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일흔 향해 가는 길목에 -

박산 2021. 11. 15. 08:04

                                                                  'mémoire bleue' 김명옥 화가 

                                                                      

일흔 향해 가는 길목에 -

 

월요일 아침 출근을 해 보니, 윤 사장은 포항에 급한 납품 건이 발생해 내려가는 중이라 해서, 홀로 하꼬방 회사 썰렁한 사무실에서 업무 메일을 켜는데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 납니다. 편리상 로그인 상태를 유지하다가 아마도 지난주 로그아웃을 했었나 봅니다(사실 이 기억도 없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완벽히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 난다는 현실에 살짝 절망을 합니다. 겨우겨우 알아내 독일 업무 메일 답변 하나를 마쳤는데, 자주 소통하는 벗 J시간 되면 전화 요망톡이 뜹니다

 

J는 작은 우체국을 지하철역 근방에서 늘그막에 운영하는데, 지난주 수하물을 우체국 차에 실으려다 카트에 실린 수하물 한 무더기가 떨어지면서 머리를 강타해서 119 타고 응급실에서 꿰매고 CT를 찍고 했었다는 사고 이야기 끝에... 자신은 충분히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순간 몸이 안 따라 주어 체력 노화를 실감했다며, 덧붙여 일상에 필요한 아파트 출입구 비번 다이얼링, 통장 비번 등의 기억력도 때론 가물가물하고... 아무튼 그렇다는 내용입니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나 역시 오늘 아침 뿐 아니라 가끔 겪는 일입니다.

 

학교를 함께 다닌 어린 시절 인연으로 평생을 가깝게 지내고 있는 J는 그 시절에는 드문 미국 MBA 소지자로 공부머리도 나름 있는 친구인데, 벗의 늙어 감을 보면서 반면교사 자신을 돌아봅니다. 또한 사회가 노령화 고령화 백세시대 등의 선동으로 우리 사회가 무리하게 노년을 사회 현장에 몰아넣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J야 너나 나나 좀 조심하면서 살자, 죽을 때 죽더라도, 그리고 절대 제 꼬라지들 좀 알고 살자, 몇 푼 더 벌겠다고... 그 우체국 운영 안 하면 안 되겠냐?”

이런 거 운영 안 해도 충분히 살 수 있는 경제 여건인 걸 잘 아는 나는,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이런 말이 입에서 곧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일흔을 향해 가는 길목은 너나 할 것 없이 병원과 친하게 살고는 있지만 이런 사고는 피하면서 살아야지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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