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여의도에서 엎드려뻗쳐!

박산 2021. 7. 7. 14:18

 

 

 

◀히말라야 어린이▶ 윤영호 사진

 

「옛날 옛적 여의도에서 엎드려뻗쳐!」

 

때는 수양버들이 강가에 늘어졌던 1960대 초

지금의 노량진 수산시장 자리 장택상 별장과 여의도 비행장 사이에는 샛강이 흘렀지

 

그 샛강에 땡볕 내리쬐는 날에는 어린 초등학생들도 군데군데 마른 땅 찾아

요리조리 발목이 물에 살짝 빠지면서 건너 다닐 정도였지

 

국영이 유신이하고 또 누구였던가

이름이 가물가물한 애들 너댓이

지금의 63빌딩 근처 땅콩 서리를 위해 샛강을 건넜지

 

근데 말이야...땅콩밭에 가기도 전에

경비 서던 공군 헌병에게 발각됐어,

지루하던 차에 장난감들이 스스로 찾아왔으니 얼마나 즐거웠겠어

 

일단 우리는 그의 명령에 따라 엎드려뻗쳤지

그리고는 주소와 부모님 뭐 하시나로 호구 조사를 당했지만

실제 핵심은 어느 녀석이 예쁜 누나가 있느냐였어

 

순진한 국영이와 유신이는 누나가 없다 했지만

잽싸게 있다고 말한 나는

순식간에 엎드려뻗쳐에서 무릎 꿇어로 신분 상승했지

 

어디 그것뿐인가,

군용 건빵에 빨간 별사탕 몇 개가 내 입에만 들어갔었지

 

옛날 옛적 여의도에서 그랬다는 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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