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영화 '인턴'

박산 2021. 7. 18. 17:01

 

영화「인턴」 

어린 시절 우리 집 땅에서 노량진 극장 간판을 그린 인연으로 초대권도 얻고 간판쟁이 화가 아저씨 손도 잡고 극장을 수시로 드나들며 영화를 보고 자라 지금까지도 영화를 좋아한다. 

외출이 신경 쓰여 시간이 남는 이즘에는 영화관을
마음 놓고 못 가니 TV를 통해 영화를 종종 보는데 오늘은 '인턴'을 세 번째 보았다. 

30세 여성 CEO 줄스(앤 헤서웨이)가 운영하는 회사에 수십 년 직장생활로 익힌 노하우와 풍부한 인생 경험이 있는 70세 벤(로버트 드니로)이 인턴으로 채용된다. 

주어진 업무래야 이메일 체크와 문서 수발이지만, 이야기 전개는 능력이 뛰어난 CEO 줄스가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에 참석해서 채용된 자신의 인턴(벤)에게 처음 시큰둥했었지만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벌어지는 인간관계 형성 과정의 흐믓하고 아름다운 장면들이 영화 내내 화면을 장식한다. 

창업 18개월 만에 220명의 직원을 창출한 탁월한 비즈니스우먼 줄스, 바쁜 스케줄로 인한 육아와 살림을 남편에게 맡겼지만 갈등이 있고 급기야 남편은 딸의 학교 학부형과의 외도로 이어진다. 

영화는 작고 큰 갈등을 이어가고 CEO 줄스는 벤의 리스크에 대처하는 슬기롭고 지혜로운 조언이 빚어내는 가치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된다. 줄스가 무너진 가정과 딸 교육을 위한 비즈니스 포기로 인한 새로운 CEO에게 회사를 넘길 계획도, 악화되었던 부부관계도 벤의 조언으로 회복되고 상영 내내 벤으로 인한 줄거리의 안정감을 보여 주었듯이, 공원에서 느림의 미학으로 태극권을 수련하는 벤과 합류하는, 아빠 따라 하는 줄스의 어린 딸 표정으로 해피엔딩이 된다. 

이 평범한 영화에 나는 왜 이렇게 공감이 갈까, 우선 나이 때문일 것이고 벤의 경력과 비슷한 연륜을 쌓아 온 인생이라 동질의 공감대 때문이다. 그리고는 내게도 저런 인턴 자리가 주어진다면 벤만큼 할 수 있을 것 같은 간절한 마음에서다. 영화를 보면서 배우고 다짐하는 건 매사 벤의 침착한 대응처럼, 결론을 서두르기보다는 넌지시 의견을 제시하면서 상대가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간접 제공하는 경륜의 표출이다. 

해 보았다고 잘 안다고 수학 공식 같은 이론을 절대 결론으로 주장하며 함부로 충고하는 일은 절대 하면 안 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아름다운 줄스와의 출장 동행에서도, 호텔 침대에서 잠옷 바람으로 나란히 누워 CEO와 인턴의 대화가 아니라 아버지와 딸의 대화로 삶을 얘기하는 장면이 너무 부러웠다. 

나도 그런 인턴을 꿈꾸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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