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Who am I ?

박산 2021. 8. 14. 07:41

ㅡ 'Woman Player After Olympic Games' 이광무 화백 ㅡ

《인사島 무크지 진흠모 이야기 7 중, 2021》



[ Who am I? ]

막걸리 자리에서 “마셔! 마셔! 사는 게 뭐 있나 도사 흉내나 이렇게 내며 한평생 이리 살다 가는 거지”하며 유행가 가사처럼 쉽게 읊조리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볼수록 '사는 게 뭔지….?'는 인생 거대 담론임에 틀림없습니다. 그것도 예순 넘은 지 오랜 법적 장년에게는 말입니다. 과연 나는 뭐 하고 살았고 뭣을 건졌고 뭣이 남았나.

Who am I?

어머니의 바다에 아버지가 쏜 화살
요행僥倖한 파문波紋의 꼴이
찌질이
세일즈맨
실패한 장사꾼
삼류 시인
도대체 나는 누굽니까

보잘것없는 나의 과거 완료형에 'Who am I?'라는 짧은 시로 자신에게 진지하게 물어봅니다.

그러다가 문득, 묘비명 '나는 모든 것을 갖고자 했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라는 그 유명한 19세기 소설가 모파상이 생각났습니다.

타고난 재능으로 쓰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가 되어 엄청난 부를 누리던 그가,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며 자살 시도 끝에 정신질환으로 43세에 생을 떠났습니다. 새삼 느껴지는 게 그 보다 훨씬 더 누리지도 못하고 사는 지금의 나는, 뭐 했고 뭣을 지녔었고 이런 거 다 털어내고 기억을 지우고 살아야겠다는 나름의 결론을 얻게 됩니다.
 
'도대체 나는 누굽니까' 따위의 지성인 양하는 골치 아픈 담론적인 정체성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동족상잔의 전쟁 끝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에서 태어나, 세 번의 직장과 목구멍을 넘기기 힘든 쓴 약과 같은 사업실패를 경험했었지만…. 따지고 보면 지닌 밑천에 비하면 본전은 하고 사는 것이니, 세삼스레 너의 희망은 무엇이냐 하고 자신을 닦달할 일은 아니란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가슴 설레는 넘버링 1, 2, 3,,,.

홀로 or 사랑하는 벗과 자주 여행하기

잘 익은 김치에 푹 삶은 돼지고기 말아 막걸리 마시기

내 시 '당신도'를 좋아한다는 독자와 칼국수 먹기

"형 뭐 해?" 하는 두 살 터울 늙은 아우와 번개 순대국 먹기   

소소한 이런 일들이 가정법 미래 진행형 잘 굴러 가기 

소크라테스의 '가장 적은 것으로도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잘 사는 사람이다'
이 말을 신봉하고 살아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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