킨에 치즈 안주가 제격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아직도 와인에는 무식하고 무지한 나는 그저 고개만 끄떡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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