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음식이 주는 행복

박산 2021. 5. 24. 11:28

◁감바스▷ 인터넷 캡처

 

「음식이 주는 행복」

 

시인 소리를 듣고는 있지만 거친 한강 바람 맞으며 살아서인지 포근함보다 아직은 모난 데를 둥글게 갈아내지 못하고는 늘그막에도 체면 우선하는 서울 사람 틀을 못 깨고 살고 있다고 자책하곤 합니다.

 

그럼에도 예전에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던 내적 진실의 궁극점인 '행복'이란 단어와 친해지려 부단히 노력 중입니다.

 

행복은 '욕구에 대한 만족의 정도'라는 생각입니다. 흔히 성욕 식욕 수면욕을 인간이 지니는 세 가지 욕구라 말합니다. 최근 읽은 책에서 성욕과 식욕은 밀접한 관계로 음식을 배불리 먹은 후에는 성욕이 사그러들고, 반대로 섹스 이후에는 공복감이 줄어드는 현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성욕이 사라져서 그런가요?

 

이즘 부쩍 몇 가지 음식에 행복을 느낍니다.

 

칠레1만 원대 카베르네 소비뇽 붉은 와인을 코르크 마개 살살 돌려 따놓고는 한두 시간 모른 척 방치하다가 볼이 불룩한 잔에 반만 따라 서너 번 찰랑찰랑 흔들다가 오물오물 입천장을 천천히 적셔 입 안을 완전 점령시킨 후 피가 살짝 보이게 구워진 살이 도톰한 안심 스테이크 한 쪽을 썰어 포크로 폭 찍어 입에 넣고는 천천히 혀를 감아 요리조리 씹는 순간 눈에 드는 밤하늘의 반짝거리는 별빛들

 

진한 마라의 향 깊은 소스에 기름진 돼지고기 살짝 데친 오징어 청경채 연근 사천 붉은 고추 등이 센 불에 어우러져 뿜어내는 강한 향신료 맛을 킁킁 코에 대고 입 벌려 향내에 우선 취하다가 고기 한 점에 연근을 얼러 궁합 일체로 샹차이(고수) 얹어 먹다 보면 알싸한 매운맛에 땀이 이마를 타고 흐를 때, 알코올 도수 50도 북경 고량주 한 잔을 입에 홀짝 탁 털어 목구멍 넘기면 그제서야 보이는 마라샹궈가 안내하는 천국의 문

 

새우와 올리브 그리고 마늘이 내는 맛의 조화는, 마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현악 삼중주처럼 아다지오에서 알레그로를 왕복하듯, 끈끈한 올리브 향이 진한 새우 맛과 친해져서 느끼함으로 변하려는 찰라 마늘이 잽싸게 끼어들어 깊은 맛으로 완성되는 감바스, 여기에 따뜻하고 폭신하고 아삭한 치아바타를 손으로 쪽쪽 찢어 새우에 말아 국물에 찍어 입에 넣으면서 느끼는 포만감 끝의 작은 갈증에 시원한 테라를 벌컥벌컥 목을 넘겼는데, 갑자기 안토니오 가우디의 신기한 구엘공원 알록달록 모자이크가 파도처럼 나를 덮치는 신비한 현상

 

이즘 나는 스테이크 마라샹궈 감바스 이 음식들을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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