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쓴다는 건

박산 2021. 7. 25. 20:45

수에 모(薛墨, 1966~)

내몽골 출신 화가, 몽고의 역사와 대지를 배경으로 여인의 아름다움을 그린다. 르네상스 시대 메디치가의 초상화 같다는 평가.


시를 쓴다는 건 ㅡ

그저 또래보다 조금 일찍
철이 드는 일입니다

가령
콧대 높은 명예란 놈이나
화려한 공명이란 놈에게는
가식 없이 쓰는 내 시 몇 줄이
솔직히 더 낫지 않은가
배에 힘주며 자위하고
화가 펄펄 끓다가도
인고의 시 한 줄로 성질 다독여
묵언으로 부처가 된다거나
일상의 대화에서
타인은 못 알아들을
뒷말을 태연자약 생략하고는
싱긋이 홀로 만족하기 다반사!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꽃 떨굼에 눈물 나고
비 오심에 가슴 떨리고
색 바랜 낙엽 더미에서
지난 청춘을 뒤져 찾습니다

타인의 슬픔에 쉽게 따라 울지만
거만스런 돈이란 놈에게는
음메 기죽어!
슬쩍 고개 돌려 애써 모른 척
내숭 떠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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