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젓가락질은 인격이다

박산 2021. 8. 1. 10:00

        ☆ '舞姬' Drawn by 조남현 ☆

 

젓가락질은 인격이다 ㅡ

무언가를 국내외에 팔기 위한 직업을 평생했던 사람으로서 내국인은 물론 동ㆍ서양 사람들과도 식사나 술자리를 자주 해 오고 살았다.

일전에 우리 회사 윤 사장과 지방 도시에 위치한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내 또래의 A 사장을 만나러 갔다. 나 역시 구면인 분이었는데 점심으로 그 지방에서는 꽤 알아주는 시설 좋은 고깃집에서 갈비탕을 먹었다. 그런데 마주 앉은 A 사장의 젓가락질을 보고는 내심 당황했다. 엄지 검지 중지 사이로 젓가락을 가볍게 잡고 반찬을 집는 게 상식인데 젓가락 두 개를 움켜쥐고 숫가락을 덧대어 갈빗살을 벗겨 내는 모습에, 보는 내가 아슬아슬 불안해질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식사 중에 내가 묻는 말 이외에는 일체의 대화가 없었다.

후일 나는 우리 윤 사장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젓가락질 하나만 보아도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는데, 외국에서도 오랫동안 자신만의 독특한 제조 기술로 살아왔다는 A 사장이, 일흔 앞 둔 늦은 나이에 이르러서까지 남에 회사 공장 한 켠에 얹혀살고 있는 현실은, 상식적이지 않은 젓가락질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그 이유는 이런 젓가락질과 같이 자신만의 고집스런 아집에 몰입하여 발전된 새로운 기술과의 타협을 모를 것이니 아무리 유능한 기술자라한들 그 기술에 진전이 늦을 것이 자명한 일이며, 밥 한 끼 먹는 자리에서조차 자연스런 대화 기법을 모르는 사람이니 동종업계 누군가와의 발전적 제조 기술 협력 증진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결국 우리 같은 작은 납품 회사 인맥을 통해서라도 영업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나"

덧붙여 윤 사장에게 그랬다 "비즈니스 볼륨에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A 사장은 한계가 있다". 물론 내 판단은 단견일 수도 있다. 지금 이 비즈니스는 진행 중이다. 만약 이 비즈니스가 성공한다면 우리 윤 사장의 영업력이 A 사장의 기술을 앞 선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오래전에 이미 했었다. 직원 100명이 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 주메뉴가 안 나온 상태로 밑반찬이 차려진 상에서, 사장은 김치를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뒤적거려 아랫부분을 꺼내 쩝쩝 소리 내어 씹으면서 아까 빼서 올려놓았던 김치를 다시 아래로 넣으며 반복된 젓가락질을 했다. 당시 이 회사 반도체 회로기판 해외 수출 건 컨설팅 의뢰로 함께 한 자리였는데 페이도 안 맞았었지만 무엇보다 사장의 이런 상식 이하의 젓가락질을 막상 경험하고는, 무언가 항시 쫓기는 듯 불안정한 경영자의 회사라는 판단이 들어 컨설팅을 사양했었는데 그 이후 이 회사는 부도가 났다.

적어도 나는 젓가락질 하나만 보아도 나름 그 사람의 인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비즈니스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지금도 이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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